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예능 등 지상파 3사 방송사에서는 '아이돌 불패'라는 말이 있다. 유명 아이돌이 출연하면 일정 시청률은 보장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방송가의 '아이돌 불패'는 구색만 갖췄다.
2012년 상반기에는 남녀 가릴 것 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방송가에 등장했다. 본업인 가수를 잠시 미뤄두고 연기, 개그 등 다양한 분야로 안방극장 점령에 나섰다.
여러 아이돌이 활약한 가운데 단연 돋보인 아이돌 그룹은 바로 소녀시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러 멤버들이 드라마와 예능에 출연해 끼를 뽐냈다. 소녀시대의 뒤를 이어 슈퍼주니어 엠블랙 JYJ 등 남성 아이돌 그룹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불패'를 꿈꾸던 방송가는 먼저 드라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믿었던 아이돌에 발등 '쿡', KBS
KBS 2TV '드림하이2'는 지난해 방송한 '드림하이' 시즌1에 이어 아이돌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했다. 정진운(2AM) 지연(티아라) 효린(씨스타) 등 이미 유명세를 탄 아이돌이 시즌1의 인기를 잇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드림하이2'는 한 자리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2PM의 옥택연 우영, 미쓰에이의 배수지 등 아이돌 연기자를 배출했던 이름이 무색할 만큼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KBS는 올해 여느 방송사보다 아이돌 출연이 잦았다. '드림하이2' 외에 장근석 윤아(소녀시대) 주연의 드라마 '사랑비'도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장근석과 윤아의 트렌디한 로맨스로 화제를 모았지만 연출력, 스토리의 탄탄함 부재로 시청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열연을 펼친 배우들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최근 방송 중인 '빅' 역시 시청률 한자리로 고전 중이다. 공유와 이민정 배수지 등이 연기 호평을 받고 있지만 시청률은 좀처럼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기돌로 입지 굳히기에 나선 배수지와 '수지효과'를 보려던 KBS로서는 허전함이 크다.
KBS 예능 또한 아쉬움이 크다. 국내 대표 걸 그룹 멤버들이 모인 '청춘불패2'는 지난해 11월 방송 부터 현재까지 한자리수 시청률 늪에 빠졌다. 소녀시대의 써니 효연, 씨스타의 보라, 카라의 강지영, 쥬얼리 김예원, 미쓰에이의 수지가 G6로 활동 중이지만 시청률 반란은 없었다.
KBS는 올해 상반기 '아이돌 불패'에 발등이 쿡 찍혔다. 하지만 최근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가 토요일 오후 동시간대 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 하고 있어 겨우 체면치레 했다.
아이돌 없어 심심한 SBS, 안도의 한 숨
SBS 역시 KBS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KBS 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SBS의 평일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강심장'은 매회 아이돌이 출연한다. 여기에 배우계 아이돌이라 불리는 스타들의 출연까지 화려하다.
최근 '강심장'은 시청률이 대폭 하락하며, 화요일 최강자라는 타이틀도 무색할 따름이다. 더욱이 경쟁 예능 프로그램인 KBS 2TV '승승장구'와 2%대 시청률 차이로 쓴 맛을 보고 있다.
올해 SBS 드라마 중 화제를 모은 '패션왕'.인기 아이돌급에 맞먹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일명 '배우계 아이돌'의 등장이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건축학개론'의 이제훈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지만 시청률은 썩 좋지 않았다.
'패션왕'은 첫 방송에서 10%로 출발해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이후 연이은 시청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제훈 신세경 유아인 등 배우계 아이돌이라 불리는 이들의 굴욕이었다. 여기에 소녀시대의 유리가 연기도전으로 힘을 실었지만 이렇다 할 반등세는 이끌어 내지 못했다.
'옥탑방 왕세자'는 JYJ의 멤버 박유천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동시간대 방송한 드라마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는 않았지만 밋밋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동시간대 방송 시청률 1위를 기록했지만 기대만큼 큰 화제는 없었다.
파업 중 MBC. '아이돌 불패' 치명타
MBC는 올해 파업을 시작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MBC 역시 아이돌 불패 효과를 얻지 못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남심여심'에 엠블랙의 이준, 틴탑의 천지가 출연했다. 게스트가 아닌 MC로 활약한 이들은 최근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보이 그룹 대표 멤버들이다.
하지만 인기 상승세가 무색할 만큼 저조한 시청률로 결국 프로그램 폐지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MBC가 파업으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가운데 벌어진 일이기에 씁쓸하다.
드라마에서는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는 이승기 주연의 '더 킹 투 하츠'의 성공 여부다. 가요에서는 아이돌 그룹과 대적할 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승기. 그 역시 '더 킹 투 하츠'에서 아이돌 불패를 쓰려 했지만 첫 방송 이후 하락한 시청률로 '아이돌 불패'에 치명타를 남겼다.
MBC의 파업여파로 어수선한 가운데 드라마의 성공까지 실패해 입맛을 다셔야 했다.
2012년 상반기 아이돌 불패에 쓴맛을 지상파 방송 3사. 하반기에는 누가 아이돌 불패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KBS 2TV '청춘불패2'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