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의 CJ E&M 프로그램 개발센터장ⓒ사진=박용훈 인턴기자 yh01@ |
①편에서 계속
"◆왜 유재석 강호동에만 집중하나? 새로운 유재석 강호동 발굴해야"
-책에서 '정답이 없으면 정답을 만들라'고 했는데요.
▶나만의 것을 생각하고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나를 포함해 이런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단 자기만의 것, 새로운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왜 유재석 강호동에 집착하나요? 전 그런 것에 불만이 많아요. 유재석 강호동이 태어날 때부터 유재석 강호동이었나요? 누군가가 발탁한 겁니다. 그 사람들을 발탁해 시작한 것이죠. 왜 유재석 강호동을 만들지 못하나요? 어떤 PD건 또 하나의 유재석 강호동을 만들 생각을 해야지 유재석 강호동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죠. 물론 유재석과 강호동, 그들이 잘하고 또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전부 유재석 강호동에만 빠져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직업이 PD가 아닌 사람들도 '답'을 찾기 위해 좌절을 많이 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모든 게 자기한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말하더라고요. 자기 회사서는 뭘 하거나 하면 밉보이고 야단맞고 '뭐하는 짓이냐' 한다고 해요. 그건 자기 핑계죠. 여기 PD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여기도 조직이니까요. 본인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성과가 좋으면 주위의 누군가가 믿기 시작해요.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신뢰를 하는 것이죠. 신뢰를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겁니다. 자신감이 생기면서 선순환이 되는 것이죠. 안 된다고 회사 탓, 상사 탓 할 필요 없습니다.
저도 '쫄다구' 시절에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야단도 많이 맞았어요. 생각해 보면 미쳐서 일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돌아이'처럼요. 처음 들어와서 7년간 휴가를 안 갔어요. 신혼임에 불구하고요. 회사가 좋았습니다. 밖에 나가기가 싫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선배들이 예뻐하기 시작해요. 그러면 그런 것에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또 하고, 그러다 보면 성과가 나오는 것이죠.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자뻑'이 있어야 해요. 주눅 들지 말아야 하는 거죠. 기(氣)에서 죽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자뻑'이 들려면 내가 설레야 해요. 나를 챙겨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옷, 멋있는 옷을 사면 아침에 설레잖아요. 내가 멋있는 것 같고(웃음). 그러면서 자기 안목이 생기는 거예요. 투자와 '자뻑', 이런 것이 선순환 되면서 자신감이 생기며 거기에 눈이 뜨이는 것이죠. 옷을 입든, 여자를 만나든 일단 설레야 해요. 그렇게 하려면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돼요.
송창의 CJ E&M 프로그램 개발센터장ⓒ사진=박용훈 인턴기자 yh01@ |
"케이블채널, '축소지향 자기비하' 버려야..케이블만의 주류를 만들라"
-케이블채널이 출범 10년이 넘어가면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 간격이 좁혀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케이블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tvN에 5년 전에 왔는데 저는 그때 케이블이란 것은 저기 외국에 있는 건 줄 알았어요(웃음).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죠. 솔직히 말하면 당시 여기 왔는데 제가 지상파에서 나름 시청률 20~30% 하던 PD인데 와서 보니 시청률이 0.2~0.3%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0.1% 올랐네 내렸네, 어쩌고 하면서 일희일비 하더라고요. 너무나도 헝그리정신으로 전투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지상파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점심 먹으면 으레 낮술을 먹는지 알았죠. 저만 그랬냐? 아니에요. 전무, 상무도 다 그랬어요. 사장부터 낮술을 마셨는데요. 그런데 여기는 안 그렇더라고요. 제가 여기와 5년 동안 낮술을 2번 먹었습니다(웃음).
이쪽 상황을 보고나서 제가 이미경 부회장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다 좋은데 제가 지상파에서 와서 일을 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요. '축소지향 자기비하'가 있다고 말입니다. 모든 것이 패러다임이 달랐어요. '우리가 케이블이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저기(지상파)는 5000만원으로 했는데 우리는 500만원 제작비로 이 정도면 잘 한 거야.' 그러면서 자기 위안을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러다보면 사람이 '잔챙이'가 되는 것이거든요.
결론은 축소지향적이 아니라 확대지향적으로 가면됩니다. 창의는 돈하고 관계가 없어요. 이중섭은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잖아요. 꼭 100호, 200호에 그려야 비싸고, 그렇지 않다고 싼 것은 아니잖아요. 공장은 1층에 벽돌 100개 들어갔으면 2층에도 벽돌 100개 들어가야 하죠. 그런데 크리에이티브(창의)는 돈 10원을 갖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크리에이티브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입니다. 촬영세트가 보통 2000만~3000만원 들어가는데 자기가 아이디어를 내면 천 조각 하나로도 '간지'를 낼 수 있어요. '간지'가 중요합니다.
tvN에 와서 그런 '축소지향 자기비하'를 걸러내는 일을 했어요. 후배들에게 기를 불어 넣어줬죠. 플랫폼은 점점 의미가 없어질 거예요. 이제는 콘텐츠 싸움입니다. 어쨌든 지금은 축소지향 자기비하는 벗어난 것 같아요. 이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해 우리만의 주류를 만드는 단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너네(지상파)는 그렇게 가라.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간다' 식으로 말입니다. tvN을 시청자가 보면서 '어, 쟤네는 뭐가 좀 다른 것 같아' 이런 식의 우리만의 주류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케이블 채널도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주류'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③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