29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개봉하는 '트랜스포머3'는 스크린을 무려 1184개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스크린 2200여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 통상 영진위 집계가 한 스크린에서 한 차례 상영한 것까지 집계된다는 것을 고려해도 '트랜스포머3'는 10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트랜스포머3'의 이 같은 스크린 수는 '캐리비안의 해적4' '쿵푸팬더2' 등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보다 200~300개 많은 수치이기도 하다.
'트랜스포머3'의 이 같은 스크린 확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트랜스포머'는 1편과 2편이 국내에서 743만명, 744만명을 동원한 확실한 할리우드 흥행 보증수표다. 더욱이 3편은 3D로 제작돼 국내 3D 스크린도 '트랜스포머3' 걸기에 전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트랜스포머3' 스크린 확보는 관객들의 영화 선택권을 제한하게 만든다. 당장 지난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써니'는 스크린수가 234개로 줄었다. '써니'는 9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관객이 찾고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써니는 투자,배급을 맡은 CJ E&M이 '트랜스포머3'도 배급하기 때문에 스크린을 내줄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주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풍산개'는 29일 불과 154개 스크린으로 내몰렸다.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풍산개'는 김기덕 감독이 2억원으로 제작한 영화. 윤계상 등 출연진과 제작진이 노개런티로 참여해 손익분기점 25만명을 넘어서고 순항하고 있다. '트랜스포머3'와 비교할 수 없는 돈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영화적인 재미를 보장한다고 입소문이 도는 중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트랜스포머3'에 밀려 '풍산개'를 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공교롭게도 김기덕 감독은 2006년 '괴물'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휘말렸을 때 '시간'을 개봉시키면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저예산 영화 상징 같은 김기덕 감독으로선 올해도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와 전면대결을 펼치게 됐다.
다른 영화들의 스크린 확보는 차라리 참담한 수준이다. 29일 오전6시 집계이긴 하지만 '엑스맨:퍼스트 클래스'가 130개, '쿵푸팬더2'가 83개에 불과하다.
'트랜스포머3'는 개봉일 예매율이 95.8%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도 예고하고 있다. 관객들이 '트랜스포머3'에 열광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풍산개'와 '써니'를 보고 싶은 관객도 존재한다.
매년 대형 블록버스터가 개봉할 때마다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영화계가 머리를 모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