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기자 photoguy@ |
김강우(34)는 올해 데뷔 10년을 맞았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지 10년, 그는 임상수 감독의 새 영화 '돈의 맛'에서 새 주영작이 됐다. 재벌가의 속살을 파고든 이 작품에서 주영작은 재벌가의 비자금 관리원이 되어 바깥사람의 눈으로 재벌가의 치부를 목도한다. 그리고 거부하지 못한 채 그에 빠져들고 만다.
이미 임상수 감독의 팬이었으며, 앞선 작품으로 인연을 맺을 뻔 했었던 그는 기꺼이 새 프로젝트를 받아들였다. 데뷔 10년, 이젠 '연기의 맛'을 보고 싶다는 그로선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는 이제 칸으로 간다. 앞으로 그가 낼 연기의 맛은 어떤 느낌일까.
-새 주영작이 된 기분이 어떤가.
▶좋다. 워낙 감독님 영화를 다 봤고, 팬이기도 한 입장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는 특히나 주영작을 통해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 그의 시선으로 집안사람들을 보기 때문에 그 점에서 역할이 막중해졌다. 모든 걸 다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표현해야 했다.
-계산하기보다 그대로 반응하면서 연기했다는 뜻인가?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중점을 뒀던 건 나한테 주어지는 자극에 대해 솔직한 반응을 보이자는 거였다. 꾸미지 말고. 영작이는 해외 명문대 나와서 능력 있고 외모도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도 산더미 같은 돈 앞에서는 날 것 같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예고에 나온 돈더미 같은 건 소품이긴 하지만 그렇게 있으니까 압도가 되더라. 무섭기도 하고.
-보여주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불편한 진실을 굳이 끄집어내 보여주는 게 임상수 감독 영화의 특징인데.
▶이번에도 노출 수위보다 '그 수위', 주제의 수위에 놀라실 것 같은 거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든지 대화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드러나는지에 놀라실 것 같다. 사실 노출에 놀랄 거야 없지 않나. 훨씬 야한 영화가 많다. 그 위주로 보러 오시지 말고 이번엔 또 무슨 감춰왔던 이야기, 치부를 꺼내 보일까, 사람들은 또 어떤 쿨한 반응을 보일까를 보시면 더 재밌으실 거다. 제가 보기엔 감독님 영화 중에 가장 상업적인 면이 있다. 시선은 더 날카로워졌고.
-'돈의 맛'은 좀 봤나?
▶개런티 받으면 돈의 맛을 보는 거다. 그런데 맛 보기 전에 없어진다.(웃음) 어쩔 수 없지만 저한테는 소중한 거다. 그 소중함을 넘어서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저는 그만한 그릇도 안 되고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다.
-잠시 쉬다가 최근 다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영화 '외사경찰' 개봉을 준비 중이고 '미라클'을 촬영하고 있다. '무적자'를 끝내고 간격이 벌어졌다. 아이도 낳고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고 가정에 더 충실해야 했던 점도 있었기 때문에 더 작품들에 욕심을 내고 있다. 스스로가 욕심을 부리는 거다. 올해가 데뷔 10년인데 느낌이 나쁘지 않다. 남들 보기엔 '쟤가 '돈의 맛'을 알았나' 할 수 있지만 사실 저는 '연기의 맛'을 보고 싶은 거다. 절실하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돈의 맛'은 더 강렬하게 다가왔겠다.
▶표현방법도 다르고, 주제의식도 센 영화였다. 작품 중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으로 탄력을 받아 쭉 가고 싶다는, 저에게는 새로운 의지를 주는 영화였다. 업그레이드를 해가고 싶은 거다.
-칸이든, 흥행적으로든 기대되는 바도 크겠다.
▶사실 감독님이 수상하셨으면 좋겠다. 많은 공격 속에서도 뚝심있게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두운 구석들을 자꾸 끌어내시지 않나. 작업을 하면서 청년 같은 진실함을 느꼈다. 감독님은 꼭 히딩크 같다. 직선적이시고 고집있고 실력있고, 연세 많지만 귀여우시기도 하다. 흥행적으로는 수많은 넥타이부대들이 주영작을 보면서 직장, 사회에서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면서 '아 맞다' 그런다면 또 성공적일 것 같다.
