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MC 이수근 김병만? No! 누구?

개그맨 이광섭 사전MC로 4년째 맹활약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1.07.1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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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광섭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개콘'에 MC가 있다? 있다!

매주 수요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되는 KBS 2TV '개그콘서트' 녹화는 개그맨 이광섭(31)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그는 '개그콘서트'의 이른바 '사전MC'다.


이광섭은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 무대에 올라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준다. 그래야 본 녹화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빵빵' 터지기 때문이다. 그는 KBS 22기 공채개그맨으로 선발된 2007년부터 '개콘'의 사전MC로 무대에 올라 4년 6개월째 이 '막중한 임무'를 해오고 있다.

◆4년 6개월 동안 '개콘' 녹화 전 분위기 띄우기·녹화 중 코너 소개 'MC'

"그전에 윤형빈, 변기수 선배가 사전MC역할을 했어요. 그해에 뽑힌 신인개그맨들에게 이 역할을 제의했는데 다들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라고 해서 무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그게 벌써 4년이 넘었네요."


사전MC는 '사전'MC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지만 코너 중간, 중간 코너를 소개하고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일도 한다. 코너 준비가 늦어지면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입담이나 개인기를 펼친다.

"사실 부담이 많이 되는 자리죠. 코너 소개를 잘못하거나 분위기를 못 띄우면 코너 자체가 쳐지거든요. 그럼 연기하는 개그맨들도 흥이 안나요. 그래서 소개 잘 못했다고, 분위기 못 띄웠다고 선배들한테 혼난 적도 많아요. 못하면 혼나고 잘해도 칭찬은 못 받는 그런 자리죠."

이광섭은 '개콘'에서 사전MC만 하는 게 아니다. '꽃미남수사대'코너에서 '소쿨'로, '슈퍼스타 KBS'코너에서는 진행을 맡고 있다. 코너 준비에 현장 진행에 녹화 당일이면 쉴 틈도 없다.

"진행하다보면 정작 '꽃미남수사대' 같은 코너에서 연기가 안될 때가 있어요. 하하. 좋은 점이요? 제가 현장에서 진행하시는 걸 보시고 행사 섭외가 많이 들어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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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KBS'(왼쪽)와 '꽃미남수사대'


◆KBS 드라마 FD하다 2005년 '개그사냥'으로 데뷔..2007년 공채 입성

그는 이른바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을 꿈꾸던' 부류는 아니다. 대학(동아방송대 방송보도과)에서도 방송제작을 배웠다. PD가 꿈이었다. 대학 졸업 후 보도프로그램 VJ로 활동하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에는 KBS 드라마 FD를 했다. 그러다 2005년 KBS 2TV '개그사냥' 1회에 출연하며 개그맨 데뷔를 했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수는 저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많고, 연기는 저보다 잘 생긴 사람들이 많아서 힘들겠더라고요. 입담이나 개인기는 자신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개그사냥'에 출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개그맨이 됐죠."

하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2005년 '개그사냥'으로 데뷔 후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이 되기까지 험난한 길의 연속이었다.

"'개그사냥' 1회에 출연했는데 꼴찌를 했어요. 하하. 꼴찌만 몇 번하다가 이후 3개월 동안 우승을 3번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칠 때였어요."

2005년 5월 '개그사냥'으로 데뷔한 이광섭은 3개월만인 그해 8월 '꿈의 무대'인 '개그콘서트'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운'은 거기까지였다. 그가 출연한 코너는 1주 방송되고 2주 연속 방송에서 '잘렸다'. 그럭저럭 '특채 개그맨'의 길을 갈수도 있었지만 이광섭은 '정도'(正道)를 선택한다.

"공채개그맨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은 있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 2006년 공채시험에 보기 좋게 떨어졌죠. 그렇다고 거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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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광섭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엄한 부친, 개그맨 되겠다는 소리에 외동아들에 뺨.."지금은 후원자"

이광섭은 외동아들이다. 그는 "귀하게 자라지 못한 외동아들"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엄한 부친은 그가 공무원이 되길 원했다. 그는 개그맨이 되기까지 아버지를 2번 눈물짓게 했다.

"아버지가 딱 2번 우셨어요. 대학 들어갈 때 아버지 몰래 예체능에 지원했을 때와 개그맨 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요. '개그사냥'에 출연해서 개그맨이 된 후에 1년 간 이를 숨겼어요. 헌데 주변 지인 분들이 아들이 TV에 나와 개그 한다고 제보를 하셨나 봐요. KBS 드라마 팀에 출연 부탁이 들어와 출연했다고 속였죠."

눈속임은 계속될 수 없었다. 이광섭은 2007년 KBS 개그맨 공채시험에 응시하기 전 부친에게 이를 알렸다. 아버지는 외동아들의 빰을 때렸다. 시험을 허락한 부친은 "떨어지면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2007년 KBS 22기 공채개그맨으로 당당히 합격한 이광섭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고, 아버지는 "잘했어"라는 짧은 말로 아들이 개그맨이 되는 것을 '인정'했다.

"지금은 자랑스러워하세요. 하지만 아직도 제가 하는 공연이나 방송, 행사를 직접 와서 보시지는 않으세요. 제가 출연한 코너 중에는 '슈퍼스타 KBS'를 제일 좋아하시죠. 개그 연기를 안 하고 진행만 하는 데도요. 개그맨은 여전히 '광대'라는 생각이 강하세요."

이광섭은 "지금은 제일 큰 후원자"라며 "가끔 보실 때면 '개그콘서트' 수건 있으면 좀 가져와 봐라 나눠주게라고 하신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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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광섭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개그맨 됐으니 '꿈'은 이뤄..'빵'터져 많이 알려지는 게 목표"

그는 현재 '꽃미남수사대'에 김대성, 류근지, 김원효, 박성호와 출연하고 있다. 경찰인 이들은 매주 파격적인 패션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슈퍼스타 KBS'코너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김대성과 옷을 가장 못 입는 직업군이 옷에 신경 쓰는 코너를 만들면 어떨까 구상을 하다 '꽃미남수사대'가 나오게 됐어요. 저와 김대성으로는 좀 약한 거 같아서 잘생긴 류근지를 넣고, 옆에서 구경하던 김원효가 잘될 것 같던지 끼워달라고 해서 함께 하게 됐죠(웃음). 이렇게 4명이서 녹화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 저희들로는 '네임밸류'가 좀 약한 것 같아서 박성호 선배가 합류했고요."

개그의 소재가 된 경찰 측의 항의는 없었을까 궁금했다.

"전혀요. 얼마 전 '생생정보통' 프로그램에서 저희 '꽃미남수사대'와 실제 현역 경찰 중 잘생긴 분들이 함께하는 방송이 있었는데 굉장히 협조를 잘해주셨어요. 일부에서는 저희 코너가 '경찰의 무능함'을 비판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자만 사실 단순히 웃기려고 짠 거예요. 개그를 특정한 시각으로 보실 때가 간혹 있는데, 개그하기 참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웃기려고 하는 거죠."

이광섭에게 '꿈'을 물었다.

"꿈이요? 개그맨이 됐으니 '꿈'은 이미 이뤘죠. 목표가 있어요. 뜨는 거죠. 많이 알려지고 싶어요. 그러고 나서 사업을 하고 싶어요. 방송도 하고, 사업도 하면서 사회에 환원도 하고 그렇게 더불어 살고 싶어요. '멋진 사람'이 목표죠. 누구에게 인정받기보다는 스스로 멋지게 재밌게 사는 게 목표에요. 이왕이면 '빵'터지면 좋겠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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