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범 기자 |
차태현이 코미디로 돌아왔다. 8일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감독 김주호)에서 서빙고에 있는 얼음을 훔치는 도둑들의 수장 이덕무 역할을 맡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판 '오션스 일레븐'을 꿈꾸는 영화. 조선 영조 시대 정권을 잡고 있던 노론 일파가 얼음을 독점하며 서민을 괴롭히자 억울한 누명을 썼던 이덕무를 중심으로 백동수(오지호) 등 다양한 전문 도둑들이 모여 서빙고에 있는 얼음을 턴다는 이야기이다.
차태현의 친형 차지현 대표가 제작했다.
차태현은 '과속스캔들'에 이어 '헬로우 고스트', '챔프'까지 가족영화 세 편을 연달아 했다. '과속스캔들'은 대박, '헬로우 고스트'는 중박, '챔프'는 망했다. 관객들은 아빠 차태현보단 웃기는 차태현을 더 보고 싶어 했던 것일까?
차태현은 도포 자락을 날리며 예의 느긋한 웃음으로 코미디로 돌아왔다. 과연 관객들은 차태현의 코미디를 다시 반길 것인가 궁금했다. 차태현은 역시 솔직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형이 제작해서 출연한 것인가,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어서 출연한 것인가.
▶형이 해서 했다. 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나리오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다. '헬로우 고스트'와 '챔프',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이어 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영화가 순서대로 촬영에 들어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
-그동안 '헬로우 고스트'나 '과속스캔들' 등 출연작들이 만듦새는 둘째 치고 대진운도 참 안 좋았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뭐랄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작품적으로 크게 도전이라고 할 건 없지만 개인적으론 검증되지 않은 신인감독들과 계속 작품을 했다. 캐릭터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안정된 길을 걷진 않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둘 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 같은 기획으로 만들어졌는데.
▶'도둑들'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일찌감치 봤다. 둘 다 참 재미있더라. '도둑들'은 누가 봐도 최고의 기획과 배우들, 그리고 감독님 아닌가. '도둑들'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들었다. 그래서 만들 때부터 무조건 '도둑들'보다 먼저 개봉해야 한다고 했었다. 결국 '도둑들' 2주 뒤에 개봉하게 됐지만. '도둑들'을 이기고 싶은 그런 허황된 꿈은 안 꾼다. '알고 보니 괜찮은데'가 목표다.(웃음)
-어쩌면 뻔한 이야기인데 편집도 적절하고 배우들의 호흡도 좋은 것 같던데. 감독의 힘인가, 배우들의 공인가.
▶둘 다 일 것. 신인감독과 같이 하면 사공이 많다. 그런 점에서 감독님이 생각을 지켜주는 게 중요하다. 사공은 많지만 감독님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그래도 이번 영화는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니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도 내 캐릭터를 알아서 맡기셨고. 처음에는 시나리오에 너무 내 캐릭터가 밋밋해서 당황했다. 형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다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 영화는 내게 너무 좋은 선택이 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덕무나 백동수 등 실존 인물들을 캐릭터로 가지고 왔는데 역사성은 딱히 없는데.
▶원래는 정약용 이야기도 있고 정조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한참 준비 중일 때 '조선명탐정'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로 많이 바뀌었다.
이기범 기자 |
-맡을 수 있는 작품들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 코미디에만 한정돼 있는데 구태여 그걸 답답해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16~17년을 했는데 변신에 대한 고민은 나와 기자들만 하는 것 같다. 정작 관객들의 선택을 보면 내게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연기 폭을 언젠가 꼭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관객이 원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면서까지 하고 싶지 않다.
-가족영화 세 편을 연속으로 했는데. 그 속에서 조금씩 캐릭터는 변해왔고.
▶다 비슷한 것 같지만 할 때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다만 '챔프'가 그렇게 안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했다. 첫날부터 퐁당퐁당(교차상영)이 됐는데 극장을 탓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내가 가족영화 세 편을 연속으로 하는 걸 원하지 않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1박2일'은 왜 한 것인가.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고정 제안이 많았지만 모두 고사했었는데.
▶이상하게 타이밍이 맞았다. 그동안 예능 제안을 받았을 때는 계속 작품 촬영 중이라 타이밍이 안 맞았다.'1박2일' 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끝나고 시간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단지 일이 없어서 했다기보단 이상하게 느낌이 끌렸다. 예전엔 '1박2일'이 그렇게 안 다가왔는데 훅 하고 오더라.
-정작 차태현이 들어가고 '1박2일' 시청률이 떨어졌는데.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KBS 노조파업을 하면서 26% 정도 가던 시청률이 8%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재개하면서 15%가 됐다. 그런 와중에 SBS가 '런닝맨'을 그 시간대로 붙이고, 아 참 탁월한 선택인 것 같더라. 지금 시청률이 나오는 게 오히려 편하다. 그 전 시청률은 우리 것이 아니지 않나. 강호동 형과 이승기, 나영석PD 등이 만든 것이다. 이제부터가 우리 색깔이다.
-싸이더스HQ에서 나와서 오랜 시간 같이 했던 매니저와 독립했다. 회사 지분을 갖고 있나.
▶처음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됐다고 했다. 나 혼자 있는 회사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버는 것까지 지분으로 탐내는 건 도둑질 같다.
-여느 연예인들은 회사 옮길 때 계약금도 많이 요구하고, 작품할 때 지분도 챙기려 하는데 그런 욕심이 없는 것 같은데.
▶배우가 영화 하면서 지분 갖는 게 좀 이상한 것 같다. 다만 그래서 난 내 출연료를 쉽게 깎아주지 않는다.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니깐.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러닝 개런티는.
▶러닝 개런티가 그래서 합리적인 것 같다. '과속스캔들' 때 처음 그런 걸 해봤는데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받는 걸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런데 영화가 잘 되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서 계속 손익분기점이 올라가지 않나. 그런 것도 몰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러닝 개런티를 정확히 얼마 넘으면 받기로 했다. 불가능한 수치이긴 하지만.(웃음)
-영화도 형이 제작하고, 소속사도 책임질 식구가 많아졌고, 가정도 그렇고 예전보다 보다 많은 책임이 느껴지나.
▶식구는 많아졌는데 책임을 더 크게 느끼고 그런 것은 없다. 계획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깐.
-다음 작품 계획은.
▶'1박2일' 하면서 6개월 동안은 작품을 잡지 말자고 했다. 예능을 하면서 여기에 올인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