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을 가진 시청자…드라마 제작진 '이중고'

하유진 기자 / 입력 : 2011.11.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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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시청자들이 달라졌다.

완성된 프로그램을 눈으로 즐기던 수동적 시청자들 대신 날카로운 눈으로 프로그램의 부족한 점과 문제점을 집어내는 능동적인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이제 시청자는 한 개인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치고, 이슈를 양산하는 일종의 집단으로서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SBS '천일의 약속'의 수애 의상 논란도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시청자로부터 시작됐다. 극 중 동생과 둘이 살아가는 가장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명품 의상과 소품을 입고 나온다는 지적에 SBS측과 수애가 나서서 입장을 밝혔다. 예전 같았으면 '드라마가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일이다. 현실성을 감안해 보겠다는 지적이자, 제작의 작은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SBS '폼나게 살거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가난한 형편으로 어머니를 존엄사에 처하게 되는 내용을 담은 이 드라마의 어머니 모성애(이효춘 분)는 6인실이 아닌 1인실에 입원해 있다. 가난하다는 극중 설정과 대치되는 부분. 시청자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입장은 또 다르다. 6인실을 이용할 경우 더 큰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보조 엑스트라 출연료가 들어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상황. 1인실이 6인실보다 저렴한 셈이다.


지난해 종영한 KBS 2TV '추노'에서는 언년이(이다해 분)가 도망 중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지나치게 깨끗하고 밝아 문제가 됐다. 게다가 사극인데도 불구하고 매니큐어를 칠한 장면이 나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논란이 일었다.

시청자들의 지적은 제작에 신중을 기하게 하는 바도 있지만, 지나친 제재로 제작에 걸림돌이 된다는 입장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기관의 제재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눈까지 고려해야 하니 제작진으로선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 지나친 현실성의 잣대는 어디까지나 '픽션'이라는 본질에 대치되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매의 눈으로 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시청자에게는 지적을 위한 지적이 아닌, 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포용력 있는 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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