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쌍 "음악도 예능도 우린 천상 노력파"(인터뷰①)

정규 7집 음원차트 싹쓸이… 11월 데뷔 15년만에 첫 콘서트도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1.08.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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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듀오 리쌍 <사진제공=정글 엔터테인먼트>
1. 무섭게 생긴 두 남자,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다.

2. 생각났다. 어째 주말에 TV에서 많이 본 얼굴들이다.


3. 이제 보니 15년 힙합음악만 매달린 고수들이었다.

4. 얼핏 보면 심드렁 한듯 보여도 은근히 다정하고 수다스럽다.

5. 거친 입담도 꽤나 솔직하다. 허나 음악 얘기엔 사뭇 진지하다.


위 5가지 항목들에 모두 "예스"라고 외친다면 이들은 리쌍일 가능성이 높다. 맞다. 리쌍이다.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해 준비를 마친 따끈따끈한 7집을 들고 온 두 남자. 선글라스를 벗자 친숙한 미소가 정겹다.

힙합 신에서는 잔뼈가 굵지만 이젠 예능인이란 수식어가 제법 어울리는 이들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녹인 '리쌍표' 힙합음악으로 돌아온 동갑내기 두 남자 개리(본명 강희건)와 길(본명 길성준)과 마주 앉았다.

2009년 이후 약 2년 만에 발표한 신곡 'TV를 껐네'가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곡들도 단숨에 제쳤고,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덕분일까. 예능 효과라고만 하기엔 새 음악이 매끄럽고 탄탄하다. 그래서 소감부터 물었다.

"오랜만에 가수 활동을 하는 거라 걱정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정말 행복하기만 하네요. 하하. 물론 예능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덕도 있겠죠. 예능감도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부쩍 늘었어요. 하루하루 보람되네요."(개리)

리쌍은 1997년 힙합그룹 엑스틴으로 활동을 시작해 허니패밀리를 거치며 음악팬들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파격'과 '솔직함'을 음반으로 옮긴 리쌍으로서의 행보가 더욱 강렬하다. 지금은 마니아층을 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그야말로 대중가수 리쌍. 그간의 행보가 분명 단발성 블록버스터는 아니었다.

"저희 예능 때문인지 확실히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나 봐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거든요. 초등학생들도 저희 이름을 부르면서 장난을 치기도 해요. 물론 기분 좋죠. 그간 부담도 느꼈는데 새 앨범에 대한 자신감도 부쩍 늘었죠."(길)

'리쌍표' 음악에는 슬픔과 흥겨움이 공존하는 그들만의 매력이 있다. '러쉬' '발레리노' '헤어지지 못하는 남자..' 등 이별을 노래한 리쌍만의 전매특허 음악이다. 이번 7집 타이틀곡 '나란 놈은 답은 너다' 역시 '이별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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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듀오 리쌍 <사진제공=정글 엔터테인먼트>


소위 말해 리쌍 음악은 소주 한잔을 부르는 '찰진 음악'이다.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가 신명나게 흐르고, 길의 거친 음색에 개리가 또박또박 랩을 찍어 내뱉자 감성은 움직인다. 그 아무리 천성이 차분한 사람이라도 감성이 꿈틀거릴 수밖에 없는 음악. 특유의 슬픈 멜로디가 가진 인생의 깊이가 한층 진지한 멋과 그루브의 무게감이 더해진다. 여기에 사랑과 이별, 슬픔, 그리고 기쁨 다양한 감정이 춤을 춘다.

이국적인 두터운 사운드, 힙합이란 장르에 틀을 가두기도 아쉽다. 사뭇 진지한 노랫말이 묵직함을 더하고 장르와의 결합도 꽤 매끄럽다. 분명 리쌍 음악의 정수다.

리쌍 음악은 다양한 감성을 아우르는 힘이다. 청량감 가득한 멜로디 라인과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관통하는 솔직하면서도 세련된 노랫말, 여기에 누구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중독성 있는 리듬 섹션까지, 리쌍의 젊은 음악은 명랑하면서도 깊은 내공을 뿜어낸다. 실력을 떠나 감각이 돋보였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신선함이 낳은 창작의 결과였다. 리쌍에게 음악적 영감의 원천에 대해 물었다.

"저희는 돌려서 이야기를 하지 못해요. 사랑에 대해서도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죠. 선공개한 'TV를 껐네'가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을 보고 '대중들이 솔직한 노래에 대해 갈증이 심했구나'라고 새롭게 느꼈어요. 특별한 것은 없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그냥 흔한 사랑이자 이별 이야기 아니겠어요?"(개리)

'TV를 껐네'는 윤미래, 인디밴드 10cm 등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곡으로, 감각적인 사운드와 세련된 슬로 템포가 돋보이는 힙합 곡. 본능에 치우친 남자의 심리와 여자의 이성적인 설득을 파격적인 표현법으로 풀어낸 노랫말도 절묘하다. 젊은 세대들은 이 노래의 솔직함에 열광했고, 리쌍이 대중의 심리를 간파한 결과였다.

