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지.아이.제인', '델마와 루이스' |
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프로메테우스'가 상륙했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죄로 매일 간이 뜯기는 형벌을 받게 된 신화의 주인공 이름을 빌린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창조자를 찾으려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만 이야기를 담는다. 그 태초로의 탐사 여행을 주도했으며, 극의 여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쇼는 '에일리언'의 리플리(시고니 위버)를 연상시키는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여전사 캐릭터를 선보인다.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누미 라파스가 리들리 스콧의 새 히로인이 되어 '프로메테우스'를 이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블랙 호크 다운', '글래디에이터' 등 남성미 넘치는 액션물로도 이름 높지만 강인하고도 주도적인 여전사 캐릭터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그가 탄생시킨 잊을 수 없는 여인들은 누가 있을까. '프로메테우스'의 누미 라파스는 독보적인 존재감과 개성을 자랑했던 선배들을 이어갈 수 있을까.
◆1979년 '에이리언'의 리플리
지금으로부터 30년도 훨씬 전, 리들리 스콧 감독이 선보인 '에이리언'은 아직까지도 SF스릴러-호러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성장하는 외계 생명체를 등장시켜 우주선이라는 밀실의 공포를 극대화시켰다.
압도적인 비주얼, 음향 효과 등도 압권이지만 당시 리들리 스콧 감독이 탄생시킨 여전사 리플리는 이후 영화 속 여성 캐릭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원조 여전사로 손꼽힌다. 우주 화물선의 항해사였던 리플리는 홀로 선원 모두를 살상하는 무시무시한 외계인 에이리언과 마지막까지 홀로 대적했고, 끝내 살아남았다. 리플리 역의 시고니 위버는 작업복 차림에 묵직한 화기를 쥐고 우주선을 누비며 여인의 힘을 제대로 선보였다. 이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에이리언2' 등 후속편이 연이어 만들어지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고니 위버표 리플리의 여전사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고 공고해졌다.
◆1991년 '델마와 루이스'의 두 여인
여성주의 로드무비로도 불리는 '델마와 루이스'는 액션이나 SF가 아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다른 대표작이다. 무서운 남편에게 짓눌려 살던 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웨이트리스 루이스(수잔 서랜든)은 주말을 맞아 신나게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들뜬 마음도 잠시 강간 미수범을 살해하고 만 두 사람은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게 된 두 사람이 자동차에 몸을 실은 채 절벽을 향해 점프하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영화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총을 들고 남성들을 향해 시원한 한 방을 날렸던 '델마와 루이스'는 그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해 여러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두 주인공 지나 데이비스와 수잔 서랜든은 또 다른 여전사 캐릭터로 남았다.
◆1997년 '지.아이.제인'의 데미 무어
네이비씰 최고의 여전사. 해군 특수부대 훈련에 참가한 최초의 여성 요원 제인(데미 무어)의 이야기를 담은 '지.아이.제인'은 '에일리언' 이후 등장한 근육질 여전사의 최강 버전. 여성 지지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들과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려는 군 내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받아들인 여군의 활약상을 담아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가장 직접적으로 남성 뺨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셈이다.
당시에도 '사랑과 영혼'의 멜로 아이콘에서 남자를 능가하는 여전사로 분한 데미 무어의 변신이 큰 화제가 됐다. 데미 무어는 머리카락까지 완전히 깎고 근육질의 울퉁불퉁한 몸을 만들어 보는 이들을 놀래켰다. 한손 팔굽혀펴기도 그녀의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