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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청룡영화제에 '써니'와 '도가니'는 없었다.
25일 오후 9시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매번 마지막까지 수상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깜짝 선택을 하는 청룡영화상답게 올해도 이변은 있었다.
올해 쟁쟁한 흥행성적을 거둔 영화들을 제치고 개봉한지 1년이 넘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에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3관왕을 안긴 것. 더욱이 차기작 헌팅 때문에 시상식에 불참한 류승완 감독을 대신해 시상대에 오른 류 감독의 아내인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하고 그래서 11월 22일 (비준이) 있었던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는 개념소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최고흥행성적을 거둔 '최종병기 활'이 남우주연상 등 5관왕에, 올해 독립영화 수작인 '파수꾼'이 신인감독상,신인남우상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후보에 오를 뿐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던 김수미와 류승룡도 남녀조연상의 기쁨을 맛봤다.
상을 받을 만한 영화들과 영화인, 그리고 배우들이 수상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올 상반기와 하반기, 한국영화계에 가장 화제를 모은 '써니'와 '도가니'는 청룡영화상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 각각 작품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써니'와 '도가니'는 수상 성적이 초라했다. '도가니'는 음악상 하나만을 받았으며, '써니'는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받지 못했다.
5월4일 개봉한 '써니'는 '써니'는 '토르', '캐리비안의 해적4', '쿵푸팬더2',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등 만만찮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의 대결을 벌였으며,'트랜스포머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3' 등 여름 화제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가며 2달 넘게 큰 사랑을 받아 왔다.
'써니'는 유호정을 제외하곤 심은경 민효린 강소라 등 무명에 가까운 신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여자 주인공들의 영화는 흥행이 안된다는 징크스를, 아줌마들의 이야기로 전면승부해 7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는 결과를 냈다.
그랬던 '써니'지만 상복은 없었다. 지난 대종상에서 감독상과 편집상을 받았으며, 청룡상은 아예 외면 받았다. 코미디 영화가 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도가니'는 올 하반기 극장 뿐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을 일으켜 영화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다.
'도가니'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교장과 교직원,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성폭력과 폭행을 가했던 실화를 다룬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어두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이기에 투자도, 제작도 쉽지 않았다.
"눈 감고 휘둘렀는데 홈런이 나왔다"는 말처럼 누구도 '도가니' 성공을 자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가니'는 44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인화학교 폐지 및 장애인 성폭행 사건 등을 재조사하는 하는 결과를 냈다. 그랬던 '도가니'지만 상복은 없었다.
'써니'와 '도가니'는 상을 받지 못해도 많은 것을 받았기에 감사할 것이다. 다만 영화 시상식에서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선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겠지만 영화를 만들고 내놓고 결과를 얻는 과정도 칭찬하고 응원하는 게 필요하진 않을지, 청룡영화상 결과를 지켜보며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