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령 홍경준 이재훈 김인석 문석희ⓒ이기범 기자 |
"'개콘'도 죽기 살기로 했지만 '코빅'은 더 열심히 해요. 등수로 바로바로 보이는 거니까. '개콘'은 감독님한테 통과된 후부터는 변화 없이 쭉 가는데 이건 매주 한 등수 올리기 위해서 바꾸고 시도를 많이 하니까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끝까지 가자는 생각이에요"
tvN '코미디 빅 리그'(이하 '코빅')의 개통령(김인석 이재훈 홍경준 문석희)은 일본어와 한국어가 갖는 묘한 교차점으로 재미를 주는 팀이다.
"요시키요", "와따시노(왔다신호)", "싸쓰요(쌌어요)" 등 한국어를 일본어처럼 발음한 노래가 재미의 포인트. 곱씹어 생각할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묘한 개그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쇼핑몰에서 개통령 팀을 만났다. 프로그램과 팀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코믹 콘서트에 오르기 전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저희 개그가 현장성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공연하는 게 효과적일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김인석)
개통령은 지금에야 종합순위 5위로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사실 첫 회에서 10팀 중 9위를 차지해 충격을 전하기도 했다. 워낙 쟁쟁한 개그맨이 출연하긴 하지만, 방송 직전 출연 개그맨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팀은 개통령이었기 때문.
"처음엔 저희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그래서 문석희가 좋은 팀에 꼈다고 좋아했는데 첫 방 때 9등을 해서 난감했죠." (홍경준)
"첫 주에 9등하고 바꾸려고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업그레이드해서 MR도 넣고 백댄서도 넣고 해서 더 밀고 갔죠. 오랜만에 개그를 하는 거라 열의를 갖고 하는 건 사실이에요. 전 3~4년 정도 쉬었고 이재훈은 5~6년 만에 하다보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의상도 직접 사고 음악도 직접 다 해요. 일이라기보다 다른 느낌이에요." (김인석)
'코빅'은 프로그램 기획 초반에 '나가수' 개그맨 판으로 알려졌다. 3사 개그맨들이 총출동해 서바이벌을 펼치고 1등을 가리는 포맷 때문.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코빅'에는 '나가수'의 긴장감 대신 개그맨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이 더 엿보였다.
"'나가수'랑 비교되는 것도 있는데, '나가수' 7위와 '코빅' 7위는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나가수'는 그 안에서 같이 경쟁하는 것 같은데, '코빅' 하위권은 또 다르죠. 웃음과 노래 차이 같아요. 코미디라는 장 자체가 유쾌하게 열리는 거니까, 그런 걸 시청자들에게 바라는 마음이죠." (이재훈)
"그냥 다 같이 즐겼으면 좋겠어요. 경쟁이지만 서로 아이디어도 주고 도와주는 것도 있어요." (김인석)
지난주 무대엔 이례적으로 컨츄리꼬꼬 출신 탁재훈이 특별출연했다. 에스파파로 불렀던 '참 다행이야'에 맞춰 코믹 무대를 선보였다. 하지만 열연에도 불구 안타깝게 순위는 더 떨어졌다고.
"탁재훈 형이 직접 나오고 싶다고 했어요. 방송하기 전에 이런 개그를 준비한다고 하니까 써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로 좋아했죠."(홍경준)
"그때 탁재훈 형이 SBS '밤이면 밤마다' 하고 있을 때였는데 자기가 써도 되냐고 물었었어요. 시작하면 쓰라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밤이면 밤마다'가 없어졌더라고요." (이재훈)
"도와주겠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죠. 의상도 저희랑 똑같은 거 직접 입으시고. 그런데 게스트 쓰면 안 좋다고 해서 쓰기가 조심스러워요. 떨어질까봐. 승점이 두 배니까 8, 9, 10회를 노리고 있어요. 게스트를 쓰든 어떻게 해서든요." (김인석)
현재 압도적인 1위는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옹달샘. 덕분에 다른 개그맨들의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당연한 것 같아요. 유브이로 잘 돼 있고 흐름도 있는데다 잘 나가니까. 언젠가 꺾이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유상무와 동기인데 상무가 오프멘트를 칠 때 조금이라도 분위기 잘 잡아주려고 도와줘요." (홍경준)
'코빅' 연출을 맡은 김석현PD는 KBS 2TV '개그콘서트'를 만든 일등공신. 개통령 멤버 대부분이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이니만큼 이점도 클 것 같았다.
"PD님이 파악을 잘 하고 계시니까 누가 하는 게 좋겠다고 정해주세요. 성향 파악해서 조율해주는 역할이 있죠. 그냥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이래서 재미없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해줘서 좋아요. 그냥 까기만 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좋죠." (김인석)
개통령은 아이디어 회의 종종 해외에 대한 꿈을 꾼다고 했다. 그래도 여전히 쉬는 것보다 개그에 대한 열정이 더 큰 듯 보였다.
"끝나면 해외여행 갈 생각이에요. 영화 '콜렉트럴' 보면 주인공이 택시에 몰디브 사진을 걸어놓고 힘들 때마다 몰디브에 간다고 생각하면서 버티는데, 저희도 아이디어 짜다가 안 나오면 여행사 전단지 보면서 풀어요. 오랜만에 개그 열심히 해 보는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있어요." (김인석)
짧은 인터뷰를 끝낸 후 개통령은 무대에 올라 깜짝 이벤트와 공연으로 관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코빅'을 접하지 못한 이들도 아이디어 결정체인 가사를 되새기며 웃고 또 웃었다.
개통령이 옹달샘의 독주를 막고 맹활약할 수 있을 지, 1억원의 상금을 받아 해외여행에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