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이 11주 연속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원래 실패할 확률이 적은 '의학드라마'지만 시청자의 호평 속에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막장드라마가 활개 치는 안방극장에서 '골든타임'은 자극적인 논란을 일으키는 대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담백하게 극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명품 의드'라고 불리는 '골든타임' 에 없는 세 가지를 꼽아보았다.
◆ 막장논란
논란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익숙해진 드라마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흔히들 "욕하면서 본다"고 하는 일명 막장드라마들이 우리의 안방극장에 깊이 침투한 것이 사실. 그러나 '골든타임'은 이런 막장 논란 없이 잔잔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골든타임' 환자들의 생명을 놓고 일 분 일초를 다투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드라마 속 수술 장면은 급박하고 진지하다. 그러나 '골든타임'에서는 그런 환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눈물을 빼거나 오열하는 대신 환자들의 사연과 그것을 대하는 의사들의 태도를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으며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지난 28일 방송에서 수술 후 깨어나서 다리가 잘렸다는 것을 알게 된 박원국 환자는 "다리를 자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최인혁 교수(이성민 분)의 말에 화를 내거나 통곡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찾으며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꾹 참았다. 그런 박원국 환자의 눈빛과 표정은 그 어떤 오열 연기로도 전하지 못하는 감동을 시청자에게 선사했다.
이에 '골든타임' 게시판에는 시즌제로 드라마를 이어가자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독하고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라 담백하지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골든타임'이 안방극장에서 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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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한 러브라인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사실상 대부분의 드라마가 장르를 불문하고 사랑이야기에 치중하는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 속 배경이 병원이든, 회사든, 공장이든, 학교든 주인공 남녀의 멜로라인에 집중해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골든타임'에서 멜로는 양념에 불과하다.
함께 인턴으로 들어온 이민우(이선균 뷴)와 강재인(황정음 분)의 러브라인은 살짝살짝 비쳐질 정도이지 드라마의 전면으로 부각되지 않는다. 또 최인혁 교수와 신은아 선생의 러브라인 역시 드라마의 전개에 흐름이 안될 정도의 재미만 주며 살짝살짝 드러낸다.
'골든타임' 속 주인공들이 목을 매는 것은 사랑타령이 아니라 응급실과 환자들과 생명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더욱 드라마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괴범과 경찰이 병원 응급실에 같이 실려 와서 수술을 하게 됐을 때 이민우와 강재인은 의견차이로 싸우게 됐다. 당연히 경찰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이민우와 최인혁 교수의 말을 따라 더 위독한 유괴범을 먼저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재인은 의견충돌로 다투게 됐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싸움은 흔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랑싸움이나 오해로 연결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평등한 생명의 존엄성 문제에서 출발했고 결국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됐다.
'골든타임' 속에는 눈물 콧물 쏟는 남녀 간의 끈적이는 로맨스는 없지만, 환자를 생각하고 인간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동료애와 사랑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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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논란
'골든타임'에는 연기력 논란이 없다. 누군가는 강재인 역을 맡은 황정음의 연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 도 있고, 또 다른 이는 아직도 부산사투리가 어색하다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두 가지 사안 모두 드라마가 후반으로 갈수록 무리 없이 잘 녹아들고 있다.
이성민은 최인혁 교수 역할을 맡아 의사 연기가 아닌, 실제 의사 같은 모습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인간적인 의사이며, 또 훌륭한 스승인 최인혁 교수는 시청자들의 무한 지지를 받으며 '골든타임'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인 은아(송선미 분)를 좋아하면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속만 끓이는 무뚝뚝한 모습으로 여심마저 흔들고 있다.
이선균 역시 사명감 없이 무늬만 의사인 의대졸업생에서 이민우 역할을 맡아 현재 세종병원의 찌질인턴 단계를 거쳐 의사로 거듭나고 있다. 매일 실수만 하고 혼만 나던 이민우는 지난 27일 방송에서 최인혁 교수의 지시로 인턴의사로서는 하기 힘들다는 첫 개복(수술 전 배를 여는 것)을 실시했다. 비록 수술 후 꿰매는 타이 과정에서 실수를 해 혼이 나기도 했지만, 자신이 타이 과정에서 실수했던 환자가 잘못될까봐 잠도 못자고 환자를 관찰 하는 등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황정음은 극 초반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극에 녹아들며 연기자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자배우라면 누구나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할 텐데 황정음은 극 중 진한 화장도 없이 파마머리로 하나로 질끈 묶고 응급실을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매일 파란색 수술복 아니면 흰색 가운만 입고서 이민우와 함께 의사의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그 외에 이성민의 최고 조력자인 송선미 역시 거칠 것 없는 사투리 연기와 세종병원의 대모로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여러 중견연기자들 뿐만 아니라, 레지던트로 등장하는 신인 배우들과 환자 역을 연기하는 단역배우들까지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