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의 힘은 또 발휘될까.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제작 삼거리픽쳐스 판타지오)가 오는 22일 개봉을 앞뒀다. 2005년 광주의 청각장애학교에서 실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소재다.
'도가니'처럼 세간의 공분을 산 실제 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삼은 영화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들은 흥행에 성공하는 동시에 실제 사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곤 했다.
화성연쇄 살인사건에서 출발한 영화 '살인의 추억',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을 담은 '그놈 목소리',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다룬 '아이들…' 등이다. 2003년 '살인의 추억'은 525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고, 2007년 '그놈 목소리' 또한 300만명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아이들…' 또한 2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570만 관객을 모은 '추격자' 또한 유영철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스릴러였다. '이태원 살인사건'이나 '실종' 등도 영구미제사건, 충격적 실화 등을 소재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한 경우다.
물론 실화 영화가 범죄를 다루는 데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이야기를 그린 '역도산', 일본 무도계를 평정한 최배달을 그린 '바람의 파이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을 담은 '청연', 야구선수 감사용의 이야기 '슈퍼스타 감사용' 등 인물을 조명하기도 했고,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들을 담기도 했다.
10.26을 담은 '그때 그 사람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화려한 휴가', 북파공작원의 실화를 담은 '실미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2003년 '실미도'는 1000만, 2007년 '화려한 휴가'는 700만 관객을 모으며 크게 흥행한 바 있다.
감동의 스포츠 드라마 또한 관객이 사랑하는 실화 소재 영화로 태어났다.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팀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8년 초 개봉해 400만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은 '국가대표'는 2009년 무려 800만 관객이 관람한 흥행작이 됐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절절한 실화가 관객을 웃고 울린 셈. 이들 작품은 '스포츠 영화는 안된다'는 편견을 딛고 선 대표 작품들이 됐다.
실화영화의 인기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실화영화 자체가 가진 장점과 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사건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은 곧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탄탄하고도 현실감 넘치는 사건, 인물이 바탕을 이루는 만큼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탄생하는 경우도 많다.
'도가니'는 실화에 상상력을 더하는 대신 사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태어났다.
처참한 진실이 그대로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는 묵직하게 가슴을 친다. 때로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때로는 벅찬 감동을 안겼던 실화영화들은 이전에도 관객들의 진심과 공명해 왔다. 그 묵직한 진심은 이번에도 관객에게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