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아나운서 ⓒ사진=임성균 기자 |
"충실한 정보 전달자가 되고 싶습니다."
또박또박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이현주(28) 아나운서는 KBS 간판뉴스의 앵커우먼이 됐다는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더해보였다. 그는 "KBS 9시 뉴스 여자 앵커의 자리가 대단한 자리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인터넷과 각종 SNS가 발달한 요즘 같은 시대에 그 자리가 특별히 영향력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라며 "전달자의 입장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아나운서는 "카리스마 보다는 부드럽지만 믿음직스런 앵커우먼이 되고 싶다"라며 "센 멘트 같은 걸로 눈길을 끌거나, 시청자를 계도하는 느낌을 드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이 있는데 시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의 입장에서 뉴스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KBS 9시 뉴스 앵커우먼은 KBS의 간판 뉴스라는 점에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자리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모을 만큼 'KBS 대표 여자아나운서'라는 이미지가 크다. 신은경, 이규원, 황현정, 황수경, 정세진, 김경란 그리고 전임 조수빈 아나운서까지 그 면면도 화려하다. 2009년 입사해 올해 입사 4년차인 이 아나운서에게는 '뉴스9' 앵커 발탁이 어찌 보면 큰 '행운'인 셈이다.
"사실 지금도 실감이 잘 안나요. 방송 3주째를 맞지만 여전히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웃음)."
이현주 아나운서 ⓒ사진=임성균 기자 |
입사 4년차에 KBS 간판뉴스 앵커 발탁 '행운'
지난 7월 16일 첫 방송을 한 그는 "첫 방송 후 그날 뭘 얘기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났다"라며 "방송 전에 준비하면서 메모도 하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는데, 방송 끝나고 보니까 제가 한 게 아닌 것처럼 낯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아나운서는 "원래 긴장도 안하고 털털하다 못해 무심하기까지 한 성격인데, 그날은 등이 땀으로 다 젖을 정도였다"라며 "민경욱 앵커와 제작진이 첫 방송 끝나고 '잘했다'고 하시는데 그냥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아나운서는 9시 뉴스 앵커 발탁 전까지 '뉴스타임', '글로벌 성공시대' 등에 출연, 얼굴을 알렸다. 차분하고 단아한 진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러던 차에 '뉴스9' 발탁이란 '행운'이 찾아들었다. 전임 조수빈 아나운서가 건강상 문제로 갑작스럽게 하차하면서 '뉴스9'의 새로운 앵커우먼 선발이 이뤄졌고, 이 아나운서는 차근차근 선발 단계를 밟으며 그 자리에 올라섰다.
"제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팬이거든요. 너무 좋아해서 녹화 현장에 자주 가곤 했어요. 그날도 친구들과 함께 '스케치북' 녹화 현장에 있었는데 '뉴스9 새 앵커우먼 오디션에 참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죠. 오디션은 바로 다음 날이었고요. 녹화 관람을 취소할까 했는데 몇 달 전부터 친구들하고 약속한 거라 친구들한테는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고 계속 봤는데 집중할 수 없었죠. 그날 '스케치북' 내용이 하나도 생각 안날정도로 머릿속에는 온통 오디션 생각뿐이었어요. 11시께 집에 왔는데 고민만 하다 그냥 잠들었어요(웃음)."
이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를 꿈꿨을 때부터 정말 '꿈'이었던 기회가 왔는데 막상 닥치니 얼떨떨했다"라며 "8명의 아나운서가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제일 연차도 낮은데다 다른 선배들이 워낙 쟁쟁하신 분들이라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차에 이어 2차 오디션이 진행됐고, 이 아나운서는 여기에도 뽑혔다. 그는 "준비는 안된 것 같은데 자꾸 올라가니까 솔직히 자포자기 심정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시청자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거쳐 이 아나운서가 '뉴스9'의 새로운 앵커우먼으로 발탁됐다.
"당시 '글로벌성공시대' 녹화를 하고 있었는데, 뽑혔다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믿기지 않았죠. '내가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분이 정말 묘했어요. 기쁨이요? KBS 아나운서로 뽑혔을 때만큼 정말 좋았어요(웃음)."
이현주 아나운서 ⓒ사진=임성균 기자 |
"퇴근해서도 오직 뉴스 생각 뿐..오해 생길 수 있는 SNS는 안할 생각"
간판뉴스 앵커우먼이 된 후 이 아나운서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우선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 생활이 오후 2시 출근-오후 11시 퇴근으로 변했다. 출근 후 각종 회의를 하고 기획 아이템 사전 녹화를 하는 등 오롯이 하루 종일 '뉴스9'를 위해 일한다.
"앞서 제가 맡았던 프로그램보다 더 깊숙이 참여하는 느낌이에요. 하루를 온전히 '뉴스9'에 바치는 느낌이랄까요. 예전에도 아침에 하는 '뉴스타임'을 진행도 해봤지만 '뉴스9'의 느낌은 사뭇 달라요."
'방송 외 생활'도 달라졌다. 퇴근 후 집에 가서도 오직 '뉴스' 생각만 한다는 게 이 아나운서의 말. 그는 "뉴스란 게 매일매일 달라지고, 흐름이 있으니까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라며 "집에 가서도 자기 전까지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그날 방송한 개별 뉴스의 흐름을 체크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일 매일을 그렇게 일하다보니 항상 일하는 느낌"이란 게 그의 말.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거나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으로 한주간의 피로를 푼다고 했다.
이현주 아나운서는 '뉴스9' 앵커우먼이 된 후 다짐한 게 있다. 바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지 않는 것. 그는 "민경욱 앵커처럼 경험 많으신 분들은 SNS를 또 하나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시지만 저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라며 "SNS상의 사소한 제 실수가 저 개인, 그리고 회사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절 SNS는 안하려고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아나운서 ⓒ사진=임성균 기자 |
"롤모델? 시대가 바뀌었다..전달자 역할에 충실, 판단은 시청자 몫"
이 아나운서가 꿈꾸는 '앵커우먼 상'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때 '뉴스9'의 황현정 아나운서를 보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어요. 그 분이 진행하시는 '뉴스9'를 보면서 '나도 꼭 커서 저런 아나운서가 돼야지'라고 다짐했죠. 그리고 그 꿈을 대학(한국외대 언론정보학)까지 이어갔고요. 지금 제가 '뉴스9'의 앵커우먼이 되고 보니 앞서 진행했던 선배 중 누군가를 꼭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전 전달자의 입장에 충실하고 싶어요. 저는 언론이 여론몰이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직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들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된다고 봐요. 보조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죠. '뉴스9' 역시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죠."
이현주 아나운서는 "저만의 성격이나 스타일이 드러나는 '뉴스9' 앵커우먼이 되고 싶다"라며 "이현주만의 '뉴스9' 앵커우먼 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KBS 간판뉴스 '뉴스9'의 앵커우먼이 됐지만, 이게 '특권'이라거나 아나운서로서 제 위치가 격상됐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전 그저 KBS35기 아나운서 이현주일 뿐이죠. 시청자들의 충실한 보조자이자 조력자로서 '뉴스9 앵커우먼 이현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현주 아나운서 ⓒ사진=임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