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기자 |
사람들에게 '김재화'라는 이름을 말하면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 문장의 설명이면 단박에 그를 기억해낸다. '코리아'에서 강렬한 표정으로 스매싱을 하던 중국선수 덩야령. 유창한 중국어로 정말 중국인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던 그가 바로 김재화다.
비장하고 표독스러운 표정의 덩야령을 벗은 김재화는 스스로를 '온열인간'이라고 표현했다. 동물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따뜻한 사람이자 연기에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뜨거운 피의 소유자, 김재화는 '온열인간'이자 '정열인간'이였다.
-'코리아'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중국선수가 뜬다. 인기를 실감하나?
▶나도 사실 검색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웃음). 관객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서 블로그 같은 걸 찾아보고 하는데 어떤 분이 배우들에게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주셨는데 내 괴물 같은 표정들을 다 모아서 금메달을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페이스 북에 올리고 자랑했다.
-덩야령은 덩야핑을 모델로 한 역할인데 덩야핑 선수를 따로 연구했나?
▶각자 자료를 다 나눠주셨다. 덩야핑 선수에게 빠졌다. 대단한 분이더라. 연습벌레에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 단신인데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다. 탁구 치는 모습은 근육도 다르고 골격도 달라서 다르겠지만 눈빛이나 기합소리는 최대한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덩야핑 선수 측과 합의가 안 되서 가명을 썼다고 들었다.
▶그래서 감사했다. 내가 덩야핑이었으면 계속 주눅 들었을 것 같다. 덩야령이 됐기에 그분과 가상의 시나리오를 적절하게 매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리아'는 특히 조연배우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배우들끼리 '네가 제일 잘나가' 이런 얘기도 하는지?
▶함께 차타고 다니면 그런 얘기 한다. 기사들 보면 거의 비슷하다. '완벽 빙의' 그 단어를 가장 많이 쓴다. "예리야 너 완벽빙의야" "언니도 완벽빙의던데요?" 라며 서로 완벽빙의라고 한다. '네가 최고의 수혜자 아니니' 하면서 서로서로 축하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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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분희 현정화와 마주쳤을 때 탁구공을 밟아버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장면 찍으면서 덩야핑 선수에게 굉장히 죄송했다.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극중에 만들어진 가공의 이야기이지만 '이건 중국에는 못팔겠다' 라고 혼자 걱정했다(웃음). 그분이 탁구공을 찌그러뜨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독기를 가지고 운동하는 분이라고 들었다. 탁구를 전 국민이 치는데 그중에서 덩야핑 같은 사람이 되려면 정말 독하게 해야 했을 것이다.
-'코리아'의 중국 탁구선수에 이어 '공모자들'에서도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 장수 역이다. 왜 유독 중국 관련 캐스팅이 많을까?
▶아무래도 요즘 한국과 중국 간에 교류가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국제 정세를 반영하다 보니 중국 관련 영화가 많아지고 그 중에서 인물을 찾다보니 내가 선택을 받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중국 전문 배우라고 오해한다. 블로그에 '그 분은 어디에서 나오셨는데 요즘은 중국 전문 배우로 활동하고 계십니다'라고. 그건 아니다. 나는 그냥 어느 나라 사람이여도 상관없이 활동하고 있다. 처음 했던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는 일본 사람 역할이었다.
-탁구 연습 중에 하지원은 무릎에서 소리가 나고 배두나는 발톱이 빠졌다고 하더라. 연습 중 부상은 없었나?
▶척추와 골반 사이에 있는 조직이 손상이 되서 스매싱 할 때마다 아팠다. 소리가 난 건 아니지만 소리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같은 부위가 최윤영, 같이 복식했던 단영 셋이 똑같이 아팠다. 우린 선수가 아닌데 무리한 연습량을 주시니까 무리가 왔다. 지금도 하루 종일 하이힐 신은 날은 아프다.
솔직히 처음에는 우습게 생각했다. '그냥 공 넘기면 되는 거 아닌 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정말 예민하고 각도와 세기와 방법에 따라서 공이 다르게 가는 운동이다.
-고생 끝에 촬영한 탁구 장면, 만족하나?
▶아니다. 지금 봐도 어색하고 뭔가 '저기서 허리를 좀 돌려야지' '왜 저렇게 숙였어?' '스윙이 안 좋네'하고 혼자 생각한다. 탁구 마니아들은 알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표정으로 커버 했으니까. 얼굴로 탁구 친 것 같다. 만족과 불만족의 사이쯤? 리얼한 표정은 만족스럽고 자세 같은 건 약간 아쉽다.
-영화에서는 덩야령이 제일 탁구를 잘 치는 역할이다. 실제로 배우 중에는 누가 제일 잘 치나?
▶실제로는 한예리가 가장 잘 쳤다. 무용했던 친구여서 감각이 남다르다. 연습도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가 되어있다. 배우들은 좀 쉬어가면서 연습하려고 하는데 예리는 무조건 정해진 만큼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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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비중이 큰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사실 '하모니' 때가 더 크긴 했다. 그 이후로 다시 이렇게 비중을 차지한 건 오랜만이다. 포털에서 내 필모그래피를 봤는데 단역, 단역, 단역 이렇게 쭉 가다가 조연이라고 써 있는 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 이제 '무슨녀'가 아니라 덩야령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앞으로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가 누구인가?
▶학교 선배인 하정우와 좀 길게 나왔으면 좋겠다. 학교 다닐 때도 내 졸업 공연 때 까메오로 출연했다. 그때도 관객들을 포복절도 시켰다.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하정우와 주고받는 것이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배울게 많으니까.
요즘은 처음부터 유명한 상태로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하정우는 나중에 잘 된 케이스다. 하정우를 보며 힘을 많이 얻었다.
-센 역할을 많이 했는데 격정 멜로 욕심은 없는지?
▶격정 멜로, 해보고 싶다. 상대 배우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멜로를 찍는다고 하면 남편 반응은 어떨 것 같나?(김재화는 '코리아' 촬영이 끝난 후 10년 만난 애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멜로라고 해도 응원 해줄 것 같다. 남편은 중국인 역할로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럼 나는 '굳어지기라도 해서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만약 청나라 사신 역할이 들어오면 "너 그러다가 이미지가 그렇게 굳혀진다?"라고 할 것이다. 퀵, 하모니, 황해, 코리아까지 다 센 캐릭터다보니 다양한 역할을 해보라고 조언 해준다.
-영화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연기 할 수 있는 배우? 끝내는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프랑스 채널 TV5를 일부러 신청해서 매일 보고 있다. 칸 영화제를 기다리며 언젠가는 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