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 김병욱 PD와 그 일당들 "기대하지마!"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09.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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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연출진과 작가진.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찬주 PD, 김병욱 PD, 김영기 PD, 백선우 작가, 홍보희 작가, 이영철 작가, 장진아 작가, 송미소 구성작가 ⓒ홍봉진 기자 honggga@


"첫 방송을 앞둔 기분이요? 음, 실패에 대한 예감이랄까?"(김병욱)

일동 폭소가 터졌다. 분주했던 첫 세트 촬영일, '크크맨' 김영기 PD와 '조은몸'에서 '털난 여고생'으로 닉네임 교체를 고심 중이라는 조찬주 PD가 세트를 누비는 사이, '스텐레스 김' 김병욱 PD와 작가군단을 만났다.


'하이킥' 시리즈 내내 함께한 '새우등' 이영철 작가와 새로이 합류한 'Clara홍' 홍보희, '장지갑' 장진아, '청승글래머' 백선우 작가도 함께다. 약속이나 한 듯이 '기대감 낮추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 들뜬 막내 송미소 구성작가가 "너무 좋아요, 대박이에요" 한 마디 할라치면 "어허", "이게 아닌데" 여기저기서 각종 태클이 난무한다.

"이번이 유난히 큰 관심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요. '거침없이 하이킥' 땐 저희끼리 재밌다고 하고 밖에선 잘 모르셨고, '지붕킥'도 2년 뒤라 크게 그런 게 없었는데… 아무래도 전편 결말에 만족하신(?) 분이 많아서 더 큰 기대와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네요. 분위기가 너무 좋아 오히려 불안해요."(이영철)

그러나 '하이킥'에 대한 기대를 어찌 쉽사리 거두랴. 오는 19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2006∼2007년 방송된 '거침없이 하이킥', 2009∼2010년 방송된 '지붕뚫고 하이킥'을 잇는 시리즈의 3탄이다. 유쾌하고도 따뜻하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하이킥'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줄임말 제목을 사전봉쇄 하겠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또한 마찬가지다. 동업자의 배신으로 쫄딱 망한 일가가 처남 집에 얹혀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뼈대로,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의 이야기, 은밀한 땅굴 이야기를 얹었다. 제도권 교육에 염증을 느낀 소녀가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도 있다. 미리 본 대본 몇 개를 본 소감을 전한다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늘 강조하는 게 '섬씽 뉴'(Something New)예요. 무엇을 쓰든 하나라도 다르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죠.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있을까 싶지만, 비슷한 소재를 하더라도 새롭게 하자는 게 저희 팀의 주안점이라고 할까."(홍보희) "말이 되는 이야기. 웃기더라도 '공감'되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게 하려고 해요. 초반에는 많은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장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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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의 황정음 때만 해도 신선했던, 이젠 유행이 된 88만원 세대의 아픔도 조금은 다르게 그려가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한 장면을 보자. 3200만원 넘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백진희는 수정액으로 앞자리를 하나씩 지워 500원만 남긴다. 빚이 그만큼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이 코믹하면서도 애잔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건 '하이킥'이 동 세대와 호흡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동시대성이라. 시트콤이 그것마저 없다면 어쩌겠어요. 사실 하드웨어도 중요해요. 주인공들이 재벌이면 '시크릿 가든'같은 세트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럴 돈이 없어요! (일동 웃음) 판타지 담당은 판타지에서 해 주고, 저희는 꾸질꾸질한 현실 담당이에요. 그게 안 좋다는 생각은 안 해요. 가는 길이 다를 뿐인데, 하나 슬픈 건 '시크릿가든'은 OST며 다시보기가 지금도 팔리는데 '지붕킥'은…. 뒤가 끔찍해서 안 보나봐요.(일동 폭소) 네티즌 욕 먹는 거 정도야 가볍게…(일동 '안돼요!')"(김병욱)

캐스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윤계상 박하선 서지석 이종석 크리스탈 백진희 김지원 고영욱 줄리엔강, 이적…. 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마스코트나 다름없었던 할아버지 이순재가 빠지고,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도 사라졌다. 이야기가 보다 젊은 세대로 집중됐다.

'하이킥'이 신예 스타의 등용문으로 인식되면서 수많은 지원자가 몰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제작진들이 수개월간 오디션만 봤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실제로 500명 가까운 신예들을 보고, 1달 반 가량 기존 연기자 오디션을 치렀다. 모시기 과한 스타들은 제작진이 먼저 고사하기도 했다. "무조건 신인보다는 경쟁력 있는" 배우들을 뽑았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남자 배우를 뽑을 땐 "쌍꺼풀 없는 긴 눈에 흰 피부"만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에 김병욱 PD는 손사래를 쳤다. 남자 출연자들을 뽑는 데 미녀 작가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반대로 여성 출연자들은 남자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 너무 좋아요. 다 예쁘고 잘생겼잖아요. 계상이가 나무 아래서 배드민턴을 치는데 제가 정말 그랬어요. '내가 봐도 싱그럽다'고."(김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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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출연진 ⓒ사진=MBC


이제 첫 방송이 본격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긴장과 설렘은 제작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제 6개월은 죽었구나' 하는 체념도 함께한다. 백선우 작가는 "연애도 반 년은 접고 친구도 가족도 버리고 반 년을 바쳐보자는 생각"이라며 "모든 걸 걸어두고 올인할 거다. 인생 걸려고 한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기대감에 대해서만은 "기대하면 안된다"고 야단이던 김병욱 PD와 그 일당들이 본심이 담긴 한 마디씩을 했다. 물론 시트콤을 만드는 이들다웠다.

"기사마다 댓글을 다 읽었어요. 엄청 부담되더라고요. 깔깔깔 웃을 수도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예요. 흘러가는 대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관전 포인트는 음… 윤계상의 미소? 줄리엔의 몸? 강승윤의 피부?"(백선우)

"기대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높은 기대에 못 미치면 그것도 억울하잖아요. 보시는 분도 피드백이 있어야죠. 예쁜 애들도 많이 나와요."(이영철)

"관전 포인트라, 여러분이 찾기를 바라는데 그 덕분에 저희들이 모르는 걸 찾기도 하고 배우기도 해요. 새로운 발견, 많이 찾으시길 바랍니다."(김병욱)

새 '하이킥'이 "일상을 견디는 재미가 되길 바란다"는 장진아 작가, "끝나야 주제가 보이지 않을까요"라는 홍보희 작가의 이야기는 내내 마음에 남았다. 자, 그 첫 시작은 오는 19일. 최소 120부작이니 6개월은 '하이킥'과 함께 할 행복할 시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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