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BS 배성재 아나운서와 차범근 해설위원, KBS 이정민 아나운서, MBC 김성주 캐스터와 배수정, 올림픽 카스코트와 앰블렘. <사진제공=KBS, MBC, SBS> |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던 2012 런던올림픽이 13일 오전(한국시간) 폐막했다. 16일간 치러진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 13개, 은 8개, 동 7개(총 28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성적 5위에 올랐다.
지구 반대편에서 치러진 스포츠 축제에 시청자들의 관심은 온통 TV 중계로 쏠렸다. 올림픽 중계 체제에 들어간 KBS, MBC, SBS 지상파 3사는 정규 방송을 대거 중단하고 경기 중계와 올림픽 소식에 열을 올렸다. 자연히 시청률도 상승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012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HUT(Household Using TV, 전체가구시청률)는 38.3%, 지상파 4채널(KBS1, KBS2, MBC, SBS)의 시청률 합은 23.1%로 올림픽 전 2주에 비해 모두 상승했다. 지난해 동일 기간과 비교해서도 HUT(35.3%)와 지상파 4채널의 시청률 합(17.9%) 모두 올랐다. 주요 경기들이 새벽에 중계된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았던 셈이다.
각 방송사별 성적표는 어떨까? 시청률로는 KBS가 웃었고, 중계에 대한 평가 부문에서는 SBS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MBC는 장기 파업의 여파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KBS, 제비뽑기는 나의 것..시청률도 최고
KBS는 무난한 중계와 연이은 추첨 행운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지상파 3사는 이번 올림픽에서 중복 중계를 피하기 위해 주요 종목 생중계권을 추첨을 통해 나누고 또 해당 종목에 대해서는 예선 경기를 독점 중계토록 했다. 그 결과 가장 덕을 본 쪽이 KBS다. 손연재가 활약한 리듬체조 예선을 비롯해 양궁, 펜싱, 체조 등 효자 종목을 배정받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운도 따랐다. KBS가 중계한 경기 대개가 메달이 유력했고, 드라마틱한 접전 끝에 선수들의 승리가 이어지면서 시청률 또한 껑충 뛰었다. 또 축구 경기 막바지 한국 대 브라질의 4강전, 한국 대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 중계권을 모두 거머쥔 것 또한 제비뽑기의 결과였다.
지난달 26일 KBS가 2TV를 통해 중계한 한국 대 멕시코의 축구 예선은 31.5%의 시청률을 기록, 전체 올림픽 경기 중계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이밖에 리듬체조 손연재의 예전과 양궁 경기 등이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청률 상위 톱10을 모두 KBS가 싹쓸이하기에 이르렀다.
◆SBS, 중계 강자로 부상..호응 ↑
SBS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중계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비록 시청률 면에서는 KBS에 뒤졌지만 일목요연하고 일관성 있는 SBS의 중계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이 지난 4∼7일 네티즌 1만3460명을 상대로 방송3사 올림픽 중계 만족도를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SBS는 53.7%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특히 축구의 차범근, 수영의 노민상 등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해설위원들의 적확한 해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차범근 축구 해설위원과 배성재 아나운서는 새로운 축구 중계 콤비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한몸에 받았다.
이경규와 한혜진 김제동 3MC를 모두 런던으로 보낸 '힐링캠프'의 '런던캠프' 특집 또한 사격 비매너 응원 논란에도 불구하고 큰 화제를 모았다.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 선수는 직접 출연해 비매너가 아니라며 '힐링캠프' 측에 힘을 싣기도 했다.
◆MBC, 파업여파..잦은 사고
5개월 이상 이어진 장기 파업 끝에 올림픽 방송을 준비한 MBC는 스포츠 중계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파업의 여파, 인력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 올림픽이었다. KBS와 SBS의 상대적 선전 또한 MBC의 부진에 힙입은 바 크다는 평가다.
MBC는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과 기자, PD들을 배제하고 김성주, 박은지, 원자현, 임경진, 김민아, 서경석 등을 비롯해 외부 인력을 대거 충원해 올림픽팀을 꾸렸다. 금메달송, 은메달송, 동메달송을 따로 만들어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톱스타를 동원한 소개 꼭지도 만들었다. 그러나 전문 인력의 공백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개막식 피날레이자 하이라이트였던 폴 메카트니의 '헤이 주드'가 나오는 도중 방송을 중단해 빈축을 샀고, 개막식에 참여한 '위대한 탄생2' 준우승자 배수정의 '영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발언이 논란이 됐다. 런던 현지 앵커 양승은 아나운서는 영국의 분위기와 메달의 염원을 담아 준비한 모자 패션으로 뜻하지 않게 도마에 올랐다.
가장 큰 사고들은 중계가 아닌 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 터졌다. 지난 2일에는 유도 송대남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내보내며 '문대남'으로 오기하는 방송사고를 일으켰다. 지난 5일에는 축구 대표팀 구자철 선수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자막을 골키퍼 이범영으로 표기했고, 원자현 리포터의 경기 일정 소개 중 난데없이 지나가던 사람이 카메라를 가리는 사고도 있었다. 명백한 조작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뉴스데스크'에서는 본사 6층의 뉴미디어국 사무실을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로 소개해 물의를 일으켰다.
한 MBC 관계자는 "전문 인력이 다 빠졌는데 사고가 안 나는 게 이상하다"며 "파업의 여파로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