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을 품은 거대한 낚시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2.06.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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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리들리 스콧 감독의 거대한 낚시가 관객에게 드리워졌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 나선 SF모험극 '프로메테우스'가 개봉한 것. '프로메테우스'는 2093년 인류의 기원을 찾아 우주선 프로메테우스를 타고 외계별에 착륙한 사람들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다. 굉장하고 오밀조밀한 리들리 스콧의 우주를 향한 여정이다.


과학자 커플인 엘리자베스(누미 라파스)와 찰리(로건 마샬 그린)를 비롯, 대기업 웨이랜드사의 메레디스(샤를리즈 테론), 안드로이드 로봇 데이빗(마이클 패스빈더) 등은 고대 벽화들에서 외계의 별을 똑같이 가리키는 그림을 발견하고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난다.

그들이 발견한 별에는 거대한 우주인의 시체더미와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숨겨져 있다. 괴생명체에 습격당한 사람들은 절망하고, 여전사의 뱃속에선 괴물이 끄집어진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을 학습하고 시험한다.

어디서 본 듯하다.


'프로메테우스'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와 '에이리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리들리 스콧이 창조한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런너'는 이제 SF영화의 고전으로 신전에 봉인된 작품들이다. 뱃속을 찢고 나오는 외계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폐쇄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에이리언'을 SF호러 장르의 개척자 반열에 올려놨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안드로이드의 싸움을 다룬 '블레이드 런너'는 잿빛 미래관과 철학으로 저주받은 걸작으로 추앙된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의 만신전에 놓인 이 작품들을 끄집어내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프로메테우스'는 기획부터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 프리퀄을 만든다고 알려져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DNA를 갖고 있지만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분명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의 외피를 갖고 있고 프리퀄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또 다른 이야기다. 창조주를 찾아 인류의 기원을 찾아 나섰지만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심오한 철학도 없다. 고대 문명과 외계 존재들의 연관성을 다룬 논픽션 저자 에리히 폰 다니켄의 '신들의 전차'(1968)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일찌감치 밝혔듯이 인류기원을 외계에서 찾는 것도 새로운 테마는 아니다.

다만 리들리 스콧은 자신이 창조한 스페이스오페라를 완성시키려는 듯 작심하고 다음 이야기로 관객을 이끈다. '프로메테우스'가 3부작이란 사실을 영화 마지막엔 여실히 실감한다.

리들리 스콧은 확실히 여성과 질에 경의와 공포를 갖고 있다. '에이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와 '델마와 루이스' 등 리들리 스콧은 전작에서 여성에 경의를 표시했다. '프로메테우스'에서도 마찬가지. 시고니 위버를 대신해 누미 라파스가 여전사 계보를 잇는다.

'프로메테우스'에서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가 이빨 달린 여성의 질 모양이란 건 많은 이야기를 함축한다. 통상 이빨 달린 질은 거세공포를 상징한다. 무력한 남자들의 배를 뚫고 탄생하는 에이리언과 그에 맛서는 강인한 여성들, 그리고 인간을 학습하는 안드로이드, '프로메테우스'는 세 개의 바늘로 관객을 잡아챈다.

'프로메테우스'는 분명 거대한 낚시지만 낚일 가치는 충분하다. 스크린을 가득 메운 별들의 이야기에 몸을 싣는다면 123분은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할 만큼 아찔한 감흥을 선사한다. 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선사했다.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는 과연 인간에게 무엇을 전달하는 이야기일지, 떡밥은 던져졌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건 납득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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