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가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혼성듀엣 투개월의 탈락으로 이제 4인조 퍼포먼스 그룹 울랄라세션과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상금 5억원을 놓고 오는 11일 최종 자웅을 겨루게 됐다. 누가 됐든 우승팀이 몰고 올 국내 가요계의 가능한 변화들을 미리 살펴봤다.
울랄라세션=제2, 제3의 퍼포먼스그룹 탄생할까
울랄라세션은 지난 4일 톱2 결정전에서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를 불렀다. 그리고 심사위원 이승철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하면 반칙이지!"
임윤택 박승일 김명훈 박광선의 울랄라세션은 '독설가' 이승철로부터 '반칙'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이미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였다. 신중현의 '미인'에서는 70년대 디스코풍 복고 무대로 관객을 까무러치게 했고, 이승철의 '서쪽하늘'에서는 故장진영의 마지막 작품 '청연' 삽입곡답게 처연한 무대로 관중을 숙연케 했다. 그리고 '스윙 베이비'에서는 한 편의 완벽한 뮤지컬을 선사했다.
이들의 매력은 "춤을 출 수 있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이라는 평가로 요약된다. 보컬을 주로 한 가수들 못지않은 가창력에 아이돌 댄스그룹을 오히려 능가하는 댄스 실력을 갖췄다는 얘기. 댄스의 창의력과 곡 해석능력은 아이돌을 뛰어넘는다. 이들의 무대 위 몸짓을 '댄스'나 '춤'이라 하지 않고 '퍼포먼스'라 부르는 이유다.
울랄라세션이 '슈스케3'에서 우승하면 이는 곧바로 신개념 '퍼포먼스 남성 4인조 그룹'의 프로무대 진입을 뜻한다. 여기서 '퍼포먼스'란 ▶몸을 이용한 화려한 무대 ▶곡에 맞는 무대 연출력 ▶볼거리에 못지않은 탄탄한 가창실력 ▶군무에 버금가는 멤버들의 통일된 컨셉트 댄스 등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보컬마저 이들에게는 '퍼포먼스'의 한 아이템일 뿐이다.
어쨌든 울랄라세션은 기존 가수들의 지형도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현재 가요계, 특히 음원시장은 대체적으로 아이돌그룹(소녀시대 시크릿 씨스타 오렌지캬라멜 2NE1 노을), 대형 솔로가수(이승기 성시경), 보컬그룹(브라운아이드걸스 포맨 먼데이키즈 다비치) OST가수(지아 백지영), 힙합가수들(윤미래 타블로 리쌍), 인디밴드(10cm)가 나눠가진 상태.
울랄라세션을 통해 '퍼포먼스 그룹'의 무한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이 기존 가수들 틈을 비집고 '퍼포먼스 그룹'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가수군(群)이 잇따라 등장할 확률이 높다. 이는 '코리아갓탤런트'의 팝핀여제 주민정양이 '보컬' 최성봉을 누르고, 현란한 팝핀댄스와 검은 선글라스, 번쩍이는 무대의상으로 우승의 영예를 안은 것과 맞닿아있다.
이들이 넘어야 할 벽도 있다. 버스커버스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선보인 무대는 기존 히트곡의 리메이크 무대였다는 것. 이들이 '낯선' 자작곡이나 신곡으로 무대를 섰을 때에도 '익숙함'이라는 리메이크곡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뮤직비디오나 방송무대가 아닌, 오디오만으로 음원이나 음반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킬지도 미지수다.
버스커버스커=K팝 밴드 부활의 가능성
기타·보컬(장범준), 베이스(김형태), 드럼(브래들리)이라는 최소 구성으로 우여곡절 끝에 결승전까지 진출한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 만약 이들이 우승한다면 이는 FT아일랜드나 씨엔블루 등 '아이돌 밴드'를 뛰어넘는 '밴드 아이돌'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것도 '홍대 요정'의 피처링이 있어야 그나마 '판'이 팔리는 여느 '원맨 밴드'가 아닌 자력으로 생존이 가능한 온존한 '밴드'로서.
그리고 이들은 지난 '막걸리나' 무대로 그들의 실력이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윤종신의 다소 조용한 원곡을 신나고 파격적인 밴드음악으로 변모시킨 것은 '훈남 아이돌'이 아닌 '밴드 리더'로서 장범준의 가능성을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사건. 오죽했으면 윤종신이 "장범준의 창의적인 생각에 감동했다. 발상을 전환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말했을까.
맞다. 이들은 밴드인 것이다. 60년대 말 신중현의 애드포로 시작해 키브라더스, 키보이스, 히식스, 검은나비, 데블스, 템페스트를 거쳐 77년 산울림으로 정점을 찍고, 80~90년대 들국화, 작은거인, 송골매, 무당, 마그마, 백두산, 시나위의 전성시절을 지나 부활과 YB, 그리고 인디신의 갤럭시 익스프레스, 델리 스파이스, 검정치마 등이 맥을 잇고 있는 그 'K팝 밴드'의 막내로서 버스커버스커!
그리고 버스커버스커 이름 앞에 누구나 인정하는 '프로 밴드'라는 직함을 붙이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시대를 앞서가는 탁월한 자작곡 능력 ▶초창기 인디밴드의 '홈메이드' 수준을 뛰어넘는 탄탄한 연주력 ▶보컬그룹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개성 있는 보컬 등은 말할 필요조차 없는 필요조건이다. 버스커버스커가 이런 필요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이들이 앞으로 내놓을 자작 신곡에 달렸음은 물론이다. 오롯한 평가는 그때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