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이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황금요강상'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tvN> |
'옹달샘'이 tvN '코미디 빅리그' 가을시즌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은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코미디 빅리그' 최종 10라운드에서 강력한 경쟁자 아메리카노(안영미, 김미려, 정주리)를 누르고 1위에 오르며 이번 시즌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빙닭', '개새', '씨부엉새'등 각종 기상천외한 동물 패러디를 선보였던 옹달샘은 1라운드부터 1위를 차지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아메리카노가 '내게 너무 벅찬 그녀'를 내세우면서 시즌 중반부터 빠른 속도로 추격, 9라운드까지 승점 차는 4점에 불과했다(순위 간 점수 차는 2점).
10라운드에서 아메리카노가 1위를 하고 옹달샘이 4위를 하면 우승자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옹달샘은 이날 무당벌레 대 '개빙닭'(개+빙어+닭)의 대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개코원숭이로 변신한 유세윤 <사진=tvN> |
"높은 성적이면 박수가 없고, 낮은 성적이면 박수..고민 많았다"
지난 15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진행된 최종 10라운드 녹화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옹달샘은 우승의 기쁨과 함께 라운드 진행 중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우승 소감을 묻자 유세윤은 "마지막에는 좀 힘들었던 것 같다"라며 "솔직히 우승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중간에 조금 힘들었는데 결국 지켰다. '우승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게 창피하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막판 아메리카노의 추격에 대해 "안영미씨 캐릭터가 바람을 타서 이번 시즌 아니면 우승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안영미씨는 계속 그 캐릭터를 살릴 것 같아서 다음 시즌에는 새로운 개그를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유세윤은 우승 직후 소감에서 "고민도 많고 슬픔도 많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가 높은 성적이면 박수가 없고, 낮은 성적이면 박수가 나왔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장난 같지 않더라. 솔직히 그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제작진이 '그게 옹달샘에 대한 동료들의 최고의 예우'라고 말씀해주시더라. 우리도 다른 팀들과 어우러지고 싶은데 우리만 어우러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관객들하고도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녹화 할 때 다른 팀들이 앞에서 '어차피 옹달샘이 1위 할 건데'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우리가 나갔을 때 관객들도 그런 느낌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보호색 개그 <사진=tvN> |
이 같은 유세윤의 말에 장동민은 "(유)세윤이 같은 경우는 마음이 여려서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하지만 저는 반대로 그런 게 기분이 많이 좋았다. 워낙 주인공이나 주목 받는 것을 어려서부터 좋아했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다. 왜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초반에 힘든 시기를 겪다 나중에 해피엔딩을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에 '종합 우승, 옹달샘!' 했을 때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라며 "세윤이가 아쉬워했던 부분은 다른 동료들이 우리를 우승 후보라고 생각해서 인정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이 우승을 차지한 '코미디 빅리그'는 개그 배틀로 관심을 모았다. 지금까지 개그맨들의 개그를 대결로 몰아간 구도는 없었다. 새로운 시도는 참신한 개그들을 만들었고, 시청자들을 눈길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모았다. KBS 2TV '개그콘서트' 출신 김석현PD가 만든 또 하나의 '히트작'으로 기록됐다. 옹달샘은 김PD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유상무는 "김석현 PD님이 저희와 잘 맞고, 또 인정을 잘해주셨다"라며 "감독님의 역할도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유세윤은 "코미디 무대에서 연출이 안 중요할 것 같은데. 연출자의 영향이 크다"고 유상무의 말에 힘을 실었다. 장동민은 "김PD님은 코너들의 맥을 잘 짚어 준다. 누가 어떤 사람이 뭘 잘하는지를 잘 아신다"고 했다.
최종 10라운드에서 선보인 무당벌레 대 개빙닭의 대결 <사진=tvN> |
'개새', '씨부엉새', '빙닭' 캐릭터에 시청자 열광.."속 시원히 개그했다"
옹달샘은 이번 시즌에서 동물을 응용한 '기막힌 서커스'로 '대박'을 쳤다. 10라운드에서 무당벌레 대 '개빙닭'의 대결을 비롯해 유세윤과 장동민은 거북이, 대머리 독수리, 홍합 등 각종 동물(?)로 분해 무대에 올랐다. '개새'나 '씨부엉새'등 서로 다른 동물을 섞은 동물들도 묘한 이름과 더불어 큰 웃음을 안겼다.
