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시작과 함께 극장가를 강타한 '트랜스포머3' 열풍이 거세다. 개봉 첫 날 1188개, 1일 현재 1290개 스크린을 싹쓸이한 '트랜스포머3'은 개봉 첫 날 64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이틀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공룡의 위력을 과시했다.
그 열풍 한가운데 영화 '풍산개'가 있다. 2억원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그에 담긴 열정으로는 2000억원의 '트랜스포머3'이 결코 부럽지 않다. 개봉 첫 주 30만 관객을 넘기며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은 '풍산개'는 '트랜스포머3' 개봉과 함께 스크린이 줄어든 가운데 당장 '퐁당퐁당' 교차상영 처지에 놓였다. '트랜스포머3'이라는 할리우드산 거대 공룡이 절대 다수의 스크린을 장악하고 흔드는 이 모습을 '풍산개'의 전재홍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재홍 감독은 "'트랜스포머3'이라는 영화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는 뜻일 터다. 그러나 "'트랜스포머3'에 한정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영화가 한 나라의 스크린을 반 이상 가져가는 것이 과연 잘 된 건지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된다"며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전재홍 감독은 "비록 '풍산개'는 관객들의 관심 속에 살아남아 극장에서 상영되고는 있지만 그 사이 극장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영화도 있더라"며 "'트랜스포머3'이 다수 극장에서 개봉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웃을 수는 없더라.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반복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억짜리 영화로 2000억짜리 영화와 맞붙겠다는 게 아니라, 스크린 독과점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고 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며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재홍 감독은 이 와중에도 '풍산개'를 사랑해주는 관객, 관심을 가져주는 모든 이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초 저예산으로 제작된 '풍산개'는 주인공 윤계상과 김규리는 물론 모든 스태프가 노 개런티를 감수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작품이다. 일단 손익분기점을 넘은 데 대한 전 감독의 감격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재홍 감독은 "'트랜스포머3'이 개봉하니 많은 분들이 괜찮냐는 걱정의 전화를 주시더라"며 "사실 '트랜스포머3' 개봉일에 '풍산개'를 보러 극장에 갔었는데 많은 분들이 함께하셔서 특히 기뻤다"고 털어놨다.
"'풍산개'는 개봉만으로 기적이었다. 그랬던 이 조그마한 영화를 지켜봐 주시고 또 사랑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풍산개'는 1일 오전 현재 '트랜스포머3', '써니'에 이어 박스오피스 3위를 지키며 38만 관객을 넘어서 4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