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극본 박지은·연출 김형석·이하 넝굴당)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시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시댁의 '시'자만 들어도 몸이 시름시름 아프다'는 얘기는 결혼을 경험한 여자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을 것. '넝쿨당'은 이런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시청자들은 왜 '넝굴당'에 공감할까. 며느리 차윤희(김남주)와 시어머니 엄청애(윤여정)에 대한 공감이 동시에 충족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민남편으로 급부상한 귀남이(유준상)의 처세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신의 선택은?
◆ 차윤희 "남편 사랑받는 내가 부럽다구요?"
'넝굴당'의 며느리 차윤희(김남주 분)는 절대 시집살이하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의 여자. 어느 날 이상형인 '능력 있는 고아' 귀남(유준상 분)을 만나 그 꿈을 이루게 됐다. 행복도 잠시, 귀남이 잃어버린 부모를 찾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시댁이 생겼다.
사랑하는 남편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가족을 찾았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싫어도 내가 받아 들여야지 어쩌겠어'하는 마음. 그래도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시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명품가방은 알고 보니 '짝퉁'. 막내 아가씨가 배달과정에서 '짝퉁'으로 둔갑시켰다. 드라마 기획PD가 직업인데, 현장에서 주연 여배우 드라마 소품으로 사용했다가 봉변당했다.
열불이 나고 화가 나는데 막내 아가씨는 되레 뻔뻔하게 들이댄다. 시월드 공격의 시작이었다. 불합리한 상황 발생이 한 둘이 아니다. 복장이 터진다. 아마 내 편이 되어주는 남편이 없었다면 난 화병이 나 이 세상에 없을 거다. 사람들은 날 보고 '사랑받는 아내'라 부른다. '부럽다'는 사람까지 있다.
◆엄청애 "아들의 사랑을 이제는 받고 싶어요"
30년 전 잃어버린 아들 귀남이만 생각하면 자가다가도 벌떡 일어나 눈물을 뚝뚝 흘리던 엄청애. 아들을 사칭하는 청년에게 사기도 당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귀남이는 죽었다'고 생각하며 가슴에 묻기 일보 직전, 아들을 찾았다. 알고 보니 최근에 이사 온 세입자. 불행일까, 행운일까. '참 이상한 부부'라고 생각했던 젊은 부부가 바로 내 아들과 며느리였다니 말이다. 죽은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려던 마지막 순간 찾아온 귀한 아들 귀남이는 나보다 자기 와이프가 우선이고, 절대로 내 며느리는 삼고 싶지 않은 차윤희는 맘에 드는 구석이 영 없다.
사랑하는 내 아들을 생각해 차윤희에 대한 마음을 바꿨다가도 이래저래 자기만 아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 내 편만 안 드는 아들도 야속하고, 얄미운 며느리는 꼴도 보기 싫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이제는 내 며느리인데…'. 내 며느리 흉허물을 식구들이 알까봐 이제는 내가 덮는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시어머니의 전형'이라고 부른다. 나도 이제 아들을 사랑하고 싶고, 아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
◆ 방귀남 "유일한 '내 것' 차윤희를 사랑하고, 합리적 판단을 했을 뿐.. "
첫눈에 보고 사랑에 빠졌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여자 차윤희, 그녀의 당당하고 화끈한 성격에 반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약자에게 힘을 휘두르는 강자를 보란 듯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차윤희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됐고 의대를 나왔다. 양부모도 사랑하지만 그래도 친부모를 만나고 싶어 한국에서 터를 잡았다. 지금의 아내 차윤희도 만나게 됐다.
부모님은 찾지 못했다가 드디어 찾았다. 집주인 부부가 알고 보니 부모님이었다. 부모님, 할머니, 삼촌, 누나, 친동생들, 갑자기 식구가 늘어났다. 행복하기만하다. 가족들, 사랑하는 아내 차윤희와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다. 그런데 쉽지 않다. 어머니와 아내가 자꾸만 어긋난다. 문제는 '트러블메이커'는 없다. 어머니도, 아내도 각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합리적인 주장이다.
그런데 어머니나 가족들은 아내 편을 든다고 내심 못마땅해 하는 것 같다. 차윤희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내가 처음으로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일함이었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차윤희를 힘들게 하거나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가족들과의 마찰도 싫다.
아내가 회사 일로 바빠서 할아버지 제사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고 어머니가 난리다. 그렇다면 내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내 할아버지의 제사 음식을 만드는 일은 결국 내 일 아닌가. 어머니와 할머니는 제사 음식 만들겠다는 나를 보고 차윤희를 찾으며 성을 낸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국민 남편'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