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사의 품격' 방송화면 |
'신사의 품격'의 '청담마녀' 박민숙(김정난 분)이 가진 '존재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극본 김은숙·연출 신우철 권혁찬, 이하 '신품')에서 극 중 정록(이종혁 분)의 아내이자, 청담동 최고의 재력을 가진 박민숙을 연기하는 김정난은 특유의 '존재감'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품'이 극중 주인공 4인방인 도진(장동건 분), 태산(김수로 분), 윤(김민종 분), 정록을 중심으로 한 좌충우돌 러브라인을 주로 그려내고 있지만 박민숙의 존재감은 다소 비현실적임에도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신품'의 한 축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박민숙은 '신품'에서 청담동의 건물들을 보유한 재력가로서의 '당당함'과 연하 남편인 정록과 함께 하면서 받는 '외로움'이라는 서로 다른 감정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이 두 가지 감정이 박민숙의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SBS '신사의 품격' 방송화면 |
지난 14일 방송에서 민숙은 이수(김하늘 분)가 제자 동협(김우빈 분)의 교내 폭행으로 인해 피해 학생의 어머니에게 사과를 받아내지 못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본 후 도움을 주며 결국 동협이 사과를 하고, 오히려 동협에게 때린 피해 학생 어머니로부터 사과를 받아내게 했다.
이후 민숙은 동협에게 의미가 담긴 말을 했다. 그는 "방금 잘 봤니? 이게 앞으로 네가 나올 세상이고, 돈 없는 사람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했다. 민숙이 동협에게 남긴 인생 선배로서의 한마디는 '신품'에서는 동협 입장에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의미 담긴 말이었다.
고등학생으로서 가정환경이 편치 않은 동협에게 민숙의 이 말은 쓰라려서 더욱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하는 '충격 요법'으로서 잘 활용될 만했다. 상황 자체에서 느껴지는 비현실적인 설정과는 별개로, 결과적인 측면에서 민숙이 날린 '한 방'에서 느껴지는 파워는 전혀 결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였다.
민숙은 이전에도 자신의 재력을 잘 활용한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해왔다. 민숙은 지난 1일 방송된 12회에서 자신의 후배 골퍼와 싸우다 힘에서 밀리던 세라(윤세아 분)를 도와주며 '통쾌함'을 선사했었다.
극 중 민숙은 이후 큰소리로 골프장 주인을 부르며 "여기 물 관리 이따위로 할 거야?"라고 으름장을 놓는 등 그만의 '파워'를 보여줬다.
이후 민숙은 자신과 별다른 친분이 없이 냉랭하게 대했던 세라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우리 사이에 서로 데려다주고 그러진 않잖아"라며 '쿨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설정의 캐릭터를 현실에서 쉽게 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민숙이 '신품'에서 보여주는 '통쾌함'은 시청자들에게는 속 시원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또한 설사 그러한 설정이 비현실적이더라도 민숙이 가진 당당함은 '신품'을 보는 시청자들의 뇌리를 절대 스쳐 지나가지 않게 하고 있다.
ⓒSBS '신사의 품격' 방송화면 |
전혀 모자랄 것이 없는 민숙의 재력만으로 민숙이 행복한 나날들을 살고 있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민숙의 삶은 항상 즐겁지 않다.
민숙은 "내가 가장 꼬시기 힘든 사람이 당신(정록)이야"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정록의 변하지 않는 모습에 골치가 아파도 한참 아팠다. 지금도 정록은 도진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
정록과 민숙이 결혼식을 하던 당시 정록의 하객은 이미 정록을 '거쳐간' 여인들이었고, 정록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의 이름들은 김 병장, 이 상병에서부터 박 사장, 최 과장 등이었다. 이들이 모두 남자일 리는 없다는 것이 너무 쉽게 판단될 정도였다. 민숙이 정록과 함께 있던 이수를 보며 너무 자연스럽게 의심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이해가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혼자로서 더욱 진지해지고 좀 더 옳은 판단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서로의 모습은 향후 이들의 애정 전선에 좀 더 기대를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정록이 (연기였지만) "나 아직도 박민숙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도, 민숙이 정록의 진심어린 말에 혼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도 그 기대는 유효하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민숙과 정록이 함께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장면이 그려지며 기대를 모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