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에 출연한 싸이 <사진=유튜브> |
싸이가 지구촌을 무대로 얼굴을 알렸다. 뮤직비디오 하나로 6000만 클릭을 올렸고 저스틴 비버, 티페인 등 팝스타들이 먼저 손을 뻗었다. 단순히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K팝 열풍을 일으켰다고 하기엔 많은 사람들이 '강남스타일'의 매력을 먼저 알아봤다.
싸이의 해외진출은 기존 K팝 가수들과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유튜브를 통해 먼저 확산된 관심이 흐름이 그를 해외로 이끌었고, '강제 해외진출'이란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가만히 있었는데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가진 셈이다.
호기심을 진지한 관심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단순히 웃기는 영상이 아니라, 싸이 음악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K팝 아이돌 음악과 차별화된 또 다른 콘텐츠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파급효과도 기대해 볼 만 하다. K팝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그간 싸이는 국내에서 먼저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활동해 왔다. 아무나 쉽게 넘볼 수 없던 '엽기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오히려 가요계 붐이 일었고, 거침없는 단어를 선택한 음악과 과감한 댄스, 여기에 독특한 유머코드를 배합해 히트를 쳤다.
싸이 ⓒ스타뉴스 |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주목하는 이유도 같다. 우선 미국인들에게 한국어 가사가 갖는 매력이 통했다기 보다 코믹한 캐릭터의 반전 유머 코드가 가진 B급 정서가 신드롬을 일으켰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말춤'을 추며 우스꽝스런 제스처를 취하자 재미는 배가 됐다. '오픈 콘돔스타일'이라고 잘못 따라 부르면서 낯선 한국어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것도 '강남스타일'의 히트요인 중 하나다.
K팝이 지구촌 곳곳에서 화제가 되고 오리콘을 넘어 전 세계 차트에서 이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젠 직접 콘서트를 열고 현지 팬들과 만나고 있다. 소위 말해 장사가 잘 되다 보니, 꾼들도 모여들기 마련. 올해 나온 신인 아이돌 그룹만 벌써 30여 팀 이상이라 하니, 국내외로 분주한 아이돌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무분별한 해외진출로 역풍의 기미도 보인다. 아이돌 가수부터 시작된 K팝 열풍의 수명이 고작 3~4년이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 부터다. 지금의 K팝 시장을 이끈 아이돌의 패션, 안무, 음악이 한몫했지만 이로 인해 한계에 부딪힌 것도 사실. 무분별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경계가 중요한 시점이다.
싸이 <사진제공=YG엔터> |
한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인 만큼 제작자들의 책임감도 동반돼야 한다. K팝 열풍에 편승하기 보다는, 자부심을 갖고 양질의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이돌 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때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 씨는 "서양 음악과 한국 고유의 정서, 여기에 일본 아이돌 시스템과의 결합이 지금의 K팝 신드롬을 낳았다"며 "아이돌 음악으로 대표되는 현 K팝을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싸이가 단순히 '웃긴' 가수가 아니라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이자 퍼포머란 사실도 알려져야 한다.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K팝도 새롭게 바뀌지 않을까. '강남스타일'을 다시 한 번 들어보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Baby Baby 나는 뭘 좀 아는 놈'. 싸이의 노랫말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