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신하균의 연기, 매번 설렜다"(인터뷰)

KIBS 2TV '브레인' 윤지혜 역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2.01.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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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정원 ⓒ사진=이기범 기자


3개월 동안 '윤지혜'로 살았던 최정원은 한결 야위어 보였다. 원래도 가냘프지만 생애 첫 '의드'가 만만치 않았던 듯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의학드라마 '브레인'에서 이강훈을 연기한 신하균이 명연기로 '하균앓이'의 대상이었다면 최정원이 연기한 윤지혜는 이강훈이 사랑한, '앓이'의 '앓이'였다.

"실제로 극 막바지에서 좀 아팠어요. 19회 방송분에서 극중 윤지혜가 아픈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였죠. 촬영이 길었고 촬영장이 추워서 그런지 감기가 걸렸어요. 마지막에 앓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죠."


"3개월간 '윤지혜'로 살았다..여전히 '지혜앓이'중"

신경외과를 무대로 한 '브레인'은 경기도 화성 병원세트장 외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다행이 다음날이 성모병원 신이었요. 진료를 받았는데 '아, 내가 지혜에 빠져서 3개월 동안 의사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게 예전 같으면 '선생님 제 몸이 어떤가요' 하고 자세히 물어 봤을 텐데 선뜻 '선생님'말이 쉽게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대신 '아, 이 분이 교수님이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웃음). 지혜라는 캐릭터가 생활화가 됐구나, 뿌듯하기도 했어요(웃음)."


'브레인'은 마지막회에서 제일대학 병원으로 가려던 윤지혜가 이강훈이 보낸 뇌 사진을 보고 다시 천하대학 병원으로 돌아오고, 강당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보고 웃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두 사람의 미래는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긴 셈이다.

"결말은 마음에 들었나"라는 물음에 최정원은 "이 드라마가 원래는 해피엔딩이 안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라며 "지혜는 제일병원으로 가서 자기 일에 집중하고 살고, 강훈 오빠는 또 자기 삶을 산다는 내용이었는데, 강당에서 서로 미소 짓고 끝난 결말에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작가님도 그렇게 쓰셨다고 생각하는데 결국에는 강훈의 마음인 것 같아요. 방송에서는 지혜가 강훈을 찾아갔지만 이강훈 선생이 지혜에게 뇌사진을 보냈잖아요. 결국에는 지혜에게 강훈이 다가온 셈이죠. 지혜가 활짝 웃고 또 이를 본 이강훈 선생이 미소를 보내고, 저는 그 미소에는 많은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동안의 신뢰와 믿음 그리고 사랑이죠."

'브레인'을 마쳤지만 최정원은 아직 윤지혜를 떠나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아 보였다.

"끝나고 나서 정말 너무 허전, 허탈했어요. 이렇게 까지 허탈할 줄은 몰랐죠. 마지막 촬영 끝나고 집에 와서 쉬는데 쉬는 게 어색했어요. 촬영 내내 대본이 항상 옆에 있었는데 없으니까 이상하더라고요. 3개월 동안 늘 대본을 끼고 살았거든요. 의학드라마라서 특히 대본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어요. 제 베스트 친구였죠. 잘 때도 머리 곁에 놓고 잤어요. 촬영 할 때는 잠도 자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막상 끝나니 할 게 없더라고요(웃음)."

그는 "팬분들이 남겨 놓으신 뮤직비디오나 작품들을 보면서 적적함을 달래고 있다"라면서 "'아, 저땐 저랬지'하면서 보고 혼자 웃고는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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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정원 ⓒ사진=이기범 기자


"실제 최정원이라면? '까칠남' 이강훈 보듬어주고 싶어"

전문드라마인 '브레인'은 상대적으로 멜로라인이 적다는 평을 들었다. 강훈과 지혜의 '러브라인'도 막판까지 가뭄에 콩 나듯 나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주변분들이 멜로 좀 많았으면 좋겠다고 저한테 부탁을 하셨어요. 하하. 그런데 목 마르게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이 한 장면씩 있는 게, 처음에는 멜로가 좀 없나 생각했는데 그랬기 때문에 한 신 한 신에 더 힘을 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더 공을 들인 면도 있고요."