장동민은 "개새나 씨부엉새에 사람들이 웃는 것은 방송에서 생소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사실 영화에서는 대사의 반이 욕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속 시원히 개그를 할 수 있었던 이번 무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그무대였고 우리도 다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장동민은 ""김석현 PD님이 사실 '개콘'을 할 때도 특혜를 많이 줬다. 너는 캐릭터가 좋으니 욕이나 이런 것을 많이 해도 된다고 늘 말씀 하셨다. '그까이꺼'나 봉선이를 발로 차면서 '어디서 개수작이야'도 김PD님의 양해 아래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10회 방송으로 끝난 이번 시즌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유상무는 10라운드의 '개빙닭' 캐릭터에 대해 "'빙닭'을 했을 때 그 다음 주에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사실 마지막 파이널에 하려고 했던 것인데 미리 했기에 이번 파이널에서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재밌고 다시 보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새로 변신한 장동민 <사진=tvN> |
그는 "이게 사실 아깝다"라며 "'코미디 빅리그'의 경우는 승부수를 빨리 띄워야 하니까 이런 것들을 아낌없이 쏟았는데 '개콘'이었으면 방송 9개월 시점에서도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이들은 준우승을 차지한 아메리카노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평했다.
유상무는 "프로들끼리 하면 가장 많이 싸우는 게 개그"라며 "특히 아메리카노의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의 톱이라는 개그우먼들이 모였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3사 대표들이 모이면 다른 사람의 개그를 누가 받쳐줄 것인가 걱정했는데, 조화를 잘 이뤘다. 하지만 받쳐주는 역할은 역시나 양세형과 김기욱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기욱과 양세형은 이번 시즌 박휘순, 윤성호와 '4G'로 출전했지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유세윤, 장동민은 웃기는데 유상무는 뭐 하냐고? 받쳐주는 역할 꼭 필요"
장동민은 "저희 코미디를 보시는 분들이 유세윤, 장동민 둘은 웃기는데 유상무는 안 웃긴다고 하시는데 받쳐주는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아메리카노를 도왔던 양세형이나 김기욱도 개인별로 보면 정말 재밌고 잘하는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개그를 받쳐주는 것이다. 재밌는 개그, 좋은 개그, 인기 있는 개그에는 그런 받쳐주는 역할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승 상금 1억원에 대해 "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들이 이번에 기부를 결정하면 다음 시즌 우승팀에게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유세윤은 "상금 1억원의 쓰임에 대해 멤버들과 얘기한 적이 있었다"라며 "살펴보니 우리가 우리 이름으로 기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우승 상금을 기부하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았다. 기부 외에 흥청망청 놀러 다니자는 얘기도 나왔다. 놀러가서 명품 사서 거지한테 주고, 몇 천만 원짜리 악어 가방산 뒤 동물원에 가서 악어에게 주고, 뭐 이런 얘기들도 있었다"고 그들답게 말했다.
장동민은 "기부는, 일단 '코미디 빅리그' 다음 시즌에도 상금이 걸리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라면서 "다름 시즌 우승자들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세윤은 "그래서 기부를 하면 안 된다"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최종 10라운드에서 선보인 무당벌레 대 개빙닭의 대결 <사진=tvN> |
"'갈갈스'처럼 몇 년이 지나도 웃길 수 있는 팀 될 수 있을까요?"
옹달샘은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부탁했다. 유세윤은 "저희는 또 이런 식으로 해야할 것 같다"라며 "대사가 많이 들어가면 짜기가 힘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는 "하려던 개그가 있었는데 시즌2에서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유상뮤는 "저희는 어떤 개그를 하던 짧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이번 개그는 막판으로 갈 수록 힘들었다. 단순할 수록 짜기 힘들다. 시즌2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유력한 경쟁자를 아메리카노를 제외하고 말해 달라고 했더니 '갈갈스'(박준형, 정종철, 오지헌, 윤석주)를 꼽았다.
유상무는 "'갈갈스'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라며 "박준형씨가 데뷔한 지가 15년 정도 됐는데 세대를 아우르면서 계속해 웃길 수 있는 것이 대단한 것 같다. 과연 우리가 6년이나 7년 후에 그 세대의 개그 감각을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언제든지 홈런을 날릴 수 있는 팀"이라고 평했다.
한편 '코미디 빅리그'는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진 뒤 12월 말 새로운 시즌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