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지민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아직도 '엔딩'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 같아요."
지난 2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한지민(30)의 모습은 브라운관에서의 모습처럼 밝고 환한 모습이었다. 다소 빡빡했던 촬영을 끝냈음에도 피곤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지민은 지난 24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극본 이희명·연출 신윤섭, 이하 '옥세자')에서 조선시대 왕인 이각(박유천 분)을 남모르게 사모하지만 가슴 속에서 슬퍼하는 부용과 발랄하면서도 당찬 모습의 박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지민은 극 중 사랑스러운 매력과 진심을 담은 눈물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연기력에서 큰 호평을 받아냈다.
한지민은 종영 후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번 작품이 '열린 결말'이기도 해서 주변에서 많이 생각해주셨다"며 "좋은 기사만 골라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우 한지민 ⓒ사진=안은나 인턴기자 coinlocker@ |
◆"'빠담빠담' 때 키스신 너무 많았다..'웨딩 키스신' 슬퍼"
'옥세자'에서 인기를 끌었던 장면은 단연 이각과 박하의 키스신이었다. 하지만 한지민은 오히려 "전작 '빠담빠담'에서 상대역인 정우성과 키스신이 너무 많았다"며 이번 작품에서의 키스신에 대해 담담한 모습이었다.
"'빠담빠담' 찍을 때 한 23번 정도 했을 걸요?(웃음) '옥세자'에서 키스신이 몇 번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았는데 어쨌든 전작에 비해서는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빠담빠담'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현실적인 장면을 많이 찍었는데 애인이랑 같이 있게 되면 스킨십도 자주 계속 하게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많이 찍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극 중 이각과의 키스신도 설레지 않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웃음) 신 찍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또 상황마다 다르고 했던 것 같아요."
한지민은 '옥세자'에서 자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극 중 이각과의 '웨딩 키스신'을 꼽았다.
"19회와 20회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신들이 많은데 특히 결혼식 신이랑 극 중 부용이 자살하는 신을 찍으면서 많이 슬펐어요. 결혼식 신 같은 경우에는 찍기 전에는 그저 '사라지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찍을 때가 되니 너무 마음 아팠죠. 모두들 한꺼번에 떠나서 혼자 남게 되니깐 순간 외로움에 눈물이 나서 대사가 안 될 정도였어요. 결혼식 신 리허설 후에 대사를 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감정이 올라와서 저도 모르게 확 울었어요. 유천 씨랑 제작진들도 함께 같이 울었는데 그 감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또한 한지민은 극 중 부용이 자살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남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부용이 자살하는 신도 저 스스로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며 "부용이 그 마음을 가슴에 품고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순간 손발이 떨렸고 울어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배우 한지민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 "박유천 노래하는 모습 상상안가..이태성 재미있는 친구"
한지민은 '옥세자'에서 상대역으로 함께 연기한 박유천에 대해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서 극찬하며 "노래를 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고 말했다.
박유천은 전작 KBS 2TV '성균관 스캔들'과 MBC '미스 리플리'를 통해 사극과 현대극을 모두 섭렵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으며 '옥세자'를 통해서도 연기자로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유천 씨가) 가수이긴 하지만 '가수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함께 연기하면서 가장 좋고 편했던 거는 호흡이 잘 맞았다. 사실 리허설을 찍다가도 본 촬영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다르게 감정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잘 판단해서 받아주고 해서 서로 시너지 효과가 됐던 것 같아요."
한지민은 동료 배우 이태성에 대해서도 "함께 촬영하면서 재미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기 말로는 촬영이 힘드니깐 노력하는 거라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자신만의 유머 본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지민은 후배 연기자인 박유천에게 선배 연기자로서 많이 도움을 줬느냐는 질문에 "선배 연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먼저 연기자로 데뷔하고 작품을 많이 한다고 꼭 선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선배일 수는 있지만 제가 가르쳐준다는 건 아니라고 봐요. 저는 그럴 역량도 안되구요.(웃음) 분명 똑같은 대사를 받아도 어떤 연기자가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를 텐데 물론 상대 연기자와 함께 고민도 하고 생각도 할 필요는 있겠지만 다른 역할에 대해서 '이렇지 않을까'라고 상대방에게 말하고 가르칠 입장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 한지민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극 중 '박하' 연기하면서 신나..악역도 도전해보고 싶다"
한지민은 이번 작품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도 털어놨다.
"어떤 작품이나 만족할 수 없는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아쉬움이 항상 남아요. 드라마는 항상 시간에 쫓겨서 하게 되고 하고 싶은 대로 제 연기를 뽑아낼 수 없어서 그랬던 것 같고, 저는 그저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함께 한 동료들이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많이 친해지기도 해서 좋았어요."
한지민은 또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박하'라는 캐릭터에 대해 많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극 중 박하를 연기하면서 캐릭터 영향을 받아서인지 더 재미있고 밝아졌어요. 어떠한 캐릭터든 여러 가지 성격은 가지고 있고 캐릭터를 만나면서 드라마에서의 모습을 극대화시켰는데 '빠담빠담' 때 지나 역할은 좀 차갑고 냉정한 성격이었고 극 중에서도 남자 주인공들이 죽는 신들이 많아서 얼른 박하가 되서 웃고 싶었어요.(웃음) 밝은 모습의 박하를 만나게 되서 덕분에 신나기도 했었고 박하가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반격하는 모습도 가지고 있어서 나름대로 속이 시원하기도 했었죠.(웃음)
한지민은 또한 '옥세자'에 대해 "코믹, 로맨스, 복수, 미스터리, 사극 등 여러 장르가 섞여있는 작품을 접해보기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며 "하나의 종합선물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고 또한 연기자로서도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한지민은 자신의 청순하면서도 발랄한 캐릭터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악역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배우 장서희가 최근 방송에서 자신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 내용을) 기사를 통해 보면서 제가 만약에 복수극을 하게 되면 또 다른 모습일 수 있고 재미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악역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악역하게 되면 얄미운 캐릭터로서 더 무서울 것 같은데요.(웃음)
장서희는 지난 26일 KBS 2TV '이야기쇼-두드림'에 출연해 차세대 복수의 화신을 묻는 질문에 한지민을 언급하며 "착하게 생겼는데 악역을 쏘아보는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지민은 자신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는 없지만 지금은 배우의 길을 잘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연기자만을 생각했을 때 데뷔 후 차근차근 여러 작품을 통해 저만의 영역도 넓혔고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작품 안에 묻어나는 연기자가 되기는 어려워요. 저는 '어떤 배우가 되야겠다'라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행운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이 아닌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