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7광구' 다음은 한국형 3D SF영화"(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7.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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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leekb@


"저런 것들도 감독이야"라는 취객의 소리에 자리에 앉아있던 많은 감독들 중 혼자만 고개를 돌렸다. 감독들 모임에 괜히 끼면 안될 것 같아 술만 나른 적도 있다. 지독하게 혹평한 기자를 술자리에서 만나 욕을 해주려다 "앞으로 잘할게요"라고 펑펑 울었다.

윤제균 감독 이야기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이후 한국영화 신주류로 우뚝 솟았다.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 CJ E&M과 파트너십을 맺고 '하모니' '내 깡패 같은 애인' 등 제작한 영화들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올 여름에는 '퀵'과 '7광구', 100억원을 쏟아 부은 영화 두 편을 선보인다. 여름 극장가에 한 제작사가 100억원을 투입한 영화 두 편을 선보인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엄정화가 주연을 맡은 '댄싱퀸'이 제작 중이며, 하반기에는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K'가 100억원 규모로 준비 중이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의 '하이,에나'도 제작한다. 스스로는 할리우드 배우 및 스태프와 손잡고 '템플 스테이'를 찍을 예정이다.

충무로 파워맨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8월4일 개봉하는 '7광구'는 국내 최초로 3D로 만든 블록버스터다. '아바타' 이후 국내에서도 3D 붐이 일었지만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낸 것은 윤제균 감독 밖에 없다. '7광구' 기자시사회를 하루 앞둔 25일 서울 강남의 JK필름 사무실에서 윤제균 감독과 만났다.


-책상 뒤에 한국영화미국시장 진출 연구를 비롯해 황우석 리포트, 영화제작실무론, 허삼관매혈기 등 다양한 책들이 꼽혀 있다.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디스플레이용이다.(웃음) 관심이 있는 것도 있고 영화로 진행하려 했던 것도 있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깐.

-'퀵'과 '7광구'가 2주 차이로 개봉한다. 100억 영화 두 편이 한 배급사에서 이 정도 차이로 개봉하는 게 전례가 없는데.

▶이해는 된다. '7광구'가 3D로 개봉하는데 '트랜스포머3'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가 3D다보니 3D관을 확보하려면 이 시기밖에 없었다. '퀵'도 여름 영화 시장을 잡고 '7광구'와 차이를 두려면 20일 개봉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계 신주류로 떠올랐다는 평이다. 현재 국내 제작사 중 1년에 4편 이상 제작하고 100억원대 영화를 2편이나 한 해에 만들어내는 곳은 없는데.

▶그런 표현은 엄청 부담된다. 난 파워맨이 아니다. 그냥 열심히 하는 감독일 뿐이다. '퀵'과 '7광구'는 4~5년 전부터 준비해온 게 한 번에 쏟아져 나오니깐 그렇게 보일 뿐이다.

-'해운대'에서 쓰나미CG를 선보이더니 '7광구'는 3D다. 국내영화 기술 부분을 선도하고 있는데.

▶테크놀로지에 대한 노하우는 많이 쌓였다. 비용 대비 효과를 뽑아내는 것은 어느 정도 자부할 수 있다. 3D는 '아바타' 이후 준비한 게 아니다. 2008년 11월 '해운대' CG를 준비하려 할리우드 스태프와 작업할 때였다. 그 당시 미국은 '블러디 발렌타인'인 나오는 등 3D붐이 일고 있었다. 다음 작품으로 '7광구'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3D로 제작하면 영화에 더욱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7광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2D로 찍어 3D로 컨버팅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2시간짜리 영화를 3D로 컨버팅하면 40억원이 든다. 할리우드에서는 작은 금액일지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그럴 수 없다. '아바타'처럼 배경을 일일이 3D로 작업한 뒤 2D로 찍은 실사를 합성했다. 실사 장면도 3D 리깅 시스템으로 찍었다. 이 돈으로 이 작업을 해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별 게 없어 보여도 '블러디 발렌타인'이 250억원이 들었다. '7광구'는 할리우드에선 최소 7000만~8000만불을 이야기하더라.

