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만 있나..실화영화가 불지핀 변화들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1.10.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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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도가니'의 도가니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을 재조명한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국감을 맞은 국회에선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경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나섰다. 인화학교는 6년만에 결국 폐교됐다. 장애 아동을 학대한 가해자들이 처벌조차 거의 받지 않고 호위호식 한다는, 잊혔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생긴 변화들이다. 관객들의 호응은 엄청나다. 이미 300만명이 관람했고, 주말까지 400만 관객을 넘길 기세다. 이들의 공감과 분노가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실화의 힘이요 영화의 힘이다.


잘 만든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때로 이렇게 세상을 움직이기도 한다. 단기간에 많은 관객이 한꺼번에 관람하는 영화의 파급력은 다른 매체에 비해 훨씬 크고 빠르기 마련. 그것이 우리 사는 세상 속 실제 이야기였을 때 힘은 더 커진다.

실화영화의 힘이 불 지핀 변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살인의 추억', '그 놈 목소리'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이형호군 유괴사망사건이라는 널리 알려진 미제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물이다. 결국 진실을 가려내지 못한 이들 사건은 모두 15년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두 영화는 미치게 잡고 싶은 범인을 쫓는 사람들의 담아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2007년 초 나온 '그 놈 목소리'는 '그 놈'을 잡겠다는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까지 했다. 영화만이 제기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변화는 이어졌다. 2007년 말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제사건을 다룬 다른 영화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개구리소년살해사건을 그린 '아이들…'은 비록 공소시효가 훨씬 지나 세상의 빛을 봤으나, 개봉 당시 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이 가두시위까지 벌이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반인륜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했다. 1997년 발생한 실제 사건을 다룬 '이태원 살인사건'의 경우 한미행정헙졍(SOFA)의 범죄인 재판 인도 관련 조항의 문제로 주한미군 군속 자녀인 미국 국적 용의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여줘 관객을 분노케 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첫 영화인 '실미도'는 쉬쉬하던 북파공작원 문제를 수면위로 끄집어내는 단초가 됐으며, 이어진 다른 1000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유해 발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실화 소재 영화들은 비인기 스포츠를 조명하며 선수들의 땀방울을 새롭게 바라보게도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핸드볼 팀의 실화를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국가대표' 등을 계기로 비인기종목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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