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태현 ⓒ이기범 기자 |
또 대박이다. 차태현 얘기다. 차태현 주연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300만 관객을 넘어 승승장구 하고 있다. 1000만 영화 '도둑들'의 기세가 여전히 등등한 가운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개봉 3주차 평일인 지난 21일에도 10만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 대로라면 영화는 금주 중 가뿐히 4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차태현은 강력한 카리스마 없이도 확실히 관객을 모으는 충무로의 흥행 보증수표 가운데 한 명이다. 낙천성 넘치는 배우 본연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의 작품들는 '차태현표 영화'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엽기적인 그녀',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등 편안하고 유쾌한 '차태현표 영화'의 매력이 잘 묻어나는 작품들이 흥행 성공률도 높았다.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의 대박 이후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로 승승장구했던 차태현이지만 '투가이즈', '새드무비'가 연이어 부진을 겪으면서 슬럼프를 겪었다.
그런 차태현을 재기에 성공하게 한 것이 바로 2007년 '복면달호'였다. '이차선 다리'를 열창하는 트로트 가수 차태현의 모습에 150만 관객이 웃고 울었다. 그 이후 다시 '차태현표 영화'의 승승장구가 이어졌다. 2008년 '과속 스캔들'은 824만 관객을 모으는 대박을 쳤고, 2010년 '헬로우 고스트'는 289만 관객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챔프'의 부진이 있긴 했지만 올 여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명예 회복을 톡톡히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차태현은 천재적인 지략가 이덕무 역할을 맡았다. 지적인 캐릭터 안에도 차태현 특유의 익살과 여유가 가득하다. 차태현의 첫 사극 영화라지만 그의 새로운 도전보다는 여전한 차태현표 캐릭터에 방점이 찍힌다. 조선시대 사극에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천연덕스럽게 "오케이"를 외쳐도 관객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배우, 그런 주인공이 차태현 말고 또 어디 있으랴.
심각한 분위기를 좀처럼 못 견디며, 어떤 분위기든 허허실실 유쾌하게 만들고 마는 차태현의 힘은 또한 여러 캐릭터가 충돌하는 코미디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그 마력은 일요 예능 프로그램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도 여전하다. 오죽하면 합류 몇주만에 실시한 스태프 인기투표에서 터줏대감 원조멤버, 꽃미남 미남후배 모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을까.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와 씨스타 보라도 '1박2일'서 만나고픈 멤버로 차태현을 각기 지목했다.
아, 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라니. 하긴, 낙천성으로 무장한 꽃미소 개구쟁이를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연일 심란한 뉴스가 이어지는 요즘, 편안하고도 유쾌한 코미디의 제왕 차태현의 활약상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