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별점토크]'유령', 시청자 허 찌르는 커플게임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12.07.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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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유령'은 특이하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수사과학 드라마라는 장르부터가 특이하지만, 가장 특이한 건 '유령'에 등장하는 커플들이다.


#김우현(소지섭) VS 조현민(엄기준) 아닌 박기영(소지섭) VS 조현민(엄기준)

드라마 초반 반듯하고 냉철한 사이버수사대 경찰, 김우현(소지섭) 그의 등장에 수많은 여성시청자들을 비롯해 그를 ‘소간지’로 지칭하는 팬들은 얼마나 설레였던가.

첫 회 등장부터 그 카리스마는 작렬이었다.


‘역시 소간지! 정의로운 경찰, 캬~ 멋지다, 멋져.’

사이버수사대 팀장답게 몸보다는 머리로, 스마트한 정의의 형사 김우현, 그의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의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달랑 2회 만에 폭발사고로 죽는 게 아닌가! 대체 주인공이 죽는다는 게 말이 돼?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이건 시청자의 허를 찌른 가장 큰 반전이었다.

‘김우현이 죽는 걸로 나왔지만, 다음 회 보면 박기영이 죽었는데 김우현인 척 한 거겠지. 일종의 반전 효과로.’

얄팍한 지식과 주인공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시청자 입장에서 그 순간 살짝 상상해 보았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작가는 그냥 쿨~하게 주인공 김우현을 죽였다. 김우현이라는 사이버수사대 팀장의 매력에 흠뻑 빠트린 후, 그를 대본에서 사라지게 한 선택은 어찌 보면 작가의 큰 용기다.

물론 박기영이 페이스오프를 하며 김우현의 얼굴인 소지섭으로 다시 돌아오긴 하지만, 시청자들은 심정적으로 ‘김우현이라는 캐릭터=주인공’ 이라는 생각에 이미 몰입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2회 만에 엎어버리고 3회부터 새롭게 박기영을 주인공 캐릭터로 쌓아올리기 시작한다.

때문에, '유령'은 재밌다. 시청자들의 허를 마구 찔러주니까.

#소지섭 & 이연희 아닌 소지섭 & 곽도원

‘유령’은 그 흔한 남녀간의 러브라인, 그 흔한 키스씬 하나 없다. '유령'을 보기도 전에 포스터만 보고도 바로 상상할 수 있었다.

‘아하, 소지섭, 이연희가 서로 좋아하나보다.’ 하고.

그런데 웬걸. 소지섭과 이현희는 그냥 동료일 뿐이다. 서로 한 가지 목표로 달려가는데 신뢰하는 관계 말이다. 그래도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시점에 둘의 마음이 서로를 향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러나 매회 예상이 어김없이 빗나갔다. 끝까지 작가는 쿨하게 둘을 동료의 관계로 만들었다. 특히 소간지, 소지섭이라는 멋진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에서 말이다. 시청자들은 사랑에 빠진 소간지의 눈빛과 로맨틱한 모습을 기대한다는 걸 작가는 분명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 또한 용기있는 선택이다. 내용에 ‘멜로’가 들어가야 시청층이 대중적으로 퍼지고 그래야만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드라마의 기본 공식을 과감히 깼기 때문이다.

대신 재치있는 선택을 했다. 소지섭과 곽도원의 우정과 이연희를 향한 임지규의 장난끼 넘치는 짝사랑으로 말이다. 특히 소간지와 미친소, 둘의 우정은 분명히 우정임에도 불구하고 러브라인이 느껴진다. 일종의 애증의 관계라고나 할까? 심지어 둘이 투닥거리고 싸우는 모습은 덩치 큰 두 남정네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서 희한한 건 임지규와 이연희의 사랑은 짝사랑에서 끝나도 별로 아쉽지 않지만, 소간지와 미친소 둘은 마지막 회에서 찐~한 포옹 한 번쯤은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일주일 동안 할 일이 태산이라 시간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유령’만 생각하면 일주일이 너무 길다. 세월아 제발 후딱 가거라, 하는 마음이 든다.

때문에, 제 별점은요~ ★★★★☆ (4개)라고나 할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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