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오승훈, 김초롱, 김대호 아나운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1박2일 나영석 PD랑 닮았다던데, 맞는 것 같아요."(김대호)
"학교에만 있을 땐 제가 제일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알았죠."(오승훈)
"스타 아나운서 보다는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김초롱)
아직은 자신을 아나운서라고 부르는 말이 어색한 MBC '우리들의 일밤'의 아나운서 공개채용 '신입사원' 최종 합격자 3인, 김대호(27), 김초롱(26), 오승훈(29)을 만났다.
방송에선 너무나 똑 부러지던 세 사람도 이제 막 MBC 신입 아나운서가 돼 배울 것이 산더미라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세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신입사원'이 왜 최종 결과에서 3명을 선택했는지 알 법하다. 앞으로 세 사람이 각각 어떤 아나운서로 성장할 지 기대가 커지는 인터뷰였다.
◆ 진지하고 솔직한 김대호 아나운서
배우 지진희를 닮은 듯한 외모가 우선 시선을 끄는 김대호. 조용하지만 이따금씩 던지는 말 한마디가 심상치 않다.
"지진희나 '1박2일' 나영석PD 닮았다는 말을 들어 보았느냐"라는 질문에 쑥스러워하며 "솔직히 지진희는 과분하고, 나영석 PD와 조금 닮았다는 생각을 조금했다. 제가 나이가 좀 더 들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라며 웃어보였다.
실제로 만나보니 세 명의 아나운서 가운데 가장 말이 적은 편. 방송에서 했던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했던 거짓말을 물으니 "너무 진지해 보인다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했던 것"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태도는 항상 진지한데 너무 솔직해서 웃음이 나온다는 반전이 있달까.
그래서인지 김대호 아나운서는 "아주 편안한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서 절 만나더라도 편하게 다가와 얘기 할 수 있는,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합격 후 어떤 분이 저를 알아보시면서 '대호 씨가 울 때 나도 울었다'라는 말을 해 줬다. 시청자와 전달자라는 입장이 아니라 정말 함께 소식을 나누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가장 난감했던 과제를 묻자 "'웃겨보라'는 미션이 있었는데, 이거 좀 심하다 싶었다"면서도 "다행히 그 때 인상을 깊게 남겨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뭐라도 해봐라'라는 식의 막연한 질문이 참 어려웠다. 거기서 우물쭈물하면 감점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 질문을 받았던 친구들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는 게 그런 뜻일 것"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오승훈, 김초롱, 김대호 아나운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 당당한 매력이 아름다운 김초롱 아나운서
전 목포 MBC와 삼척 MBC 아나운서 경력이 있는 김초롱은 지역 아나운서들의 롤모델로 급부상 중이다.
처음엔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사람이 도전하는 것은 반칙이 아니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참가자격엔 걸릴 것이 없었지만 마음고생도 했을 법 했다.
그러나 김초롱은 "경력이 있다고 해서 프로라거나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런 데 그런 말이 저를 인정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다. 하지만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지역 아나운서는 다른 쪽으로 계속 옮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또 '신입사원'에 지원하려면 당시 하는 일을 그만둬야 했다. 경쟁력이 높은데 여기서 떨어지면 다른 쪽으로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시험을 보는 내내 갈등이 컸다. 결과가 안 좋았을 때 후회가 없었을까 생각했다"라고 방송 출연당시 심경을 솔직하게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시험을 통해 함께 했던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 또 일반 아나운서 전형은 세부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준비한 기간에 비 해 보여주는 부분이 짧기 때문에 지원자 면접관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많다. 이번 시험은 그 사람의 인성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왜 탈락했는지 떨어졌는지 이유를 분명히 알려줬다. '신입사원'에 참여한 후엔 다음 시험엔 발전된 모습으로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비록 탈락해도 도전에 대해선 후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방송을 통해서 알아봐 주시니까 유리한 점도 있는데, 불안한 마음도 있다. 주목받는 스타성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고. 능력을 인정받아서 꾸준히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 지성과 유머감각을 갖춘 오승훈 아나운서
카이스트 대학원 항공우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오승훈의 경우, '신입사원' 도전 결심을 알렸을 때 주변에서 반대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껏 걸어온 길이 아까웠고, 도전한다고 해도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합격 후 대학원에 인사를 갔더니 놀란 친구들이 많았다. 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뜻 도전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이거 하려고 꼭꼭 숨겼느냐는 반응이 많더라."
그는 연구실에 틀어 박혀 공부만 할 것 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재치와 순발력으로 빛을 발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 스스로를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자신감 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가 밝아졌다.
"대학 연구실에 제작진과 제 소개 영상을 찍으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친구들이 다 똑같은 안경을 쓰고 뚱하고 앉아 있었다. 전성호 PD님이 '승훈씨가 여기서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 맞구나'라고 하시더라. 카이스트에선 최고였다. 그래서 '신입사원' 출연 때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 많다니'라고 놀랐다."
"세상을 따뜻하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라는 그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의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 제 전공을 살려서 과학의 향유 양극화가 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소식을 알리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