-'아바타' 이후 국내에서도 3D영화 기획 붐이 일었다. 하지만 실제로 선보인 건 '7광구'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CJ E&M에 감사드린다. 윤제균의 기획과 김지훈 감독의 연출, 모펙 장성호 대표의 기술을 믿어줬기에 가능했다. 연습게임에서 아무리 잘해봐야 출전기회를 얻어야 안타를 치든 홈런을 치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CJ E&M과 작업을 계속하면서 영화계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CJ표 기획영화 선봉에 섰다는 둥, CJ에 제작사 지분을 많이 양보해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둥 여러 말들도 많은데.

▶그렇지 않다. 선택의 문제다. 난 많은 지분을 포기한 대신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지원을 선택했다. 영화를 꾸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7광구'가 13번째 영화다. 10년이 넘게 영화를 하면서 이제야 신뢰가 쌓였기에 지금 시스템이 가능해졌다. 난 황금보다 중요한 게 신뢰라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윤제균은 '1번가의 기적'에서 전후가 갈리겠지만 제작자 겸 감독으로선 '해운대'가 분기점이다. '해운대' 이후 얻은 게 있고 잃은 게 있다면.

▶얻은 건 상업적인 신뢰다. 감사하게도 투자자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그런 것 같다. 잃은 건 개인적인 시간이라고 할까. '1번가의 기적'을 내놨을 때 마침 자식이 생겼다. 내 영화를 자식이 볼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도전들을 했고 결과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줄었으니 아이러니하다.

-윤제균표 영화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휴머니즘이나 유머 외에 규모나 테크놀로지를 더 강화시키는 방식에 대한 유혹이 있지 않나.

▶감독이나 제작자 이전에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는 도전이 아니면 퇴보다. 같은 것을 우려먹는 순간 끝이다.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 디즈니에서 일찍이 말했듯이 영화를 만드는데 중요한 세가지는 첫째도 스토리, 둘째도 스토리, 셋째도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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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범 기자 leekb@


-33살에 잘나가는 광고기획사를 때려치우고 영화계에 투신했다. 그동안 감독으로서 열등의식이나 한 같은 것들이 지금의 윤제균을 만들었다는 평도 있는데.

▶그런 것보다 난 주제파악을 일찍 한 것 같다. 재미있는 영화로 한 우물을 파자고 생각했다. '1번가의 기적' 이전에는 재미있는 영화를 하면서 흥행을 극대화하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재미있는 영화를 하되 흥행보단 완성도를 쫓는다.

-감독과 제작자로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길과 JJ 에이브럼스

길 중 하나를 택하자면.

▶당연히 스필버그. 스필버그는 환갑이 넘어도 꿈을 꾼다. 꿈을 좇으니 돈이나 명성이 뒤따른다.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든다. 그런 꿈을 좇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프로듀싱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좋은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조건은 기획과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획이 있다고 좋은 프로듀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험이 있어서 한다. 노하우의 축적이 필요하다.

-'7광구' 이후 한국형 3D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일부에선 3D가 한국영화 미래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시장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7광구'가 성공한다면 몇 편 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생각이다. JK필름은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비용 대비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안다.

-하지원을 비롯해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등 윤제균사단이라 불리는 배우들과 작품을 많이 하는데.

▶기본은 연기고, 캐릭터가 맞느냐다. 그리고 인간적인 신뢰가 따라야 한다. 배우가 없다고 하지 말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운대'로 감독상은 받았다. 작품상에 대한 욕심은 없나.

▶나는 일찍 주제파악을 했다고 하지 않았나.(웃음) 나도 사람인데 왜 칸에 가고 싶지 않고 상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겠나.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열심히 만들다보면 결과는 나중에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로 왜 작품상을 못받겠나.

-차기작으로 '템플스테이' 외에 3D로 기획하는 작품이 있나.

▶물론이다. 우선 '템플스테이'는 미국에선 8000만불을 이야기하는데 3000만불로 만드는 게 1차적인 목표다. 국내 영화도 준비 중이다. 3D로 SF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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