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 수국이란 희망을 줘서 감사합니다

[기자수첩]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09.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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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노지설 작가는 수국을 좋아한다. 담낭암으로 죽어가는 김선아는 사랑하는 남자 이동욱에게 수국을 선물한다. 이동욱은 사랑을 놓으려 수국을 치웠다가 다시 찾는다. 마지막 두 사람은 수국이란 희망을 키운다.

수국엔 애달픈 전설이 있다. 국이란 한 소녀가 있었다. 수라는 소년은 국을 너무 사랑했지만 수는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국은 수를 피해 산에 올랐다가 그만 절벽에 떨어진다. 수는 국에 손을 내밀지만 그 손을 잡지 못한 국은 그만 떨어져 죽는다. 수는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절벽에 몸을 던진다. 두 사람의 무덤에 예쁜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그 꽃을 수국이라 불렀다.


수국의 꽃말은 그래서 진심이다. 수국은 연한 자주색에서 하늘색으로 다시 연한 홍색으로 색이 변한다. 그래서 변덕이다. 수국은 진심과 변덕이란 상반된 꽃말을 갖고 있다. 사랑과 닮았다.

'여인의 향기' 속 수국은 김선아의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끝까지 곁에 두고 싶지만 그 남자를 위해 곁에 둘 수 없단 생각에 헤어지자고 한다. 그 마음은 변덕이다. 김선아와 이동욱이 함께 수국을 심는 '여인의 향기' 결말은 그래서 희망이다. 그 마음을 함께 키우고 함께 결말을 맺고자 한 것이다.

노지설 작가는 고추와 상추를 좋아한다. 노지설 작가가 2005년 한국방송작가협회 연수원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작품 '그녀가 웃잖아'는 안면마비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다.


남편의 빚 때문에 위장 이혼한 여자는 경찰인 줄 착각했던 스턴트맨의 사랑으로 위로를 받는다. 여자는 꽃집에서 사고 싶은 꽃을 사라는 남자의 말에 고추와 상추를 산다. 둘의 마음이 커갈 때 고추와 상추는 함께 자랐고, 둘의 마음이 상처를 받을 때 고추와 상추는 시들었다. 웃지 못하는 여자는 남자와 고추와 상추를 키울 때 사실 웃고 있었다.

고추의 꽃말은 친절이다. 상추의 꽃말은 '나를 해치지 마세요'다. 여자가 고른 남자의 마음은 친절이다. 나를 해치지 말아달라는 속마음이다.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는 여자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마음. 노지설 작가는 그렇게 고추와 상추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여인의 향기'가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암에 걸린 여자의 버킷 리스트는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렸다. 김선아의 진심과 변덕에 사람들은 애달파했다. 노지설 작가는 '그녀가 웃잖아'에서 고추와 상추로 주인공의 마음을 대신했듯이 '여인의 향기'에서 수국으로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했다.

암 환자는 수국 같다. 가족을 생각하고 삶을 생각하는 마음은 한결 같다. 그러나 아픔 때문에 변덕이 널뛰듯 한다. 그 수국 같은 마음을 가족들은 고추와 상추 같은 마음으로 받는다. 친절하고 싶고 상처주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래도 지친다. 희망은 그래서 중요하다.

태산도 무너뜨릴 것 같았던 '스파르타쿠스'의 앤디 윗필드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80년대 그라운드를 지배했던 '무쇠팔' 최동원 선수도 암으로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그들의 영정에 수국을 바치고 싶다.

그리고 '여인의 향기'를 고통스럽게 지켜봤을 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수국 같은 희망을 준 노지설 작가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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