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식의 김슬옹(왼쪽)과 김정우가 15일 KBS 2TV '톱밴드' 우승 직후 상금과 부상을 받은 모습 <사진=KBS> |
"감성을 자극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는데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은 처음이다."(유영석)
"2인조 사운드 임에도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파괴적이고 가장 천재적이다."(김종진)
2인 밴드 톡식(Toxic)이 지난 15일 열린 KBS 2TV 밴드서바이벌 '톱밴드' 결승전에서 POE를 누르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이들의 우승을 의심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만큼 이들이 그간 보여준 모습은 앞서 심사위원들이 언급했던 것처럼 본능적이자 천재적이었다.
김정우(25, 보컬·기타·키보드)와 김슬옹(20, 보컬·드럼). "우리만의 음악을 해보자"며 지난해 9월 톡식을 결성한 이들은 꼭 1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혹자들은 아이돌 같은 이들의 잘생긴 외모가 시청자문자투표에 기반한 요즘 오디션프로그램에 잘 맞았고 결국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팀 결성 후 '톱밴드' 우승까지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피나는 연습을 했다는 것을 안다면 그 '노력'을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다. 김정우는 "노력이 성공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결국 이들의 이번 우승은 '운'이 아닌 '노력', 그리고 이에 따른 실력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결승전 직후 톡식을 만났다.
톡싱의 김정우 <사진=KBS> |
"음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울컥"
-우승한 소감은.
▶(김정우) 믿기지가 않는다. 너무 감사하다. (김슬옹)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도 또 계속 경연이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 주에도 또 와야 할 것 같다.
-김정우는 마지막에 소감을 말하면서 감정이 울컥한 것 같던데.
▶연주하면서 앞에 방청하러 오신 분들 표정을 봤는데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다. 저희가 음악으로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처음에 시작할 때 24강에 드는 게 목표라고 했는데 우승했다. 우승을 예상한 시점은 언제인가.
▶(김정우) 사실 오늘 무대까지도 우승을 생각하고 오지는 않았다. 그냥 매 무대마다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저희 음악을 많이 보여드릴 기회가 별로 없다. 톡식의 음악 자체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감사하며 했다.
-탈락 위기였다고 생각한 순간은 없었나.
▶(김슬옹) 누가 보나 16강전 상대인 브로큰 발렌타인(브로큰 발렌타인은 2009년 아시안 비트 그랜드 파이널 대상에서 베스트 작곡상을 수상하는 등 이번 '톱밴드'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과 경연을 펼칠 때일 것이다. 진짜로 연주를 1000번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갔다. 이번 '톱밴드'를 통해 사람은 노력을 통해 성공에 이른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톡식의 김슬옹 <사진=KBS> |
"우리 수준 확인해보려 도전..우승할지 꿈에도 몰랐다"
-우승이 결정됐을 때 정원영 코치가 뭐라고 했나.
▶(김정우) 이제 끝났다. 수고했다. 다 됐다. 푹 쉬라고 했다.
-정원영 코치가 밴드에 어떤 도움을 줬나.
▶(김정우) 정원영 선생님은 정말 많은 음악을 들려주셨다. 2인조 음악이든, 3인조 음악이든, 빅 밴드 음악이든 너무나 많은 음악을 들려주셨다. 2인조로 할 수 있는 넓은 상상력을 많이 이끌어내 주셨다. 그런 것들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톱밴드'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 같은 건 없었나.
▶(김슬옹) '톱밴드'를 하나 안하나 잃을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정우형과 제가 우리 레벨이 어디까지인지 이번에 실험을 해볼까하는 생각에 참가하게 됐다. 점점 올라가다보니 오기가 생겼다. 이 자리까지 올지는 꿈에도 몰랐다.
-'톱밴드'를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김정우) 자신감, 경험이다. 생방송으로 8강부터 연주한 곡이 4곡인데, 생방송으로 4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큰 경험이었다.
(김슬옹) 준비를 하며 편곡 등을 하면서 저희끼리 호흡 자체가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 됐다. 아이 콘택트를 하며, 주고받으면서 점점 서로를 확실히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톡식의 김정우 <사진=KBS> |
◆"'슈스케3'? 나갔으면 노래 못해 떨어졌을 수도"
-팬들이 많이 생겼다.
▶(김정우) 너무 감사하다. 좋은 음악을 그분들한테 계속 들려드려야 할 것 같다. 외모든 음악적인 것이든 제가 생각하는 것이든 어떤 것을 좋아하든 결국은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톡식은 외모나 실력이나 록 스타가 될 만한 가능성이 큰 것 같다.
▶(김정우) 밴드를 하는 사람 중에 록 스타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퀸의 웸블리 공연 DVD 같은 것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될 수만 있다면 정말 되고 싶다. 하지만 음악을 돈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김슬옹) 합주를 하다가 자주 장난치는 게 있다. 정우 형이 '슬옹아 우리가 만약 록 스타가 되면 이렇게 하는 거야. 슬옹아 어디야?' 하면 전 '어 나 뉴욕이니까 하와이에서 만나' 그런다. 그럼 정우 형이 '하와이에 도착하면 내가 비행기 하나 띄어줄 테니 타고 와라' 이런 식이다.
그런 목표 의식을 갖다보니 음악 하는 게 점점 재밌고 또 음악을 알아가면서 저희도 모르게 열심히 하는 거다. 정우 형과 마찬가지로 돈 벌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인디밴드를 왜 하겠나.
