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다시 새로운 역사를 작성했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첫 100만 관객 돌파의 대기록을 작성한 '마당을 나온 암탉'이 기세를 이어가며 무려 20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거의 유일한 성공사례다.
알을 품으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 탄생한다 했을 때, 그 성공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마당을 나온 암탉'은 보란 듯 관객과 평단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찬란한 희망이 됐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만을 넘었다는 점은 그간 국내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마리 이야기', '원더풀 데이즈', '아치와 씨팍' 등은 호평에도 모두 흥행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오세암', '천년여우 여우비' 등도 마찬가지. 만화를 원작으로 했던 '신 암행어사'도 마찬가지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 앞서 개봉한 '소중한 날의 꿈' 또한 호평에도 불구 약 5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같은 실패의 역사 속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된다. 할리우드산 애니메이션이 쏟아진 올 여름, 마당을 나온 암탉은 고운 색감과 따뜻한 메시지를 가진 한국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매력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아카시아 꽃잎이 휘날리는 들, 생명으로 가득한 풍요로운 늪, 아늑한 찔레덤불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부드러운 색감으로 가득한 따뜻한 화면을 선사했다. 할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을 무리하게 쫓아가지 보다는 동양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아늑한 수채화 혹은 파스텔화 같은 느낌으로 완성시켰다.
볼거리에도 신경을 썼다. 암탉 엄마 아래에서 자라난 청둥오리 초록이가 다른 청둥오리 무리들과 '파수꾼'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주는 그 백미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하는 청둥오리의 경주는 카체이싱이나 드래곤의 활강보다는 아기자기하지만 기대 이상의 속도감과 박진감을 선사했다. 씬스틸러 수달 달수의 감초연기도 일품!
진저리쳐지는 양계장 풍경, 마당 안의 일종의 계급사회에 대한 묘사는 처음부터 이 애니메이션이 성인 관객을 끌어안으려 했음을 보여준다. 나와 다른 종(種)을 이해하고 공존하며 심지어 진한 모성애로 키워내기까지 하는 메시지 또한 묵직했다.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돌이켜보면 '마당을 나온 암탉'은 탄탄한 원작과 차별화된 볼거리로 어린이와 성인까지를 끌어안겠다는 야심의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성공은 아마 오래도록 충무로에 회자될 것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이 똑똑한 애니메이션이 열어제친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증명할 다음, 그 다음이 탄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