-칸 가는 기분은 어떤가.
▶처음엔 그냥 가나보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좋다.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제가 언제 또 딱 맞는 작품을 한다는 보장도 없고. 평생 한 번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기회니까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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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과의 베드신이 화제였다. 탄탄한 몸이 또 먼저 화제가 됐고.
▶좋은 몸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젊은 육체, 젊은 남성이라는 포지션이었고, 백윤식 윤여정 선배님이 대변하는 구시대와 대비가 필요했다. 또 그 여자가 저를 탐할 수 있을 만큼의 섹시미가 필요했다. 보통 30대 중후반의 몸매를 보여줄 수는 없지 않나. 저한테 직접적으로 섹시해지라고 주문은 안 하셨지만 언뜻언뜻 느껴진다. 물론 제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고, 그런 면에서는 감독님이 여우시다. 부담되지만 기분 좋았다. 섹시해 보인다는 게 좋은 말이지 않나. 호감을 산다는 이야기니까.
-촬영 때는 어땠나?
▶저는 똑같았다. 김강우 대 윤여정이 아니라 백금옥 대 주영작이고, 당혹스러워하면서 끌려가는 모습을 표현하면 됐고, 열심히 하면 됐다. 찍기 전 시나리오 봤을 때는 부담이 됐는데 막상 찍을 땐 부담이 없더라. 느낌대로 쉽게쉽게 갔다. 선생님이야, 그 연세에 베드신을 하시고 그만큼 관심 받으시는 게 행복하신 거 아닌가. '당혹스럽고 기분 나빴어' 하시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보면 재밌으실 거다. 되게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아버지가 됐는데 그런 느낌이 잘 안 든다.
▶나와 있으면 저도 까먹는다. 지난 달에 돌이 지났는데 저랑 똑같이 생긴 게 걸어 다니니까 귀엽고 그렇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면 이제는 얘를 통해서 나를 볼 수 있겠더라. 아버지라는 타이틀이 생기니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얘가 보는 나는 어떨까 생각하면 다시 정신이 번쩍 든다.
-야심많고 열정적인 '상남자' 역할을 많이 했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고.
▶집에 있을 땐 주부 같은 스타일이다. 아버지가 워낙 가정적이셨다. 사실 그게 진짜 남자다운 거 아닌가. 자기 일만 하고 마초적이고 권위의식만 내세우는 건 옛날 남자니까. 역할은, 우리나라 남자 캐릭터가 그런 역할이 많은 것 같다. 제가 멜로를 안 해서 그럴 수도 있다. 사실 멜로가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진짜 멜로는 10년 연기를 하면 해야지 생각했다.
-그럼 이제 할 때가 됐네.
▶이제 하려고 한다. 많이 써 달라.(웃음) 사실 많이 알아야 멜로를 하지 않나. 아무 것도 모르는데, 인생의 맛도 많이 못 보고 연기 맛도 모르는데 가장 어려운 두 사람 사이 애정의 맛을 어찌 내겠나.
-드디어 연기 생활 10년을 맞은 기분은 어떤가?
▶그 전에는 연기가 재미있지 않았다. 딴 거 할까 하는 생각도 진짜 많이 했다. '좋아 죽겠어' 이런 거 없이 그냥 '10년은 해 봐야 돼' 하는 생각을 했다. 음식을 만들어도 레시피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맛을 내려면 10년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를 위안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었고. 그래서 더 느낌이 좋다. 영화도 '돈의 맛'이고 나도 나만의 맛을 낼 때이고, 그럴 나이도 됐고, 그래야만 하고, 모든 게 타당해졌지 않나. 한 번 보려고 한다. 까불지 않고, 다른 데 시선 뺏기지 않고 이렇게 해 왔으니 어떻게 되나 보자. 잘 될지 보자 이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될지 보고 싶다. 사실 장하지 않나. 어떤 일을 10년을 한다는 것. 예전에는 '배우 하고 싶습니다' 그랬다면 올해부터는 당당하게 '영화배우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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