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림 "'해품달'은 행복..차가운 남자? 아니에요"(인터뷰)

MBC '해를 품은 달'의 '차궐남' 운검 송재림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2.03.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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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림 ⓒ사진=임성균 기자


송재림(27). 패션계에서는 각광받던 톱 모델이지만 안방 시청자들에게는 몇몇 CF의 인상적인 순간들로 기억된 게 고작이었던 신인. 그가 '국민드라마'에 등극한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의 미남 무사 운으로 단박에 떴다.

긴 머리와 단호한 표정, 그리고 차가운 궁궐 남자' '차궐남'이란 별명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왕의 곁을 지키며 든든히 호위하는 무표정한 남자에게 시청자들은 마음을 뺐겼고, 송재림은 이제 신인 배우로 그들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갈 기세다. 우여곡절 끝에 '해를 품은 달' 촬영을 마친 그를 드디어 만났다. 송재림에 대한 궁금증을 드디어 풀어볼 때다.


-실제로 만나보니 화면보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실물이 낫다'는 이야기 많이 듣지 않나.

▶현장에 오신 분들에게 많이 들었다. 더욱이 초반에 고민이 많아서 살이 많이 빠졌다. 58kg까지 빠졌는데 그 땐 광대뼈 밑에 그늘이 져서 스트레스였다. 고민 많고 신경 쓰고 그러면 살이 쉽게 빠진다. 칼로리 보충제도 먹고 6kg을 찌웠더니 좀 나아졌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 배우는 바스트 샷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러고 나니 같은 조명을 받아도 좀 더 낫더라.

-막바지에 캐스팅됐다. 전작이 '꽃미남 라면가게'고 그 전에는 '시크릿 가든'에 잠깐 나왔었는데.


▶'시크릿 가든'에서는 썬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졌는데 어떻게 기억을 해 주셔서 단역으로 잠깐 나왔다. 그 땐 소속사도 없었고 또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소속사가 생겼고, 이후엔 기운들이 잘 맞나보다. '해품달'은 3번 오디션을 거쳐서 캐스팅됐다. 그 사이 '꽃미남 라면가게'에서 함께 한 정일우가 캐스팅이 됐고, 저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를 했다더라. 그렇게 최종 캐스팅 되고 다음날인가 이틀 있다가 대본 리딩에 갔을 정도다.

-초반에 살이 빠졌던 게 그럼 그렇게 급하게 큰 역할을 맡았던 탓? 김도훈 감독도 꼼꼼하게 찍기로 유명하다.

▶김테일이라고 불렀다.(웃음) 처음엔 호위 무사라는 함정에 빠졌다. 혼자 눈에 힘을 주고 전투를 했던 거다. 감독님은 충신과 벗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면의 슬픔을 표현했으먼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힘도 빼고 '훤바라기'에 충실했다. 처음엔 무사가 약해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처음엔 신인이다보니 연기 이외에 이런저런 데 신경이 쓰였다. 눈치도 보이고.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다. 그런 게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나보다.

-훤 역 김수현, 형선 역 정은표와는 정말 죽이 잘 맞더라.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마음이 맞고 호흡이 잘 맞기가 힘든데 세 명은 진짜 잘 통한다고 하더라. 서로 의지하면서 감정 공유해가면서, 연기할 때도 기분이 좋았다. 떨어져 있으면 보고싶고. 두 분이 저보다 촬영이 조금 먼저 끝났는데, 남겨진 기분이 다 들더라. 사람들이 '재림아 왜 이렇게 풀이 죽어있어' 그랬다. 버림받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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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림 ⓒ사진=임성균 기자


-'무서운 남자'인 줄 알았더니 '다정다감한 남자'다.

▶제 안에 아줌마 감성, 노인 감성 이런 게 있다. 혼자 오래 살았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몽상가적 기질이 있다. 좀 바보 기질도 있는 것 같고. TV에 나온 것처럼 시크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워낙 절제하는 역할을 맡아서. 역할 설명에도 '무표정의 운' 이렇게 딱 설명이 나오지 않나. 얼마 전 20가지 차궐남 표정이라고 나온 걸 봤는데 비슷하면서 묘하게 다르긴 한 것 같더라. 제가 뭘 하긴 했나보다. (웃음)

-자료를 찾아보니 예능에 나가서 멍멍이 성대모사 개인기를 했더라. 이 남자 엉뚱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기가 너무 없었다. 뭐, 반전 매력으로 봐주실 수 있겠죠? 예능이 안된다. 술 먹고 할 진지할 얘기, 커피 마시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너무 싫다. 오버해서 리액션하고 이런 걸 못한다.

-연관검색어 1위가 '송재림 송재희 형제'다. 형제 아니냐고 실제로 물어보는 분들도 있더라.

▶엄마에게 물어봤는데, 그런 형을 둔 적이 없다고 그러신다. 같은 송씨에 가운데 글자까지 비슷하니까 그런가보다. 재림이란 이름은 본명이다. 예수 재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할 때 그 재림(再臨). 어머니가 크리스천이라 부활이라는 뜻의 단어를 따오신 것 같다. 여동생 이름은 수림이다.

