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tjdrbs23@ |
임시완이 떴다. 제국의 아이들의 시완으로 활동한 지 2년. 팬들이 먼저 알아본 아이돌 스타로 사랑받던 그가 제국의 아이들 멤버 시완이 아닌 연기자 임시완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콕 찍었다.
임시완은 시청률 30% 돌파를 눈앞에 둔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 이성준)에서 여주인공 허연우의 완벽한 오라버니 허염 역을 맡았다.
학식으로는 10대에 장원에 급제한 최고의 선비요, 얼굴로도 장안에 소문이 자자한 꽃미모의 소유자라 원작소설이 드라마화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주인공이다.
연기경험이 전무한 시완은 주위마저 환해지는 꽃미모로 원작팬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일단 만족시켰다. 초천재 꽃미남이란 수식어가 모자라지 않은 외모, 다정다감하고도 안정된 목소리, 그리고 기대 이상의 소화력. TV 앞 누나팬들의 '허염앓이'의 시작이었다. 학창시절 공부로도 남에게 뒤지지 않았고 반듯한 모범생으로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임시완의 면면을 더 따져보면 그의 '허염 빙의', 누나들의 '허염 앓이'가 역시 괜히 벌어진 게 아니다 싶다.
-'해를 품은 달'이 뜨고 임시완도 떴다. '허염앓이'란다.
▶얼떨떨하다. 그렇게 기대도 안 했는데 제 역할이 그렇게 주목받을 줄 몰랐다. 첫 연기니까 좋게 봐 주실 줄은 몰랐다.
드라마로 봤을 때 정말 잘 될 것 같았다. 대본이 재미있었고, '해를 품은 달' 원작이 정은궐 작가님 게 아닌가. 이거 기본은 하겠다 했는데 이건 뭐, 기본 정도가 아니라 완전 고공행진이다.
-기분이 어떤가.
▶칭찬이 기분 좋긴 했지만 부담이 컸다. 회를 거듭할수록 제 부족한 점이 시청자들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해서다. 저는 연기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캐스팅이 되고 나서 급하게 부랴부랴 배워서 걱정이 많이 됐다.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캐스팅이 됐나.
▶멤버들이랑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제가 혼자 남았다. 거기서 캐스팅이 됐던 건 아니고 몇 번 더 두고 보자 했었다. 연기가 처음이었고 나이가 많다보니까 걸리셨나보다. 그런데도 너무 흔쾌히 역할을 맡겨 주셔서 제가 너무 큰 덕을 보고 있다. 연기는 현장에서도 내내 지도를 받았다. 감독님도 애정 있게 가르쳐 주셨다. 미팅, 대본연습 이 때도 대사하는 법, 발성, 표정연기 등등을 다 지도하셨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
-첫 연기라는데 시청자들의 평가가 아주 좋다.
▶반응은 뜻밖이다. 욕만 먹지 말자, 처음에 욕 좀 먹더라도 고쳐나가자 하는 마음이었다. 처음이니까. 그런데 칭찬을 너무 해주시니까 감사하긴 한데 마냥 신나지는 않았다. 불안해서.(웃음)
-제국의 아이돌 멤버고 아이돌 가수지만 이번 작품으로 임시완의 존재를 알게 된 분들이 많다.
▶그룹 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게 덕이 됐던 것 같다. 만약 제가 가수로 입지를 일찍 굳혔더라면 가수로서 선입견을 두고 보셨을 수 있다. 저를 신인배우로 보셨기에 더 득이 됐다.
-이제 예능돌 광희를 넘어서는 건가.
▶광희한테는 안 된다. 광희가 부동의 1위다.(웃음) 다른 멤버들이 해외 있을 때라 전화로 잘 됐다, 잘 돼서 좋다고 축하해주고 그랬다. 연습생 때라면 질투 나고 그럴 수 있지만 광희는 예능에서 입지가 있으니까 여유를 부리더라. 광희는 예능이고 저는 드라마고 각자 분야가 다르니까.
