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울랄라·장혁, 이들 몸짓에 열광하는 이유

[김관명칼럼]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1.10.2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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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병만 울랄라세션 장혁


발레리나 강수진의 터지고 뒤틀린 발가락, US오픈에서 해저드 근처에 떨어진 공 처리를 위해 양말을 벗은 박세리의 검게 탄 다리, 2002 한일월드컵에서 칭칭 붕대를 동여맨 황선홍의 엉킨 머리카락..

우리는 이러한 '몸'에 늘 감동 받고 열광한다. 투박하고 거칠고 땀 냄새 폴폴 나는 이들의 '몸짓'에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연예계도 예외는 아니다.


'달인' 김병만. 말주변으로는 최효종이나 강성범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몸매와 얼굴로는 허경환을 넘볼 수 없는, 단신의 개그맨 김병만. 하지만 그가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살가운 풍경을 그리고, 텀블링으로 '개그콘서트' 무대를 휘저을 때 청중은 큰 박수를 쳤다. 이건 '16년 동안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달인' 등 코믹 설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가 본 것은 듣기에 좋은 가식이나 허언이 아니라, 그의 솔직하고 성실한 그래서 진정한 '몸짓'이었기 때문이다.

종영한 SBS '키스앤크라이'에서는 더욱 셌다. 찰리 채플린 분장과 의상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생전 처음 타본 피겨스케이팅에 최선을 다한 그. 부상을 입고서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그. 안쓰럽기조차 했던 찡그린 얼굴의 그에게서 우리는 두세 치 혀나 잔머리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의 정직한 몸과 몸짓이 선사하는 지고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최대 화제를 몰고 다니는 4인조 퍼포먼스그룹 울랄라세션에서도 우리는 노래가 아니라 '몸짓'을 봤다. 잘 다듬어진 세련된 걸그룹 댄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 흥분과 감동.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정교한 아크로바틱 군무이면서도 그렇다고 사회주의 체제의 서늘한 집단체조도 아닌 울랄라세션만의 파릇한 몸짓. 우리는 그들에게서 음악과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20대 남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제스처를 보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 '미인' 무대에서 보여준 그들의 의상과 분장은 얼마나 키치적이었나. 70년대 말 디스코열풍 때나 봤을 법한 '촌스러운' DJ 모습과 사방을 과도하게 찔러대는 역시 '촌스러운' 춤동작까지. 그럼에도 당시 경희대 평화의전당을 가득 메운 3000여 청중은 "울랄라세션"을 연호했다. 그들에게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땀 냄새를 맡았으니까. 승부는 이미 그때 결정됐다.

장혁도 '몸짓'에 관한한 김병만이나 울랄라세션에 못지않다.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아버지를 잃은 똘복이에서 복수심에 사로잡힌 겸사복 강채윤으로 변모한 장혁. 지난해 '추노'에서 진작 확인한 것이지만 그는 목표를 위해 오로지 한 곳만을 쳐다보며 돌진하는 수컷, 짐승남, 야생남에 다름 아니다. 활공술이라는 전설의 비기로 땅을 박차고 담장을 뛰어넘는 액션은 차라리 군더더기 아닐까. 장혁의 진가는 대사까지도 온 몸으로 표현해내는 그 눈빛과 몸짓의 진정성에 있다.

하긴 예전 '개콘'의 마빡이형제들도 비슷한 감동을 줬었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얼굴을 때리고 머리 위 손뼉을 치는 그 너무나 단순했던 동작들. 그러나 '마빡이' 정종철이 결국 비실비실대며 쓰러지고 '대빡이' 김대범이 헉헉 턱턱 숨까지 막혀버렸을 때, 시청자와 청중은 웃다가 울컥했다. 연기나 거짓이 아닌, 몸짓이 전하는 진정성과 잠시나마 통째로 만난 것이었으니까.

'달인'급 재주를 선보이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은 몸으로 연습했을 김병만, 노래에 맞춰 역시 수백 수천 번은 몸으로 맞춰봤을 울랄라세션, 오로지 한 곳만을 향해 가는 수컷을 표현하기 위해 수백 수천 번 몸으로 연기했을 장혁. 리쌍이 옳게 말했다. 감동이란 놈은 답은 몸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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