'까칠남' 이강훈에게 윤지혜는 언제나 '나는 네 편'식으로 모든 걸 받아들였다. 실제 최정원이었다면 어땠을까.

"저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는데, 정말 지혜가 어떻게 보면 순진하고 어떨 때는 다 떨쳐버리지 못하고 다시 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자존심 상하고 상처를 받으며 묵묵히 서포트 해주는 역할인데 저는 그렇게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근데 또 생각을 해보면 나도 못하는 걸 하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았죠. 그런 순수함을 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랑도 있고 의리도 있고 그런 사랑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웃음)."

최정원은 "드라마 초반에는 이강훈 캐릭터의 까칠한 성격이 싫었는데 지혜의 감정을 생각하니까 그런 이강훈 캐릭터를 안아주고 싶고 오죽하면 그렇게 됐을까 측은하기도 하고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윤지혜요? 여태까지 작품하면서 실제 저와 제일 비슷한 캐릭터였어요. 일 할 때는 다른 데 저도 이성보다는 감정이 많고, 거기서도 지혜가 맏이인데 맏이로서의 책임감도 그렇고요. 웃음 많고 덤벙 대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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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정원 ⓒ사진=이기범 기자


"신하균과 정진영의 연기력 대결..너무 궁금해 나도 설레"

'브레인'은 성공지향적 신경외과의사 이강훈이 환자중심의 '인간적인 의사' 김상철 교수(정진영 분)를 만나 점점 인간적인 의사로 바뀌는 모습을 그렸다. 신하균과 정진영, 두 연기파 배우의 연기력 대결이 만만치 않았다.

"무척 흥미로웠어요. 제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이강훈 선생님과 김상철 교수님의 신이 촬영 내내 무척이나 흥미로웠죠. 그래서 대본이 나오면 제 신보다도 그 둘의 신을 먼저 찾아볼 정도였어요. 인물 관계나 갈등 구조 등 저 혼자 많이 흥분하고 했어요. 선배님 그 신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감탄할 정도로요. 방송도 그렇지만 실제 두 분의 연기를 볼 때면 저도 흥분하고 했으니까요. 아, 나도 저런 연기를 하고 싶은 열정이 생길 정도로 자극이 됐어요. 정말 좋았죠."

최정원은 신하균의 '연기 전 침묵'도 배우로서 많은 자극이 됐다고 했다.

"신하균씨와 사적으로는 많은 얘기를 못했지만 연기적으로 많이 배려를 해줘서 탄력을 많이 받았어요. 고마움을 많이 느끼죠. 연기할 때 편하게 막 놀다가 연기하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반면에 침묵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가 있거든요. 하균 오빠가 그러한 집중력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저 또한 집중력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봐요. 오빠도 힘들었을 텐데 박수 쳐 주고 싶어요."

최정원은 "신하균이 정진영에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했다고 하더라"고 하자 "제게도 한 번도 미안하다고 안했다"고 웃으며 말한 뒤 "저는 그 부분을 다 이해한다. 어떨 때는 신하균씨가 너무 말수가 없나 했는데, 그 집중력을 아니까 오히려 방해를 안 하려고 많이 신경 썼다. 그런 신하균씨의 연기 때문에 지혜의 리액션도 더 살아나고는 했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정원에게 '브레인'의 '베스트 명장면'을 꼽아달라고 했다.

"제일 베스트는, 감독님이나 배우들도 다 얘기하는 건데, 하균 오빠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큰 통 창문 옆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물방울무늬 옷 얘기하는 거였어요. 현장에서 뒷모습 풀 샷을 보는 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그 순간의 이강훈의 감정이 느껴졌어요.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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