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 제작 명필름, 오돌또기)은 2007년 '천년여우 여우비' 이후 4년 만에 여름 극장을 찾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배급과 마케팅, 해외 전략 등 그동안 극장에서 선보인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갖지 못했던 규모를 갖췄다.
'마리 이야기'를 비롯해 지난 6월 개봉한 '소중한 날의 꿈' 등 앙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배급과 마케팅에 밀려 조용히 사라졌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누적 판매 100만부를 넘어선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 '잎싹'과 청둥오리 '초록'의 용감한 도전을 그렸다.
기자시사회 이후 그동안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문제점으로 꼽혔던 이야기 전개의 미흡함을 찾아볼 수 없는 수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쿵푸팬더2'와 전혀 다른 맛이라는 칭찬까지 쏟아졌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6년간의 기획 및 제작기간,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박철민 등 연기파 스타들의 목소리 출연, 한중 동시개봉 예정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라노;연애조작단' 등 그간 30여 편의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만들어온 명필름의 첫 애니메이션 도전작으로 충무로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여자 영화는 안된다는 징크스를 깬 명필름의 도전이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1976년 '로보트 태권브이'가 등장한 이래 80년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방한데다 여름 한철 아이들 장사라는 안일한 기획, 자기 복제 등으로 '우뢰매' 시리즈 이후 어느 순간 극장에서 사라져버렸다. 남기남 감독과 심형래 감독이 아동 영화를 만들었지만 본격적인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뒤 국내 극장 애니메이션 시장은 디즈니를 위시로 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지브리 스튜디오를 위시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잠식했다. 역대 애니메이션 1위를 기록한 '쿵푸팬더2'(500만 이상)를 비롯해 2위 '쿵푸팬더'(467만), 3위 '슈렉2'(330만), 4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 5위 '슈렉3'(281만) 등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관객을 불러 모았다.
'도라에몽'과 '짱구' 케로로' '포켓몬' 등 일본 TV애니메이션 극장판도 어린이 관객을 상대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블루시걸'과 '아치와 씨팟' '천년여우 여우비' 등 한국 애니메이션 부활을 겨냥했던 작품들은 그간 줄줄이 쓴 맛을 봐야했다.
그렇기에 '마당을 나온 암탉'에 대한 기대는 높다. 웃음과 감동, 재미까지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아 가족관객에 안성맞춤이란 평을 받는다.
주위 환경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카2'가 20일, '아이스 에이스' 제작진이 만든 '리오'가 28일 개봉한다.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와 철인군단 날아라 천사들'도 28일 개봉하며, 8월 4일에는 올해로 탄생 15주년을 맞이하는 소년 탐정물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구쟁이 스머프' '극장판 메이저: 우정의 강속구'도 대기 중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주위로 미국와 일본 애니메이션이 포진한 형국이다. 게다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가 인기를 끄는데다 '퀵' '고지전'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들도 극장을 장악하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 시장을 놓고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과 싸우는 것은 물론 스크린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영화들과도 배급 경쟁을 벌여야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배급하는 롯데시네마가 얼마나 힘을 써줄지도 관건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이런 환경에서도 비상할 수 있을까? 좋은 작품을 위해 사람들이 노력했으니 결과는 관객의 몫이다. 톱스타 하나 없는 '써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 마침내 700만명을 넘어섰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애니메이션판 '써니'가 될지, 한국 애니메이션 부활 신호탄을 쏴 올릴지, 관객들의 선택이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