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홍콩 비콘서트에서 박진영과 기자 ⓒ김관명 기자 |
조금 전 시사회에서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를 보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박진영 주연 코믹 액션물인데 며칠 전 후배기자가 이 영화와 관련해 박진영 인터뷰를 워낙 맛깔스럽게 썼던 터라 영화내용이 무지 궁금했다. SBS 'K팝스타'에서 "공기 반 소리 반"을 외치며 자주 굵은 눈물을 쏟았던 '심사위원'의 배우 연기는 어떨지도 궁금했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는 굳이 박진영이 안 나왔어도 기본은 할 코미디다. 또한 박진영의 연기가 예상 외로 잘했다, 고는 도저히 말 못할 영화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의 천성일 작가가 각본을 썼고, 조희봉과 오정세라는 '미친 존재감'의 조연이 2명이나 나오니 관객 웃음보 터지는 건 시간문제인 듯. "노래할 땐 공기가 중요해...나? 전직 댄스가수야!"라는 극중 대기업 로비담당 부장 박진영의 깨알 대사도 재밌다.
이 영화 때문이었을까. 박진영은 최근 '나는 배우다'라는 댄스곡을 디지털 싱글로 냈다. 이제 번듯한 영화배우가 됐다는 설렘, 가수보다는 배우에 좀 더 올인하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비닐 바지는 이제는 잊어버려/ 엘리베이터 안에 음음음도/ 오늘부터 난 다시 태어난 거야/ 이제 액터박 명품연기로/ 여의도에서 나 충무로로 떠나/ 마이크를 놓고 시나리오를 잡아...나는 배우야 I'm a movie star/ 장동건과 어깨를 나란히 함께 하는/ 나는 배우야 I'm a movie star/ 이제 나와 원빈은 동료배우인 거야'
혹 일부에서는 이런 박진영의 행보에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비 원더걸스 2PM 2AM 미쓰에이 등을 배출한 국내 메이저 가요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혹은 원더걸스의 'Tell Me' 'Nobody', 2PM의 'Hands Up',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 등을 작곡한 유명 작곡가의 위세를 빌려 '남의 영역'을 쉽게 넘보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 말이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박진영은 뭘 해도 끝장을 볼, 그러면서도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아티스트다. 그러니까 지난 2005년 10월 초 홍콩 컨벤션센터에서였다. 당시 아시아의 하늘을 찔렀던 월드스타 비의 홍콩 단독콘서트였는데, 기자는 이때 박진영을 사석에서 처음 만났다. 비가 "쌍커풀이 없다고 해서 오디션에서 수십번 떨어진 나를 유일하게 받아준 사람"이라고 소개한 바로 그 박진영이었다. 어깨동무까지 하고 사진촬영도 했다.
애제자이자 소속사 가수의 단독 콘서트라면 무대 뒤편에서 점잔 떨 만도 한데 박진영은 달랐다. 그는 '굳이' 무대에 올라 '비닐 바지'를 입고 그의 히트곡 '엘리베이터'와 'Honey'를 특유의 섹시 댄스와 함께 열창하며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1만5000여 다국적 팬들의 환호를 즐겼다. 세상에 어느 가요기획사 대표, 음반 제작자가 무대에 올라 댄스곡을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이후 박진영의 행보는 잘 알려진 대로다. 국내에서 잘 나가던 원더걸스를 '굳이' 미국시장에 진출시켰고, 2PM 2AM 미쓰에이 JJ프로젝트라는 아이돌그룹을 잇따라 '새로' 만들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정규앨범과 미니앨범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개그맨 유세윤과 함께 가발을 뒤집어쓰면서까지 듀엣곡을 불렀고 다른 소속사 가수 세븐의 미니앨범 전곡을 직접 작곡하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 '드림하이'에는 배우로도 출연했다.
"원더걸스 미국진출도 무슨 거창한 책임감 같은 건 없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했을 뿐이다. 난 일생이 재미를 추구한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멋지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분명한 취향으로 만들고 싶다. 노래를 하든, 연기를 하든, 개그를 하든,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광대, 딴따라가 되는 게 목표다."
맞다. 'JYP'가 됐든 '액터박'이 됐든 '심사위원'이 됐든 박진영은 '뼛속까지 딴따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