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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동훈 기자 |
"첫인상은 얄미운 새침데기 같지만 알고 보면 털털한 성격을 갖고 있어요."
인형 같은 이목구비, 당돌한 눈빛과 함께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인사하는 배우 박세영(25)을 처음 봤을 때 차가운 얼음공주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10분만 함께 대화해보니 얼음공주는 그저 환상일 뿐이었다. 박세영은 인터뷰 진행하는 내내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며 20대 다운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했다. 헤어질 땐 '아 저러니 선택 받는구나'를 느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내일이 오면'에서 당찬 20대 서유진 역으로 안방극장에 입성한 뒤, 제2차 수목극 대전을 평정한 작품 KBS 2TV '적도의 남자' 최수미 아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시 인사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KBS 2TV '사랑비'에서 장근석의 뮤즈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동생 이미호로 투입됐다.
◆ '내일이 오면' 배우가 될 거야! 동화 같은 데뷔과정
박세영은 지난 2011년 9월 데뷔한 뒤 7개월 만에 월화극을 비롯해 수목극, 주말극까지 1주일 가운데 6일을 시청자들과 만났다. 신인은 한 번이라도 나오기 힘이 든다는 공중파에 연속으로 출연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어릴 때부터 배우만을 꿈꿔오며 착실하게 살아온 결과, 동화 같은 기회를 잡게 됐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연기자를 꿈꿔왔어요. 서울랜드에서 열린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 출전해 상도 타봤고, 미스 빙그레도 참가했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역배우를 하게 됐어요. 중학교 때는 MBC '어사 박문수'에서 최종환 선배님 딸로 출연했는데 성인연기자 데뷔 첫 작품인 SBS '내일은 오면'에서 다시 부녀사이로 만나게 됐어요. 선배님께 말씀드리니 '아 기억이 난다'면서 살뜰하게 챙겨 주셨는데 기뻤어요."
박세영은 아역활동을 잠시 중단했을 때에도 연기를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오연수, 바다, 비, 세븐 등 대한민국 스타들을 배출한 안양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에 입학했다. 과 동기로는 카라의 박규리가 있다.
"예고 다닐 때도 당장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 두지 않았어요. 중간에 아역활동을 쉬었던 것도 공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그래서 부모님도 저를 믿고 지켜봐 주신 것 같아요. 사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가수로 먼저 데뷔하고 연기자로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대학 입학 후에도 진로에 대해서 늘 고민했어요.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진로 결정을 마무리 할 때쯤 현재 소속사 이사님이 연락을 먼저 주셨어요. 이사님이 사실은 아역시절 매니저 일을 봐주신 분이세요. 이사님이 훗날 말씀해주시길 어느 날 제가 번쩍 생각나서 연락을 하게 됐다고 하셨어요. 연락 온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저 신기해요."
우연하게 시작된 데뷔, 이후에도 탄탄대로였을까.
"시작만 운이 좋았을 뿐 쭉 이어지지 않았어요. 소속사 들어가서도 수도 없이 오디션을 봤고, 탈락의 아픔도 겪었어요. 갑자기 올해 초부터 공중파에 연속으로 캐스팅 됐어요. '든든한 배경이 있냐'는 댓글도 봤는데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결과이기에 더 이상 악플에 마음을 담아 두지 않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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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동훈 기자 |
◆ 추운 날, 힘든 만큼 연기력이 쑥쑥 자란 '적도의 남자'
박세영에게 '적도의 남자'는 소중한 작품이다. '내일이 오면' 서유진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준비했다. 어린 최수미는 겉모습은 부잣집 외동딸이지만 내면은 술과 여자를 밝히는 박수무당의 딸로 상처투성이 캐릭터였다. 동시간대 다른 작품에서 아역이 등장하지 않아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졌을 터. 꼴찌에서 1위로 역전하게 돼 기쁜 마음과 함께 힘들었던 촬영 시를 전했다.