육중한 리듬에 빠르게 쏟아지는 개리의 랩에는 리쌍 특유의 음악 문법을 가로지르는 독창적인 즐거움이 있다. 낭만적인 분위기에서 비범한 감각 또한 선사한다. 특히 랩과 힙합을 끼고 사는 마니아들이 아닌, 그냥 평범한 일반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그저 흥겹고 공감어린 잘 빠진 리쌍 특유의 솔직한 음악이 통한 셈이다.

솔직한 노랫말 때문인지 신곡은 활동을 앞두고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TV를 껐네'는 선정성을, '나란 놈은 답은 너다'는 노랫말이 비관적이란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리쌍은 노래를 고치거나 재심의를 신청할 계획은 전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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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듀오 리쌍 <사진제공=정글 엔터테인먼트>


"1997년부터 15년간 힙합음악을 하면서 저희 노래가 심의 통과를 하지 못한 경우는 숱하게 있었어요. 예전에는 더 심한 노랫말이 오히려 심의에 통과한 경우도 있었죠. 너무나도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심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한 단어만 수정하더라도 곡이 가진 느낌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랫말을 고치거나 재심의를 신청할 계획은 전혀 없죠."(개리)

리쌍의 새 음반에는 막강한 게스트들이 참여해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백지영, 10cm, 하림, 다이나믹 듀오, 정인, 강산에, 비지, 국카스텐 등 피처링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발라드,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뭉쳤지만, 리쌍의 소리와 만나니 묘하게 어우러졌다. 리쌍 고유의 색깔은 유지하되 신선한 이 결합은 멤버들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자극으로 돌아온 음악적 실험이었단다.

"요즘 음악들은 따로 장르를 구분하진 않아요. 저희 이번 앨범도 다양한 장르와 손잡았죠. 사실은 이미 지난해 7월에 앨범 작업을 거의 마쳤지만 저희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걸 엎었어요. 결국은 이렇게 만족스런 앨범이 나왔네요."(길)

우선 길이 멜로디를 만들어 놓으면 단번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때문에 지난 인생의 후회와 희망을 노래한 '회상'에는 슬픔이 가득한 백지영의 목소리가, 후배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강산에의 음성이 담기게 됐다.

또 후배 힙합 뮤지션들을 위한 자리도 따로 마련해 뒀다. 세상의 어두운 단면 속 희망을 노래한 곡 '독기'는 래퍼 도끼가, 'Am I'란 곡엔 신예래퍼 비프리를 초대했다.

"저희는 소외받는 장르 음악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세계적인 록 그룹 U2 보노가 '더 유명해져서 좋은 일 하겠다'고 말한 것처럼 저희도 그러고 싶어요. 저희 둘은 너무 힘들었던 예전 시절로 돌아가기 싫어서 요즘도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예능도 음악도 이 악물고 노력하고 있죠."(길)

올해로 가요계에 데뷔한 지 15년을 맞았다. 이쯤 하면 질릴 법도 한데 힙합 음악을 영원히 하겠단다. 또 아직도 하지 못한 것들에 마냥 설레어 하는 두 사람이다. SNS마케팅, 11월 있을 단독 첫 콘서트 등은 최근 둘만이 공유하는 키워드다.

"리쌍이 마음껏 부른 노래는 심의에 걸려 방송이 안돼요. 그래서 생각했죠.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티저 영상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법으로 팬들과 직접 다가가고 대화를 나눌 겁니다. 앞으로는 동영상과 사진, 마음대로 음악과 버무린 색다른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에요."(길)

두 남자의 마초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앨범이다. 무척이나 닮았지만 상반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단짝 개리와 길. 둘이 선사한 깊은 감수성과 음악적인 재치를 꿰어낸 인생사가 그려진다. 노랫말이 직선이라면 음악은 곡선이다. 실연의 아픔이 슬프다 못해 처절해도 묵직한 리듬을 타니 경쾌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리쌍 음악이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물었다. "저희는 예능할 때는 개그맨, 음악할 때는 뮤지션이에요. 카메라 앞에서는 까불다가도 집에 가서는 노트 펼쳐놓고 가사 쓰고 건반 앞에 앉아있는 것이 저희들의 일상이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저희 보면서 힘 한번 내시죠? 하하."

그리고 개리와 길은 외쳤다. '아수라발발타'!(7집 타이틀이자 원하는 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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