-검색어 이야기를 하나 더 묻자면, '송재림 여자친구'도 있던데. 과거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더라.

▶헤어진 지 오래됐다. 연애 안 한 지 오래됐다. 일이랑 여자친구는 절대적으로 분리를 하는 편이라 여자친구는 아마 제가 서운할 거다. 결혼은 준비를 해서 서른여섯살 쯤 했으면 좋겠다. 10년짜리 적금 하나 넣어야겠다.(웃음)

-중앙대학교에 다닌 것으로 이력에 나오더라. 그러다가 모델일을 했고.

▶중앙대 정보시스템학과인데 졸업을 못 했다. 대학에 대한 꿈이 있었고 뭔가 원대한 꿈을 보길 바랐는데 선배들은 다 공무원 준비하고 있고, 저는 저대로 공부에 적응을 못 했다. 원래 이과였다가 문과로 바꿨다가 대학은 또 통계를 해야 하는 것에 가고 이런 이유도 있었고.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학교에 다녀야 하고, 이래저리 어려운 차에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하다보니 시기를 놓쳐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미안해서 학교에 못 간다.(웃음)

-군복무는 벌써 마쳤다고.

▶군대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다가 대체복무로 다녀왔다. 기흉 때문인데, 한 번 재발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괜찮다.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혼자 생활을 꾸려가려다보니 모델 일을 먼저 하게 됐다. 모델 일 때 번 돈은 족족 생활비로 썼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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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림 ⓒ사진=임성균 기자


-모델 활동 때부터 긴 머리가 트레이드마크더라.

▶블루오션을 개척한 셈이랄까. 그땐 머리 긴 분이 많지 않았다. 모델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할까 역시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니 머리가 자랐고, 또 그렇게 묶을 정도로 길어졌다. 그게 사극에서까지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해품달' 머리 스타일도 콘셉트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했다.

-초반에 잔실이랑 운이랑 같은 미용실 다니냐는 분들도 있었다.

▶개인 분장팀이 있었던 게 아니라 MBC 분장팀에서 다 해주셨다. 같은 미용실 다닌 셈 맞다.(웃음)

-원작도 그렇고 드라마 시놉에서도 연우(한가인 분)와 러브라인이 있었는데 많이 지워졌다. 아쉽지는 않나.

▶제가 쉽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아니다. 하지만 훤과 양명이 있는데 나까지 연우를 사랑하고 대립하기엔 20부작 안에서 풀어가기가 너무 힘든 게 아니었을까. 비중이 줄어든 데 대해서 후회랄까 아쉬움은 없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신인 주제에 과분한 관심을 받은 거다. 작품 활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연기적으로 보여드린 것도 아니다. 이제 갓 나온 신인인데 실망 안 끼쳐드리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

-연기가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드나.

▶어떤 것도 호언장담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고 본의 아니게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제가 다만 드릴 수 있는 건 계속 해나가겠다는, 그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거다. 매번 현장이 즐거워 죽겠다는 건 낙천적인 희망주의자나 가능할 것 같다. 가끔 너무 재미있을 때는 있다. 그게 카타르시스인가 보다. 그 재미를 찾아서 계속 노력해가는 게 아닐까. 그게 제가 가장 솔직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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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림 ⓒ사진=임성균 기자


-어떤 배우이고 싶나. 롤모델이 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 얼마 전 본 영화 포스터의 눈빛이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있더라. 제가 처음 '해품달'에 나올 땐 안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다. 꽃미남들이 나오다가 선 굵은 남자가 나오니까 '누구냐' 이런 거지. 다니엘 크레이그도 처음 '007'로 나올 땐 악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아이콘이 되지 않았나. 그렇게 되고 싶다. 그런 눈빛을 가진 배우. 롤모델은 따로 없다. 최민식 송강호 선배님을 보면 저도 그런 에너지가 나가는 연기를 하고 싶고. 제가 만나는 모든 배우가 롤모델이다.

-이번에 함께 한 배우들은 어땠나.

▶수현이에게서는 동물적인 모습을 봤고, 일우에게서는 잘 조련된 배우의 모습을 봤다. 은표 선배님은 또 발성이 너무 좋으셨다. 김수현은 좋은 동생이기도 하지만 좋은 연기 선배이기도 하다. 일우랑도 너무 잘 맞는다. 모든 게 제게는 배울거리다. 모든 장점을 흡수하고 싶다. 저 욕심쟁이죠? 그게 제 살길인 것 같다.

-'해품달'은 송재림에게 어떤 작품이었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부족한 게 뭔지 마주보는 시간이었고, 어떻게 바꿔나가야겠다는 걸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장이 무섭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나의 추억을 각자 사람들이 공유한다는 것이 또 애틋하고 아름답지 않나. 길게 말했지만 제게는 행복한 시간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 작품에 합류한 것도 너무 행운이다. 시즌2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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