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중간결산]영화의전당 오픈..영사사고도 새집증후군?①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1.10.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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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출발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첫 주말을 보내고 반환점을 맞았다. 이번 영화제는 영화의 전당 시대를 맞아 기대와 우려가 교차된 채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영화의 전당은 부산영화제가 오랜 동안 갈구해온 숙원사업이었다. 2008년 10월 첫 삽을 뜬 뒤 3년만에 완공된 영화의 전당은 공사금액만 1678억 5000만원이 들었다. 3만2137㎡의 부지면적에 건축면적 2만2140㎡로 지상 9층, 지하 1층 규모로 한 눈에 정경을 담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개막작 '오직 그대만' 상영을 시작으로 운영을 시작한 영화의 전당은 그러나 염려했던 문제점들이 하나 둘 노출됐다. 지난 달 29일 개관식이 열린 지 일주일만에 영화제를 열다보니 개막식 당일 오전까지 마무리 작업을 할 만큼 촉박하게 일정이 진행됐다.

하늘연극장과 중극장 등 상영관 내에는 아직까지 페인트 냄새가 진동하는 등 새집증후군으로 여러 사람이 고생을 해야만 했다. '복숭아 나무' '달빛 길어올리기' '자두치킨' 등이 영사사고를 겪은 것도 일종의 새집증후군이었다.

세 영화는 영화 상영 도중 중단돼 결국 관객에 사과와 환불을 해야 했다. 관객과의 대화를 기다리던 '복숭아 나무' 구혜선 감독은 영사사고로 분노한 관객들 앞에 서서 대신 사과를 하기도 했다.


영사사고야 어느 영화제나 나올 수 있는 문제지만 이번에는 영화의 전당 운영 과정에서 나온 실수다. 영화의 전당에서 CGV로 디지털 파일을 송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영화제를 운영하기 위해선 영화의 전당을 시범 운영을 한 뒤 문제점을 살펴봐야 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개관부터 영화제 시작까지 일정이 너무 촉박해 시스템의 문제점을 일일이 체크하지 못하면서 영사사고가 생긴 것이다.

관객을 위한 부대시설이 없는 것도 촉박한 개관 일정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레스토랑 등 음식점과 편의시설이 들어서야 했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자리 잡지 못했다. 영화제 측에선 급한 대로 매점 등을 임시 운영했지만 큰 건물에 부실한 내용물로 영화의 전당을 찾은 시민들의 눈총을 살 수밖에 없었다.

개막식 오전까지 마무리 작업을 해야만 했던 영화제측도 이런 문제점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영화제 외적인 이유들 때문이었다.

개관식에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흔들리고 있는 부산 민심을 고려한 정치적인 퍼포먼스가 컸다. 문화에 무지한 정치가 가세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영화제를 찾은 관객에게 돌아갔고, 책임은 영화제가 떠안아야 했다.

한진중공업이 지은 영화의 전당이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인 이튿날, 한진중공업 해고사태로 고공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씨를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부산을 찾은 것도 아이러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내실은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 예매율은 전년보다 증가해 매진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개막작 '오직 그대만'을 비롯해 송혜교 주연 '오늘', 김기덕 감독의 '아멘', 구혜선 감독의 '복숭아 나무' 등이 전회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선정된 '무협' '더 레이디' 등도 예매율과 현장 판매에서 인기가 높다.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거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은 영화제 초반 상당한 반향을 얻고 있어 수상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멜랑콜리아' '레스트리스' '파우스트' '노벨상 메달도둑' '마이 백 페이지' '미츠코, 출산하다' '인세퍼러블' '자두키친' 등도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영화제를 이끈 동력인 영화 팬들은 올해도 변함없이 영화제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쏟고 있다. 최근 세계 영화계의 화두인 3D와 관련한 컨퍼런스와 토론 등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어졌다.

이번 영화제에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등 주요 부문에 초청된 영화들 상당수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제가 주목하고, 또 영화제를 주목하는 영화들이 공교롭게도 곧 관객을 만난다는 것도 이채롭다. '오직 그대만'을 비롯해 '오늘' '무협' '더 레이디' '완득이' 등이 10월,11월 국내 개봉한다.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와 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는 영화가 공존하는 것도 부산영화제의 한 묘미다.

부산영화제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장한 만큼 영화제를 통한 홍보 이벤트도 상당했다. 28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된 '마이웨이'와 100억원이 투입된 '비상, 태양 가까이', 한일 합작영화 '길, 백자의 사람' 등이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길거리에선 '신들의 전쟁'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틴틴' 포스터로 도배한 셔틀버스가 운행됐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란 법, 홍보도 마찬가지다. 내년 개봉하는 '태양,가까이'가 영화제 개막 직전에 제작보고회 일정을 잡은 것은 11일 입대하는 비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꼼수였다. 뉴커런츠 심사위원인 오다기리 조가 이런저런 홍보성 행사에 지나치게 불려다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힐 만하다.

판빙빙과 탕웨이, 금성무 등 중국스타들이 공식기자회견에 잦은 지각을 한 것도 영화제 초반 오점으로 꼽힌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개막식에서 파격노출로 화제를 모은 오인혜를 비롯해 영화인들의 희망버스 응원, 장동건과 송혜교, 장근석 등 한류스타들의 출연 등으로 초반부터 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10일부턴 아시안필름마켓과 영화의 다보스포럼을 꿈꾸는 부산영화포럼이 개막한다. 14일 폐막식까지 또 다른 영화의 이야기들은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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