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빈 "다들 제가 놀고 있었던 줄 알아요" (인터뷰)

영화 '백자의 사람' 배수빈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07.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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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시청률 50%를 넘긴 국민 드라마 '주몽', 40%를 넘은 '찬란한 유산', 30%가 넘는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동이'. 배우 배수빈의 연기 인생에서 이른바 '쪽박 드라마'는 없었다.

드라마로 '대박'을 이뤄온 배수빈은 올해는 영화에 매진했다. 대박의 기운이 느껴지는 대작이 아닌 자기 나름의 의미가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그 중 한 작품인 '백자의 사람'이 오는 12일 관객을 만난다. 이미 지난 달 일본에서는 개봉해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중국에서 데뷔한 이후 배수빈은 한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큰 위기도 없었고 하락세를 걸었던 적도 없었다. 그저 인생의 모토대로 물 흐르듯 연기를 해오고 있는 배수빈은 조급함도, 욕심도 없는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 영화 속 우정, 현실이 되다

한효주 한채영 문근영 등 매번 미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배수빈이 '백자의 사람'에서는 멜로기를 쏙 빼고 한일 남자간의 진한 우정을 그렸다. 아쉬운 마음을 들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단다.


"남자들만의 무언가를 즐길 수 있어서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같이 낚시도 많이 가고, 얘기도 많이 하고. 한국이든 일본이든 고충은 다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정말 영화처럼 우정을 키웠던 것 같아요."

오는 21일 일본에서 열리는 팬미팅에도 함께 호흡을 맞춘 요시자와 히사시가 참석하기로 했다. 두 남자의 우정은 영화 밖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청림은 과격한 독립운동 보다는 문화적 교류를 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반일감정이 큰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설정이다. 연기를 하면서 청림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반대라기보다는 성향 자체가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평화로운 사람이고. 이 사람에게 소중했던 건 문화를 보존하면서 민족의 양심을 이어 가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연기 했어요. 청림이라는 인물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시대에 흔들리고 가족에 약해지는 인간적인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난 달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 '백자의 사람'덕에 일본 팬들이 부쩍 늘었단다. 영화를 잘 봤다고 직접 소속사 사무실로 찾아오는 일본인들도 있다고 한다.

"저는 열심히 한 것 밖에 없는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한편으로는 '이제 정말 어영부영하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언어는 달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건 다 비슷하잖아요. 연기를 못하면 티가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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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 '백자의 사람', 부끄럽지 않을 작품

배수빈이 인지도를 높인 건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주몽'의 사용으로 주목 받았고 '찬란한 유산'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제 본격 인기 궤도에 오르나 했더니 방송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는 그 동안 영화 촬영장에 있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백자의 사람'에 이어 8월에는 공포 옴니버스 '무서운 이야기', 하반기 중에 유지태가 메가폰을 잡은 '산세베리아'도 극장에 걸린다.

"다들 놀고 있는 줄 알아요. 왜 이렇게 안보여? 왜 쉬고 있어?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전 계속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웃음). 이제 차례차례 개봉하면 아시겠죠."

영화 선택도 남다르다. 배우 유지태 연출작 '산세베리아', 한일합작영화 '백자의 사람'에 이어 차기작으로 외압설에 시달리며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던 '26년'을 선택했다.

"나중에 세월이 지나서 봐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들에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나중에 제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도록. '백자의 사람'도 '산세베리아'도 '26년'도 그래서 선택했어요."

포털에서 '배수빈'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재미있는 단어들이 보인다. 배수빈 게이, 배수빈 임태경, 배수빈 한효주.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물었다.

"한효주는 함께 두 작품을 했으니 그런 것 같고, '게이'는 드라마 '주몽'을 할 때 캐릭터가 중성적이어서 검색어에 떴었어요. 한 동안 없어졌는데 '쉐어 더 비전' 행사에서 제가 보우 타이를 하고 능청스럽게 '우~브라더!'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이병헌 형이 게이 같고 좋았어 라고 했던 에피소드를 말했는데 그게 또 엄청나게 기사화가 됐더라고요. 기껏 없어진 게 다시 생겼어요. 이제는 정말 검색어에서 지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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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 "물 흐르듯 살고 싶어요."

'백자의 사람'에서는 주인공 타쿠미(요시자와 히사시 분)를 '백자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배수빈은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 정의를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자연인?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살다보면 멋있어 보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보이려고 할수록 망가지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듯 살다보면 나이가 쌓이고 그게 더 사람답고 멋있는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는 잘해야지, 잘 보여야지 했는데 지금은 어떤 일을 할 때 상대방도 편하고 나도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편이예요."

많은 작품을 지나왔지만 '백자의 사람'은 배수빈의 필모그래피에서 꽤 독특한 이력이 될 것 같다. 한일합작영화에 대사의 반 이상을 일본어로 소화했고, 좋은 일본인 친구를 얻었다. '백자의 사람'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 시대에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 지키려는 행동 자체가 정말 멋있었어요. 다시 한 번 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진짜 좋아하는 건 뭐고 변하지 않는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는 분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같이 느낄 수 있으면 좋지 않을 까요?"

2002년 중국에서 먼저 데뷔해 올 해로 연기 11년 차,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한참이나 남았다. 연기 경력이 두 자릿수를 넘은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예전에는 이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저 캐릭터도 해보고 싶은 나만의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은 편안하게 스며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잔잔하게 물 흐르듯이.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중성적인 캐릭터부터 왕 역할에 공포영화까지 했으면 다 한 것 아닐까요? 캐릭터에 대한 욕심 보다는 이제 작품이 어떤 화두를 던질 수 있을까 위주로 생각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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