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심의 어떤가요? 전문가 5명에 물었다

박영웅 기자 / 입력 : 2011.08.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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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닛 현아, 십센치, 장혜진, 그룹 비스트(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기범 기자, MBC
가요 심의제도가 말썽이다. 여성가족부가 술, 담배 등의 가사가 들어간 가요에 무더기로 '19금' 딱지를 붙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맥락 없는 단순 잣대"라며 가요 관계자 및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요 심의제도, 정말 노랫말에 '술' '담배'만 들어가면 무조건 19금인가.

여성가족부 가요 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인 대중음악평론가를 비롯해 인기 작곡가, 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가요계 전문가 5명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작곡가 윤일상>

가요계의 유명 작곡가 윤일상은 현 가요 심의제도의 모호한 기준을 지적하며, 유해 판단의 기준이 되는 청소년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범수의 '보고 싶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등을 비롯해 쿨, DJ DOC, 젝스키스, 이정현, 브라운아이드걸스 등 국내 가수들의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인물이다.

"청소년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최근 여성가족부 음반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했는데 창작자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더라.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신의 노래에 대해 냉정한 기준을 들이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명 노래를 만드는 입장에서 현 심의제도는 창작 의욕과 사기를 꺾는 시스템이다. 가요만이 갖는 노랫말 내 심오한 의미나 내포된 문학적 흐름 등 수많은 작법이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건지 의심스럽다. 청소년들을 심의에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 홍승성>

비스트 포미닛 지나 등을 한류스타로 성장시킨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는 대중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가요계 관계자들과 팬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 심의제도라고 생각한다. 가요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대중의 생각과 시대의 분위기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이별을 맞은 연인의 심정을 밤새 술 마시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속상하다고 표현했을 경우가 그렇다. 직접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다양한 감정 표현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창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춤도 마찬가지다. 노래와 춤을 예술로 바라보지 않고 무조건 선정적이라고 바라보는 것부터 잘못이다.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하루 빨리 세워져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 씨는 심의제도를 아예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강 씨는 심의의 주체는 대중이며, 차라리 가요계 종사자들의 자율성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예를 들면 음악을 전파하는 PD들의 자체 심의제도 시행이다.

"심의를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심의의 주체는 대중이어야 한다. 그동안 대중은 진실성을 보여 왔다. 이들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올바른 선곡능력을 갖춘 음악 PD들이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리면 된다. 문제가 될 정도의 노래에 한해서는 충분히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현 심의제도는 나름의 발전은 했겠지만 시대와 동떨어진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우진>

현재 여성가족부 음반심의위원을 맡고 있는 성우진 음악평론가는 현 제도에 대해 일부 찬성하면서도 '유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또 여성가족부에 쏠리는 대중의 비판 의견들이 오해 속에 쏠림현상으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는 심의 과정을 설명하며 현 제도의 보완점에 대해 의견을 전했다.

"우선 개인적으로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어떤 회의도 마찬가지겠지만 9명의 음반심의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9명 중 5:4가 되거나 6:3이 되면 결과적으로 많은 쪽으로 의견이 통과된다. 따라서 분명 찬반의견이 존재한다. 제가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같은 의견을 내거나 동의했다는 식으로 비난받는 것은 조금 곤란하기도 하다.

반면 가요계 종사하는 평론가들의 주장에 따라 유해판정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 개인적으로 일부 단어를 두고 '유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선 반대다. '청소년 부적절'이란 표현이 옳은 것 같다. 사실 '19금'으로 정해놓으면 5세 6세 어린이도 대상에 속하는 것이 된다. 만약 제 조카라든지 아들이 제 앞에서 재롱을 떤다며 민망한 단어가 섞인 노래를 부른다면 저도 수긍하지 못할 것 같다.

여기에는 다른 매체들과의 차별점이 존재한다. 영상물이나 게임은 5세, 10세, 12세, 15세 이렇게 나눠서 구별되고 있는데 대중음악만 '19세'라는 하나의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완되어야 할 점이다."

<흑인음악 웹진 '리드머' 편집장 강일권>

음악 웹진 '리드머' 편집장이자 국내 흑인음악계의 전문가로 활동 중인 강일권 씨는 모호한 심의 기준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제안을 건넸다. 노랫말이라는 것이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이 담기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씨는 차라리 유해 단어 목록을 지정해 유해성을 지적하자고 제안했다.

"음악이란 예술에 대해 내포된 의미와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곡은 되는데 이 곡은 왜 안되느냐' 식의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뉘앙스를 풍기든지 간에 욕설, 마약류 등 유해 단어를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술, 담배가 아닌 세밀하고 구체적인 유해 단어 목록을 정해야 한다. 굳이 해당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다양한 표현 자유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6일 여성가족부 음반심의위원회는 십센치 '아메리카노'의 가사에 대해 담배 남용 미화, 건전한 이성교제 왜곡 등을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예쁜 여자와 담배 피고 차 마실 때'라는 대목은 담배의 남용을 미화했으며, '다른 여자와 키스하고 담배 필 때' 가사는 건전한 이성교제를 왜곡했다는 이유다. 음반심의위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아메리카노'는 성인인증을 받을 경우에만 음원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으며, 청소년 보호시간대인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는 관련 뮤직비디오나 영상 등의 상영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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