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넝쿨당'..가족극 고리타분함을 깨다②

[★리포트]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2.07.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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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고스필름>


뻔한 드라마, 울화통이 터지는 시청자. 그 간 가족을 소재로 한 주말 가족극에 대한 한 줄 평이다. 하지만 올해 이런 고리타분함을 깬 드라마가 주말 안방극장을 찾았다.

지난 2월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극본 박지은 연출 김형석, 이하 '넝쿨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넝쿨당'은 지난 15일 방송한 '넝쿨당'은 시청률 41.9%(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일일집계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첫 방송 후 4개월 2주 만에 시청률 40%를 돌파해 국민 드라마로 인정받았다.

시청률로 드라마의 작품성을 모두 판가름 할 수 없다. 하지만 '넝쿨당'은 시청률과 함께 유쾌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쯤 되면 '국민 드라마는 이래야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넝쿨당'은 소재에 있어서는 여느 가족극과 다르지 않다. 시할머니에 시어머니, 시누이, 작은집 등은 전형적인 가족극이다. 그럼에도 불구, 그 내면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전형적이지가 않다. 21세기형 시월드다. 식상함과 막장 코드를 과감히 버린 게 오히려 신선하고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여기에 시댁을 시월드라 부르는 신조어의 등장은 시청자의 즐거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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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고스필름>


◆퀴퀴한 시월드 복습, 이제 그만

남편을 비롯한 시댁 식구는 모두 며느리의 적이다.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니 가족극에 등장하는 시월드는 퀴퀴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 드라마, 특히 가족극의 전개는 소재부터 결말까지 막장이었다. 바람 잘 날 없는 남편, 시어머니의 온갖 구박에 며느리는 이골이 났다. 잘못한 거라고는 여자로서 가꾸지 않았을 뿐인데, 이혼하고 쫓겨났다.

집을 나온 며느리는 재벌가의 자제를 만나 인생에 볕이 든다. 전 남편에게는 보란 듯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살림살이만 하던 주부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재능을 찾고 성공한다. 홀로서기라고 하지만 실상 그 뒤에는 일명 실장님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이뤄진다.

다행히 '넝쿨당'에서는 앞선 드라마의 복습 효과는 미미했다. 방일숙(양정아 분)이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하기 까지는 여느 드라마와 큰 차이는 없다. 단, 그 후 벌어지는 일숙의 홀로서기에는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하지 않는다. 덕분에 공감이 간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넝쿨당'의 에피소드들이 시청률 40%를 달성할 수 있게 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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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고스필름>


◆21세기 며느리vs20세기 시어머니

'넝쿨당'이 기존 드라마와 차별성을 둔 것은 바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 구도다. 그동안 드라마 속 시어머니라고 하면 권위적이다. 며느리의 의견은 있어도 안 된다.

'넝쿨당'의 며느리 차윤희(김남주 분)는 시어머니 엄청애(윤여정 분)에게 말대답을 한다. 틀린 말도 아니고, 맞는 말이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청애가 윤희를 독하게 괴롭히지도 않는다.

윤희와 청애의 대결에 있어 가장 재밌던 에피소드 중 하나가 바로 2세 만들기였다. 윤희는 남편 방귀남(유준상 분)과의 약속을 앞세워 2세는 가질 수 없다고 발을 뺐다. 청애는 윤희의 행동이 못마땅했지만 그 일로 타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설득하는 꼴이다. 청애라고 해서 윤희에게 늘 당하지만은 않는다. 간혹 윤희가 제 꾀에 넘어갈 때도 있다.

'넝쿨당'의 며느리 윤희는 21세기형, 시어머니 청애는 20세기형이다. 다른 세대의 두 여자의 대결, 고부간의 갈등이 불편해야 한다는 기존 틀을 깨고 나니 오히려 즐겁다. 가끔 시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하면 며느리가 얄밉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드라마도 변했다. '넝쿨당'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가족극의 고리타분함을 벗으며,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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