-톡식 같은 경우는 상대적으로 자작곡이 적어 아쉽다는 평이 있었는데, 결승에서 맞붙은 POE는 자작곡이 많다.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김정우) 그렇지는 않았다. 늘 저희가 가진 자작곡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김슬옹) 이 부분에서는 대해서는 결승전에서 심사위원들도 취향의 차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결국 취향의 차이, 색깔의 차이인 것 같다. 톡식이 만들면 톡식의 음악이고 POE가 만들면 POE의 음악인 것이다. 저희 음악을 들으신 분들이 좋다고 하시면 저희 음악이 좋은 것이고 들으신 분들이 나쁘다고 하시면 나쁜 것이다.
-우승 소감을 얘기할 때 예리밴드 리더 한승오에 감사하다고 했는데 친분이 있나(예리밴드는 Mnet '슈퍼스타K3' 톱10에 올랐지만 제작진의 편집방향에 대한 불만으로 이를 포기했다. 이들 대신 재경연을 거쳐 버스커버스커와 헤이즈가 합류, 톱11에 올랐다).
▶(김정우) 톡식의 시작 이전부터 항상 승오 형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19살 때 승오 형 동생이 하는 합주실에서 연습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너무 감사한 분이다.
-예리밴드 한승오는 '슈퍼스타K3'를 나갔는데, 서로 어떤 대회에 나가자는 얘기가 사전에 있었나.
▶(김정우) 승오 형이 '슈퍼스타K3' 나갈 때 '톱밴드'가 생겼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김슬옹) 계획적이라기보다는 기회가 되서 하게 됐다.
-톡식이 '슈퍼스타K3'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김정우) '슈퍼스타K3'에 밴드 부문이 있는지 몰랐다. '슈퍼스타K3'에는 저희가 나갔으면 안됐을 거다. 노래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노래가 안되지 않나(웃음).
(김슬옹) 밴드 부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도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나가는 건 아닌 것 같다.
톡식의 김슬옹 <사진=KBS> |
"톡식의 색깔 지킬 수 있다면 대형 기획사도 갈 수 있다"
-기획사들의 러브콜이 많다는 얘기가 있는데.
▶(김정우) 이제 결승이 끝났다.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 오늘은 일단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웃음).
-특정 기획사까지 언급되며 접촉을 했다, 또 다른 기획사는 영국 유학을 제안했다고 하는 얘기도 있다.
▶(김정우) 저는 그런 부분에 있어 들은 바가 없다.
-소위 말하는 SM, YG, JYP 등 가요계 빅3 영입 제안이 온다면.
▶(김정우) 지금 톡식의 색깔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가요 음악에 편향돼서 곡을 만들고, 곡을 쓰는 것은 싫다. 가요도 많이 써보고 여러 가지 해봤는데, 대한민국 가요계의 트렌디한 음악들을 강요한다면 톡식만의 색깔이 사라질 것 같다. 만약 가요를 잘한다면 가요를 할 의향도 있지만 지금 색깔의 음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김슬옹)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거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저희 음악을 할 것이라고 말씀 드릴 수밖에 없다. 정우형이 좋아하는 음악과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합쳐 진 게 톡식이다. 그 톡식의 음악을 앞으로 계속하고 싶다.
-앨범 발매 계획은?
▶(김정우) 앨범은 항상 계획이 있었는데 상황이 안됐다. 돈이 없거나 그랬다. 사실 앨범 내기가 쉽지 않다. 앨범을 내고 싶어도 들어 줄 사람이 없어 못 냈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싶다. 톡식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서로의 역할을 바꿀 생각은 없나.
▶(김정우) 슬옹이가 더 잘 어울리는 곡은 당연히 슬옹이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한테 잘 어울리는 곡은 당연히 제가 노래를 하고. 그런 것에 있어서 서로 누가 노래를 해야 한다는 법칙은 안정해 놓았다.
(김슬옹) 드럼이 필요할 자리, 제가 필요한 자리에는 제가 들어간다. 기타를 치거나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정말 많이 힘들 때가 있다.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이 있어야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드럼이니까 정우 형이 노래를 하면 제가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톡식의 김슬옹(왼쪽)과 김정우 <사진=KBS> |
"본능을 자극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 2인 록밴드)의 레퍼런스를 취한 것은 유지가 되나(2인 밴드 톡식은 일부에서 화이트 스트라입스를 따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정우)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사운드 메이킹만 레퍼런스를 섞은 거다. 저희 레퍼런스는 산울림이다. 뮤즈, 산울림 이런 밴드를 레퍼런스로 삼고 있다.
-2인조 편성에서 기타, 건반과 드럼의 조합은 계속 유지가 되는 것인가.
▶(김정우) 그렇다. 건반 말고도 SPD라는 샘플러, 카오스 패드도 사용하고 있다. 악기는 저희 음악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넣을 생각이다.
-5개월간 경연에 집중했는데 끝나고 나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있나.
▶(김정우) 일단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자고 싶다.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5개월간 항상 경연한 것이 아니라 인디 밴드다보니 클럽 공연을 계속 병행하면서 하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공연 준비 열심히 해서 많은 분들께 저희 음악을 들려드릴 생각이다. 다음 주부터 다시 공연시작이다.
-우승상금 1억 원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
▶(김정우) 슬옹이 할머니가 강원도 시골에 사시는데 집도 보수해야 하고, 치아도 고치셔야 한다(웃음). 저는 그걸 제작비로 앨범을 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심사평은 무엇인가.
▶(김정우) 최종 예심에서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들은 유영석 심사위원이 한 말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밴드는 많이 봤는데 본능을 자극하는 밴드는 이 밴드가 처음이다'라고 했다. 그런 밴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