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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
제 아무리 팝 음악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마돈나'란 이름은 적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1983년 25세 나이에 데뷔해 약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섹시 아이콘' 자리를 지킨 그가 정규12집 'MDNA'를 전 세계에 발표했다. 'MDNA'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새 음악에 마돈나표 DNA가 고루 섞여있단 의미다.
'팝의 여왕'이 선택한 새 음악은 분명 새롭지만 온전히 파격은 아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도 춤을 추고 노래하며 무대를 휘젓는 카리스마 50대 여가수의 관록을 떠올리면 대단하긴 하다. 국내 가요계에서 활동 중인 여가수들의 수명이 짧은 것에 비하면 관록이 느껴지는 '레전드 팝스타'의 내공이다.
마돈나는 새 음반 'MDNA'에서 여전히 관능적이면서 도발적인 끼를 분출했다. 자칫 가볍게 비쳐질 수 있는 댄스음악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릴 뛰어난 퀄리티의 수작이라는 평도 쏟아진다. 댄스음악에 대한 55세 여가수의 철학은 젊은 팝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았다.
80년대 복고풍 댄스 팝부터 트렌디한 일렉트로니카, 경쾌한 록을 버무린 팝록, 감성 발라드까지 넘나든다. 마돈나의 목소리와 색깔이 덧입혀지니 영락없는 마돈나표 노래다. "노래하고 기타 칠 때 본능적인 감성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고 밝혔던 그녀는 여전한 댄스본능을 앨범에 가득 채운 것이다.
현재 팝신에서 가장 핫한 힙합여가수로 손꼽히는 니키 미나즈는 마돈나의 원숙미에 귀여운 치어리더의 분위기를 입혔고,(12집 수록곡 'Give Me All Your Loving'), 팝스타 미카는 중독적인 팝 곡을 선사했다.('Gang Bang') 또 최신 트렌드의 클럽 풍 바운스도 느껴진다.('Girl Gone 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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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
하지만 분명 아쉬움도 남는 음반이다. 마돈나가 부르지 않았더라도 웰 메이드 노래로 평가받을 만한, 그래서 여기엔 파격적인 마돈나가 없다. 그녀 특유의 신선한 '충격'을 기대해서 일까. 평범한 댄스팝 내지는 덥 스텝 등 트렌드한 요소가 그녀의 목소리로 덧입혀진 정도란 평도 있다.
그래도 마돈나표 음악은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하다. '최다 빌보드 싱글차트 톱10 기록(28곡), '최다 앨범 판매 여성아티스트(2억7500만장)'. 팝 역사에서 대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1958년생 아줌마 가수의 상징성은 단순한 섹시 여가수의 이상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과 더불어 음악의 소비 패턴을 바꿨고 뮤직비디오의 등장과 함께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의 시대로 변화를 알렸다. 자신의 섹시 이미지와 함께 적극적으로 남녀 간의 성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자신을 기꺼이 상품화 하면서도 아티스트의 기질은 놓지 않았던 그다.
지난 30년간 음악, 영화, 패션 등 다방면에서 아티스트 면모를 뽐내 온 마돈나. 지금껏 보여준 댄스 음악에 대한 철학과 한계를 부순 마돈나의 활약상이 국내 가요계에 전하는 메시지도 크다.
섹시 이미지와 역동적인 무대를 끊임없이 선보여야 된다는 것은 분명 여가수에게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일부 가수들에게 댄스음악은 단순히 상업적인 수단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때다.
K-팝도 물론 대단하다. 하지만 마돈나처럼 식지 않는 열정으로 30년간 '섹시 퀸'이란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는 섹시 여가수를 국내에서 단 한명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