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해일 김명민 김윤석 공유 장근석 이제훈 송중기 유아인. |
수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에서 피고 진 올 한해, 새로운 남자배우들이 영화계 신성으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던 배우들 중 일부는 저조한 흥행성적을 받아줬으며, 내로라하는 한류스타들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연기력을 보증 받던 배우들은 흥행력까지 인정받게 됐고, 차세대 기대주들도 나란히 신고식을 치렀다.
12월 또 한 번 극장대첩을 앞두고 올 한해 남자배우들의 스크린 성적표를 점검했다.
#박해일·김명민 연기파 배우 흥행력도 검증
박해일과 김명민은 올 상반기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 배우들이다. 박해일은 '최종병기 활'이 745만명을 동원, 올해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김명민은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 479만명을 동원해 흥행력을 입증했다.
박해일과 김명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파 배우들이지만 원톱 주인공으로 흥행력은 검증받지 못했다. 박해일은 그동안 '괴물' '살인의 추억' '이끼'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흥행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모던보이' '심장이 뛴다' 등 남자주인공으로 이끈 영화들 흥행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 박해일에게 '최종병기 활'은 원톱 주인공으로 흥행력을 입증한 사례다. 박해일은 '최종병기 활'에서 청나라 군대에 납치된 여동생을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선 제일의 궁수 역을 맡았다. 칼과 창을 휘두르는 액션이 아닌 활을 사용하는 액션을 통해 박해일만의 액션연기를 선보였다. 박해일은 차기작 '은교'에서 제자를 사랑한 교수 역을 맡아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명민은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TV드라마에선 연기력 뿐 아니라 화제, 시청률까지 최고의 배우로 꼽혔다. 그러나 영화에선 유독 성적이 나빴다. '리턴' '무방비도시' '파괴된 사나이' 등 주연을 맡은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은 물론 평도 좋지 못했다. 목숨을 걸고 30㎏ 가까이 감량한 '내사랑 내곁에'는 흥행성적은 좋았지만 고생한 만큼 호평은 받지 못했다. 영화계에선 신은 김명민에게 연기력을 주고, 시나리오를 보는 눈은 주지 않았다란 우스개 소리도 돌았다.
그랬던 김명민은 '조선명탐정'으로 단숨에 흥행배우로 거듭났다. 김명민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투자,제작자들은 '조선명탐정' 흥행에 더 이상 주저함을 거둬들였다.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이후 '페이스메이커' '연가시' 등 차기작을 연거푸 찍으며 충무로에서 손꼽는 배우로 거듭났다. 흥행작이 더 늘어나면 주가는 더욱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의 재발견·김윤석의 힘
공유는 입대 전 TV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전역 후 '김종욱 찾기'로 관객에 신고식을 치렀을 때 기대도 컸다. 그러나 성적은 좋지 못했다. 사실 공유는 영화에선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 배우였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을 비롯해 '잠복근무' 등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흥행 뿐 아니라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그랬던 공유에게 '도가니'는 재발견의 기회를 줬다. 공유는 군대 시절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담은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읽고 꼭 영화로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의 바람에 현실로 이뤄졌고, 공유는 주인공을 맡았다.
어두운 내용에 어두운 캐릭터, 공유가 이 역할을 맡는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다. '도가니' 황동혁 감독은 공유를 캐스팅하면서 그의 이미지 때문에 고심했다. 부드러운 이미지에다가 유부남이 어울리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원작에 등장하는 아내 대신 어머니로 바꿔 영화 속 공유를 완성했다. '도가니'는 흥행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격렬한 반향을 일으켰다. 공유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연기 잘하는 배우란 이미지를 얻었다.
김윤석은 한국영화 톱3인 '설,송,김'(설경구 송강호 김윤석) 중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주연을 맡은 영화 '완득이'가 440만명을 넘어 롱런하고 있다. '황해'에서 극악한 조선족 폭력배 두목으로 출연했던 그는 '완득이'에선 꼴통이지만 학생을 진정으로 위하는 선생님으로 변신,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 흥행에 반신반의했던 '완득이'는 김윤석의 탁월한 연기와 균형감각 덕을 톡톡히 봤다. 김윤석은 차기작 '도둑들'로 또 한 번 흥행력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한류스타 흥행실패, 차세대 기대주 대거 등장
올 한해 한류스타들의 흥행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소지섭의 '오직 그대만'이 100만명을 넘겼을 뿐 권상우 '통증'은 70만명, 장근석의 '너는 펫'은 51만명에 그쳤다. 현빈의 '만추'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84만명을 동원했다.
하지만 입대한 현빈을 제외한 한류스타들의 스크린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흥행은 좋지 못했지만 연기력과 국내외를 넘는 화제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소지섭은 '회사원'으로, 권상우는 성룡과 '12몽키즈'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올해는 유달리 20대 기대주들이 스크린에 대거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완득이'를 통해 유아인이 기대주로 우뚝 솟았으며, 이제훈은 '고지전'으로 상업영화에 안착했다. 송중기와 장근석은 각각 '티끌모아 로맨스'와 '너는 펫'으로 영화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유아인은 '완득이' 성공으로 쏟아지는 시나리오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제훈은 '건축학개론'과 '점쟁이들'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송중기는 차기작 '늑대소년'이 분수령이 될 것이며, 장근석은 영화에선 검증이 더 필요해 보인다.
12월에는 '오싹한 연애'와 '마이웨이' '퍼펙트 게임'이 개봉, 이민호와 장동건, 조승우 양동근의 흥행력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영화에 여자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만큼 남자배우 중심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 남자배우가 연기력 뿐 아니라 흥행력을 겸비해야 하는 건 불문가지다.
내년에는 또 어떤 영화들로 남자배우들이 뜨고 질지, 흥미롭게 지켜볼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