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균 기자 |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오달수 김해숙 임달화, 이 초호화 캐스팅을 성사시킬 수 있는 감독이 또 있을까? 최동훈 감독이 '도둑들'로 돌아왔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로 연타석 안타를 날리더니 '도둑들'로 사이클링히트를 노린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모인 한국과 홍콩 10명의 도둑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지난 10일 일찌감치 기자시사회를 연 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최동훈 감독은 복도 많다. 막내 김수현이 영화를 찍은 뒤 '해를 품은 달'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김수현 분량을 늘리라는 모종(?)의 압박에도 "찍은 게 없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에 앞서 개봉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꼭 아이맥스에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도둑들'이 자신 있다는 얼굴이었다.
-김수현 분량을 늘리라는 팬들의 주문이 엄청난데. 관심도 많고.
▶더 늘리고 싶어도 찍은 게 없어서 못한다.(웃음) 김수현은 처음 볼 때부터 뜰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20대 배우들과 달리 슬퍼 보이더라. 웃어도 어딘가 그늘이 져 보이고. 배우들이 가만히 있는 연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김수현은 잘 하더라.
-25일 '도둑들' 개봉에 앞서 19일에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개봉하는데.
▶아이맥스로 나중에 꼭 볼 계획이다. 지금은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으니깐.
-두 영화 흥행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장기레이스에선 '도둑들'이 더 우세할 것 같은데.
▶'도둑들'은 재미를 찾는 영화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철학적인 영화니깐. 정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한다. 어떻게 그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사람들이 '도둑들'에 대해 첫 번째로 궁금해 하는 게 아무래도 어떻게 이런 초호화 캐스팅을 할 수 있었는지 일텐데.
▶애초에 야심 같은 게 있었다. 주연배우들을 캐스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이런 배우들로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배우에 대한 욕망 같은 게 있었다. 그래도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었겠나. 김윤석 선배와 친하긴 하지만 시나리오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솔직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했었다. 이 영화 캐스팅의 가장 큰 관건은 김윤석이 마카오박을 하느냐 마느냐 였다.
-배우들의 조합이 안 어울릴 것 같아서 더욱 흥미로웠는데.
▶배우들이 한 번은 거절해도 두 번은 거절하지 못하도록 시나리오를 꼼꼼히 썼고 나중에 보여줬다. 말한 것처럼 조합이 되게 어려웠다. 한쪽은 하이틴스타였고, 한쪽은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출발한 배우들이다. 다른 기질의 배우가 뭉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이정재나 전지현이 과연 어울릴까, 이런 생각이 들도록.
-시사회 이후 전지현이 귀환했다는 둥 칭찬이 자자한데. 처음에는 걱정도 했을텐데.
▶나는 없었는데 주위에서 좀 그러더라.(웃음)전지현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했다. 전지현이 돋보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우연을 가장해서 전지현을 만났다. 괜히 미리 기대를 주면 안되니깐. 그런데 정말 매혹적이더라.
-줄타기라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줄을 타는 도둑들을 취재해서 만든 설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사기꾼은 취재가 되어도 도둑은 취재가 안되더라.(웃음) 줄타기에 대한 영감의 시초는 전지현이 줄을 타고 올라가면 무척 섹시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면서 김윤석이 줄타기의 고수라고 생각이 이어지게 되고 다시 마지막 줄타기 액션장면까지 만들어졌다.
-영화를 '타짜'처럼 더 쪼는 맛이 느껴지게 찍을 수도 있었을텐데, 후반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인지 호흡을 완급을 조절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카메라 워킹도 여유로워졌고.
▶오히려 더 길게 쫀 것이다. 조금 느리게 가고 싶었다. '타짜'가 '범죄의 전쟁'보다 느리다. 캐릭터의 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고 싶었다. 반전은 좋아하지 않지만 캐릭터가 어떻게 갈지 관객들이 궁금하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이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하게 하고 싶었다.
-하이스트 무비치곤 캐릭터들의 순정을 강조한 게 남달랐는데.
▶비오는 날 씹던껌과 펩시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편집을 했었는데 잠이 안 오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건데 빼면 어쩌나란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 영화에선 그런 장면은 이야기 전개를 방해한다고 안 쓴다. 하지만 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도둑들'을 만들었다.
-홍콩, 마카오 쪽 이야기와 부산 이야기, 두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후반을 위해 전반을 깔아줬다는 생각도 들고. 3시간 버전이면 양쪽 이야기가 더 잘 살았을 것 같은데.
▶3시간 버전도 재미있긴 하다. 하지만 관객이 보는 게 감독판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 영화처럼 만들 생각이었으면 안했을 것이다. 그 영화는 훌륭하게 터는 이야기고. '도둑들'은 터는 순간부터 다른 영화로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장르 영화에는 여자가 한 명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홍콩 여도둑을 제외하면 여자가 3명이 나오고 셋 다 사랑 이야기가 있다. 순정과 배신을 키워드로 만들기 위해서였나.
▶'범죄의 재구성' 때도 박신양과 염정아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나리오 내공이 안되더라. '타짜' 때도 장르로만 달려가면 기술자란 생각이 들어서 이뤄지지 않은 사랑의 앙금 같은 것을 넣고 싶었다. '도둑들'에는 여자캐릭터가 4명이 나온다. 이런 영화에 여주인공을 4명 넣는 건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전지현과 김혜수, 김해숙이 어쩌면 다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년년년이랄까. 30대와 40대, 50대의 어쩌면 똑같은 삶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캐릭터의 빈구석을 채워가면서 사랑과 배신을 함께 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