-'허염앓이'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역을 잘 맡아서다. 역할의 매력 때문에 제 연기력이 가려진거다. 조선시대 엄친아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아역이 아니고 성인 역이었다면 감독님이 저를 가만히 놔두셨을까. 정말 혼이 많이 났을 것 같다. 아역들 사이에서 같이 어린 취급을 받는 느낌이랄까. 좋게좋게 넘어갔다. 그것도 역할 덕에 도움을 받은 거다.
-실제로도 엄친아라던데? 공부도 무척 잘 했고. 연예계 활동 시작할 때 부모님이 싫어하시지는 않았나.
▶공부 그만두고 가수 한다고 할 때 집에서 반대가 많았다. 저도 고민을 많이 했다. 집에서는 학교 제대로 다니면 소위 좋은 잘나가는 대기업 취직해서 안정되게 살 텐데 뒤늦게 바람났다고 하시고. 이번 드라마 나온 걸 집에서 더 좋아하신다. 부모님이 원없이 TV에서 저를 보셨다.(웃음)
-연기는 앞으로도 계속 할 계획인가.
▶기회를 주시면 기꺼이 하겠다. 가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 저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까, 그런 데 잘 맞는 작업이었다. 생방송 무대는 위험부담을 안고 나가 한 번에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이건 녹화를 하면서 가다듬고 잘 된 부분만을 편집해서 완성품을 보여준다는 점이 안정감을 줬다. 처음이었지만 그래서 심적인 부담이 좀 적달까.
-가수로서의 활동이 도움이 되긴 했을텐데.
▶물론이다. 카메라에 대한 울렁증은 없었다. 트레이닝이 돼서 그런지 카메라가 오히려 쉬워 보였다. 무대에 오를 땐 '카메라를 잡아먹어야 된다' 이런 식을 얘기하곤 하는데 연기는 카메라를 대면하지 않으니까. 카메라가 정면에서 저를 보는 게 아니라 옆에서 보니까 심적으로 편했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
-88년생이며 아역들 중에 가장 형이다.
▶어린 친구들이 귀엽기는 한데 연기할 때만큼은 대선배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다. 나도 이 어린 친구들에게 안 뒤지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됐다. 그런 시너지 효과가 있더라.
-듣자하니 모태솔로라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조성이 됐다. 남중에 남고에 지금은 제국의 아이들. 그리고 나중에 다가올 군대!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계속 있었다. 공부 열심히 하면 대학교 때 하고픈 거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너무 곧이곧대로 믿고 따른 거다.
-듣고 보니 허염 역할과 더 잘 매치가 된다. 허염도 너무 고지식해서 여자와 있을 땐 쑥맥이 아닌가. 마음도 잘 못 알아채고.
▶그건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에라도 괜히 여자애들이 못살게 굴고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관심의 표현이었구나 싶다. 일찍 깨우쳤어야 했는데.(웃음)
그런데 이렇게 계속 모태솔로라고 하고 기사가 나고 그러면 나중에 연애하기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점점 모태솔로로 굳어져버릴 것 같은 느낌. 제가 아이돌이긴 해도 나이가 스물다섯인데, 만나면 결혼을 생각할 수도 있는 시기인데 이게 굳어버릴까봐 걱정이다.
-그럼 올해 소원은 모태솔로 벗어나기?
▶그것보다도, 올해 소원은 따로 있다. 이번엔 큰 욕심을 안 가지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새해 소원이 뭐냐 하면 '1등했으면 좋겠다' 포부를 밝히곤 했는데, 물론 1등도 좋겠지만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그룹이 됐으면 한다. 또 그것보다 중요한 게 멤버들 사이가 지금처럼만 좋았으면 좋겠다. 그게 길게 봤을 땐 당장 1등 하는 것보다 우리가 더 크게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하고 싶은데 벌써 받기 시작한 것 같다.
▶88년생인데, 흑룡의 정기를 제가 잘 받은 것 같다. 새해 첫 스타트를 잘 끊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팀 분위기도 좋다. 그룹에 용띠가 저까지 3명이나 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