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30년 만에 새 SF영화로 돌아왔다. 6일 개봉한 '프로메테우스'로 관객은 또 한 번 리들리 스콧이 그리는 미래를 만나게 된다.
1977년 데뷔작 '대결자'로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시작된 그의 영화인생은 1979 년 '에이리언'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에이리언'은 1997년 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퀄리티를 자랑한다. 외계인과 마주한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호 항해사들. 외계인들은 인간의 몸 안에서 새끼를 부화시켜 몸을 뚫고 나오는 등 기괴한 방법으로 인간을 무참히 살해한다. 그 앞에 인간은 무력할 뿐이다.
'에이리언' 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과 음울한 비주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외계인의 모습과 인간을 공격하는 방법도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기괴하게 표현해 보는 이들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했다.
우주 화물선 노스트로모호(The Nostromo). 외계에서 귀중한 광물과 자원을 나르는 이 거대한 우주선에는 승무원 7명과 광석 2000만톤의 화물을 싣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인공 동면을 취하고 있던 대원들은 서서히 프로그램된 컴퓨터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는데 이들 중엔 2등 항해사인 엘렌 리플리(Ellen Ripley: 시고니 위버 분)도 있다.
그의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는 SF 영화의 고전이자 교과서라고도 불린다. 필립 K.딕의 소설 '안드로이드 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영화화 한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 미래의 LA를 묘사했다. 80년대 영화임에도 높은 수준의 세트를 구현했고 테크노 스타일의 음악을 접목 시켰다. 개봉 당시 크게 흥행하지 못했던 '블레이드 러너'는 감독판이 공개되며 관심을 모았다.
'블레이드 러너'는 지금도 많은 SF영화에서 재생산 되고 있는 인간과 안드로이드간의 문제를 다뤘다.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4년 수명의 복제인간과 생명 연장을 위해 탈출한 안드로이드를 제거하는 임무를 받은 블레이드 러너의 갈등과 인간보다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잔인성과 함께 문명 발달에서 오는 비인간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세 번째 SF영화에서 미래와 우주에 대한 공포 대신 판타지를 택했다. 그가 1985년 제작한 '레전드'는 어둠의 대왕이 세계 지배를 노리지만 선과 빛의 세계를 유니콘의 영혼이 지키고 있다는 설정의 판타지 SF영화다. 그러나 '레전드'는 전작 '블레이드 러너'의 명성을 잇지 못하고 혹평을 받았다.
'레전드' 이후 리들리 스콧의 SF 영화는 30년 동안이나 만날 수 없었다. 그는 이후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 분)와 웨이트리스 루이스(수잔 서랜든 분)의 일탈을 그린 '델마와 루이스', 엄청난 강인함을 가진 여군으로 변신한 데미 무어의 연기가 돋보이는 '지.아이.제인',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글래디 에이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내놓았다.
기나긴 외도 끝에 리들리 스콧이 네 번째 SF 영화를 공개했다. 인류의 기원을 외계인에서 찾는 영화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2085년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난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가 외계인과 맞닥뜨리게 되고 외계인이 인류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30년 만에 SF영화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은 이미 '프로메테우스'에 이어 2014년 '블레이드 러너' 후속작 크랭크인을 계획하고 있다. 패기 넘치는 젊은 감독에서 75세 노장이 된 리들리 스콧이 보여주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프로메테우스'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귀환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