"우선 '적도의 남자'가 1위를 하게 돼 너무 좋아요. 요즘은 다시 보기로 저를 많이 알아봐주셔서 행복해요. 촬영당시 시완 오빠, 수진, 현우 모두가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함께 신경을 썼지만, 사실 제가 맡은 수미 캐릭터는 내가 경험하지 않은 가족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어 연기할 때 힘들었어요. 실제로 저는 할아버지, 부모님, 언니 2명과 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다 늦둥이다보니 많은 배려와 사랑 속에서 성장했어요. 이렇게 대식구가 함께 사는 환경에서 자란 저와 수미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를 두 배로 더 해야 했어요. 그래서 계속 작가님과 PD님, 선배님들께 물어보면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죠."
많이 노력한 결과일까, 자신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 극 중 절친한 사이였던 김선우의 불행을 모른 척 덮는 장면에서는 무서움마저 느껴졌다.
"피곤해서 누웠다가 수미의 아빠가 장일이 아빠에게 쓴 협박편지를 우연히 보는 장면을 가장 노력했던 장면으로 꼽고 싶어요. 빠른 시간 내 치밀하게 머리를 굴려야 하는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동작, 눈빛마저도 수도 없이 반복 연습했어요.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나도 모르게 그 순간 감정이 극대화 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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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동훈 기자 |
◆ '사랑비'로 보는 나쁜남자 vs 착한남자
박세영은 첫 번째 작품 SBS '내일이 오면'에서는 상대배우 이규한과 결별위기까지 갔다가 결국 사랑이 이루어졌지만, '적도의 남자', '사랑비'에서는 나쁜 남자만 따라다녔다. 그는 이제 짝사랑보다 완전한 사랑을 해보는 역할을 하고 싶단다.
"원래 나쁜 남자 보다 착한남자를 더 좋아해요. 밝히기 부끄럽지만 연애경험이 두 번 밖 에 안돼요. 그래도 지금껏 만난 사람들도 다 착한 사람들이라 나쁜 남자에 대한 환상도 없어요. 그러고 보니 연기할 때는 해바라기처럼 짝사랑 하는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첫사랑, 한 남자 가슴에 안기고 싶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사랑비'는 장근석, 김시후, 김영광 등 훈남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박세영은 실제로도 가장 마음에 드는 타입은 '장근석 선배님'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촬영장에 또래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밝고 유쾌해요. 장근석, 김시후, 김영광 선배님들이 극 중에서 많은 타입의 남자들을 대표하지만, 미호처럼 실제로도 장근석 선배님이 호감이에요. 특히 장근석 선배님은 첫 만남부터 잘해주셨어요. 대사 맞출 때도 호흡이 잘 맞았구요. 극 중에서 아무래도 먼저 좋아하는 역할이다 보니 촬영장 도착하면 먼저 다가가 인사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세 번 째 작품 '사랑비'에서는 처음이 아닌 중간에 합류했다. 극 중 2012년 천재 포토그래퍼 서준을 짝사랑 하는 미호, 미모, 재산, 능력까지 고루 갖춘 '엄친딸'이다. 실제 성격은 어떨까.
"실제로는 미호 같은 성격이 아니라 되게 활발하고 털털해요. 극 중 미호 특유의 애교 가득한 모습을 연기할 때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어요. 어느 순간 대사할 때 나를 놓아버리니까 애교연기가 재밌어요. 실제성격과 많이 달라서 그런지 '사랑비' 첫 방 후 친구들이 가끔 장난을 쳐요.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는데 '준이 오빠'하면서 귀엽게 따라하는데 재밌어서 배꼽을 잡고 크게 웃었어요."
◆ 늘 옆에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목표
박세영은 앞으로 대선배 고두심처럼 꾸준히 사랑받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내일이 오면' 하면서 고두심 선배님을 더욱 존경하게 됐어요. 카리스마 넘치시는 모습과 달리 엄마처럼 푸근하게 대해주셨어요. 연기할 때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겨주셔서 영광이었죠. 이번에 이미숙 선배님도 꼭 뵙고 싶은데, 아직은 함께 하는 장면이 없어 아쉬워요. 조만간 있을 것이라 믿고 선배님 나오시는 부분 모니터 하면서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지금 신인이니까 구분 없이 저를 더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련한 첫사랑 역할도 좋고 청춘드라마도 해보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연기에 있어서 열정이 있고 열심히 하는 프로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지금처럼 한 번에 이슈가 되서 알려지는 것보다 꾸준히 나와서 늘 옆에 있는 느낌도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여러분 저 박세영 꼭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