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워5' 김자윤 기윤주 김소희(위=감량전, 아래=감량후)ⓒ스토리온 제공 |
그들은 늘 주위의 안타까운 시선을 샀다. 게으르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았고, 얘기를 나눠보기 전에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이도 허다했다. 집에 나오는 것도 두려워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했다. '다이어트' 열풍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사람들이 살아가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스토리온 '다이어트워5'의 최종우승자 김소희, 합숙우승자 김자윤, 미스코리아 출신 기윤주의 이야기다.
촉망받는 커리어우먼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았던 김소희는 입사 이후 일에 완전히 올인한 탓에 불규칙적인 생활로 몸이 망가졌다. 살이 찐 후 예전 고객의 상가를 찾았다가 되레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너무 멋있다. 시집도 가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라"라고 말했던 그 고객은 80kg를 넘는 김소희를 보고 남편을 잃은 자신의 슬픔도 잊은 채 "시집은 어떻게 가냐"라고 위로했다고 했다.
음악을 사랑했던 북 디자이너 김자윤은 120kg에 육박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게 됐다고 했다. 이전에는 음악을 할 때 '훈훈한' 눈으로 봤던 이들이 '어라?'하는 시선으로 본다는 것. 섬세함이 요구되는 디자이너란 직업에 대한 신뢰도 줄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홍대에서 아무리 맘에 드는 옷을 봐도 사이즈 때문에 입을 수 없었던 것. 그는 "이젠 이태원에서 옷 안 사도 되는 게 제일 기쁘다"라고 말했다.
2002년 미스코리아 美 출신 기윤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었다. 그녀는 수년간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집에서 미동도 않고 살아왔다. 무용을 전공했었지만 통풍성 관절염 등 병으로 그마저도 힘들게 됐다. 치료해야했지만 돈을 벌수도 없었다. 그녀는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흘러갔다. 나를 최대한 망가뜨리면서 지냈다"라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대한민국 대표 미녀에서 70kg 뚱녀가 된 것도 폭식 때문이 아니라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8주 만에 각각 31.7kg(김소희), 16kg(기윤주), 42.5kg(김자윤)를 감량했다.
자신과의 경쟁, 타인과의 경쟁, 팀 내의 협동이 이뤄낸 값진 결과였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과는 친구하지 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살을 뺀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
김소희는 "나는 원래 FM 스타일이라, 10개 하라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10개를 채우는 사람이다"라며 "나를 위해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됐을 정도까지 뺐다"라고 전했다.
김자윤은 "김소희와의 경쟁이 많은 도움이 됐다. 누나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못 뺐을 거다"라고 김소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기윤주는 첫 회에 탈락했다. 최소 감량 때문에 떨어진 것이지만 사실 몸이 급속도로 나빠져 떨어진 것. 당시 김소희가 같은 팀이었던 기윤주를 지목해 떨어지는 바람에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기윤주는 "언니가 총대 메고 보내 준거다. 내가 너무 아프고 죽을 것 같으니까 언니 뿐 아니라 누가 1등하든 보내주자고 얘기했었다. 단지 같은 팀에서 1등이 나와서 최악의 드라마가 된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윤주는 "떨어지고 나서 A형 간염이 도졌다. 당시 간수치가 정상인의 40배에 달했다. 의사가 나으려면 2달은 잘 먹고 푹 쉬어야 했는데, 다이어트 때문에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다가 발등이 접힌 적도 있었다"라고 탈락 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다이어트워5' 김자윤 김소희 기윤주ⓒ스토리온 제공 |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자신감과 일상에 대한 활력을 되찾은 듯 했다.
김자윤은 "사진을 많이 찍고 있다. 뚱뚱했을 때와 지금 모습을 비교해서 남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자윤과 기윤주는 사진 촬영 중 틈이 날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었다. 달라진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는 듯 보였다.
기윤주는 "김자윤은 사람들의 시선도 즐겨서 일부러 '다이어트워5' 티셔츠를 입고 대형마트에 가기도 했다"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소희는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뚱뚱해지면서 친구나 가족도 멀리했는데 이제는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사고 싶은 것 있으면 산다"라고 기쁜 마음을 표했다.
김자윤은 합숙우승을 거뒀지만 최종우승은 김소희에게 뺏기고 말았다. 단 300g 차이 때문이었다.
김자윤은 "솔직히 우승할 줄 알았기 때문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합숙이 끝나고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300g 차이로 지고 말았다. 그 때 '아! 속옷만 벗었어도!'라고 후회했다. 너무 속상해서 울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속옷이 300g이 안 된다는 걸 알고 누나의 승리를 인정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상으로 돌아간 그들, 하지만 그들의 변화만큼 그들의 인생도 많이 변해 있었다.
뚱보였던 김자윤은 정상적인 체중에 들어섰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몸짱'에 도전한다.
김자윤은 "12월에 있는 일반인 보디빌딩 대회 '뷰티바디'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전이 살을 빼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몸짱에 도전한다. 더 욕심이 생긴다면 내년엔 선수들과 겨루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김소희는 "복직을 하더라도 삶의 우선순위는 일에 두지 않을 거다. 나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 상가에서 봤던 분도 꼭 다시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기윤주는 "운동하면서 운동 방식과 식단 등을 기록했다. 건강하지 않고 아픈 상태에서 했다. 아픈 사람들은 살을 어떻게 빼야 하는지 나만의 기록을 남겼는데 잘 된다면 책을 내보고 싶다. 내 다이어트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들은 '다이어트워5'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김자윤은 "새로운 나를 다시 찾게 해줬다. 시즌5 모토가 '디자인 유어 바디'인데 내가 디자이너다. 이제 내 몸을 디자인할 거다. '王'자도 만들고."라고 당당히 말했다.
기윤주는 "'다이어트워5'는 내게 남은 마지막 선물, 썩은 동아줄 같았다. 순탄하게 올라갈 수 없었기에 썩은 동아줄이었지만,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을 때 내게 기회를 줬기 때문에 선물이었다"라고 프로그램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김소희는 "예전의 나를 다시 찾게 해준 프로그램이다. 예전엔 사람들이 내게 다 당당하고 멋있다고 했다. 다시 그런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라고 행복함을 전했다.
특히 김소희는 남자에게 공개 프로포즈를 하기도 했다. 그녀는 "집에 맨 몸으로 들어와도 된다. 아무나 대시하셔도 된다. 대시 많이 해 주시면 그 중에서 잘 골라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그들이 달라진 건 단지 외모만이 아니었다. 잃어버린 인생을 찾고,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고,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다시 인생을 살게 됐다. 그들은 아직도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고도 헬스클럽에 들르겠다던 그들은 누구보다 건강하고 아름다웠다. 날씬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