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첫공연, 멕시코서도 희망봤다..그래도 달려야

[멕시코 K팝 열풍 현지르뽀]

멕시코시티(멕시코)=길혜성 기자 / 입력 : 2012.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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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멕시코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공연 하루 전 멕시코시티 빠르께 메히꼬 공원에 자발적으로 모인 500여 팬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시간만 15시간. 아직 직항기기 없으니 미국에서의 경유시간까지 포함하면 한국에서 무려 18시간이나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중미의 대표적 나라 멕시코.

너무나도 먼 멕시코지만 지난 6일 오후 8시40분(현지시간)부터 약 2시간여 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젊음의 거리 꼰데사에 위치한 공연장 오디토리오 블랙베리만큼은 한국과의 거리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관객들의 생김새를 안 봤다면 마치 서울의 한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물론 그 중심에는 K팝이 있었다.


현재 솔로로 월드 투어 중인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김준수는 이날 멕시코시티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아이돌을 포함, 한국 가수 사상 처음으로 멕시코에서 여는 콘서트였음에도 불구하고 표는 일찍 매진됐고 공연장은 3500여 관객들로 꽉 찼다.

현지 10대 소녀 팬과 20대 여성 팬들이 관객의 주를 이뤘고, 남성 팬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한국 교민들 및 아시아계 팬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질적으로 멕시코 현지 팬들이 김준수 단독 콘서트의 표를 구입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멕시코 팬들은 한국 팬들의 응원 방식도 잘 알고 있었고 그대로 따랐다. 김준수의 이름이 새겨진 상의를 입고 그의 팬임을 상징하는 빨강 색 풍선과 야광봉을 든 채, 공연 시작 전부터 "준수, 준수"를 외쳤다. 김준수가 솔로 1집 타이틀곡 '타란탈레그라’를 선보일 때는 한국 팬들과 똑같은 부분에서 추임새도 넣었다. 멕시코 팬들 역시 김준수에게 강하게 매료됨과 동시에 충실한 팬덤을 형성했음을 이번 공연을 통해 확실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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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멕시코시티 단독 콘서트 현장에서 열광하는 멕시코 팬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그럼 어떻게 멕시코의 소녀들이 먼 나라의 가수 김준수의 팬이 됐을까.

공연을 관람한 멕시코 여성팬 타니아(20)는 "유튜브로 JYJ의 '겟 아웃' 뮤직비디오를 보고 김준수의 팬이 됐다"며 "멕시코 남부에서 15시간 운전해서 왔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고 김준수를 응원 하기위해 부채도 직접 만들고 그림도 그려 왔다"고 말했다.

김준수의 팬이 된 멕시코인들 중에는, 타니아처럼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을 통해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접한 뒤 김준수의 팬이 된 이들이 많았다.

유튜브 및 페이스북 등은 김준수 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아이돌그룹들이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에 그 이름을 알리는데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돌 가수가 아닌 싸이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로 52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한 끝에 미국 최고의 음악 행사 중 하나인 MTV VMA에 시상자로 초정 받은 사실에서도 인터넷 및 SNS의 막강한 홍보력을 쉽게 알 수 있다.

국내 가요계는 유튜브 및 SNS를 이용한 홍보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 SM YJ JYP 등 국내 가요 3사 뿐 아니라 중소 기획사에서도 일찌감치 경쟁적으로 각 회사 및 소속 가수들의 공식 채널을 유튜브 및 페이스북 등에 만들었고, 이를 통해 적극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K팝은 아시아를 넘어 지리적으로 먼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도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홍보 기반은 벌써 마련해 놓았고, 이는 김준수가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멕시코에서 단독 공연을 가졌음에도 성공리에 콘서트를 마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준수의 멕시코시티 공연에서도 알 수 있듯, 비교적 어린 나이의 팬들이 K팝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10대 및 20대 팬일수록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충성도가 강함 동시에 오랜 기간 그 가수의 팬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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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멕시코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김준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김준수 콘서트가 열리기 하루 전, 멕시코의 젊은 여성 팬 500여 명은 멕시코시티의 빠르께 메히꼬 공원에 모여 김준수의 현지 방문을 열정적으로 축하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준수 현지 팬클럽 회장인 19세 소녀 알레한드라 아리자노는 "온라인 팬 커뮤니티로 불과 이틀 전에 공지했는데 500명 넘는 인원이 모였다"며 "3000km 넘게 떨어진 곳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왔다"며 강력한 팬덤을 시사했다.

멕시코 팬들이 K팝 자체는 물론 가수들의 비주얼에도 호감을 보이고 있는 점 또한 K팝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케 하고 있다. 김준수의 팬들처럼, 멕시코의 K팝 팬들은 K팝을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장르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국 아이돌 가수의 외모 및 패션 스타일에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노래나 비주얼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K팝은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김준수의 공연과 관련해 만난 멕시코 팬들 중 대다수를 K팝에 대해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타입의 음악들"이라며 "가수들도 카리스마 넘치고 너무 멋있다"란 평가를 내놓았다.

물론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의 K팝 열풍은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아닌 마니아 팬들 사이에서만 불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는 여전히 미국 가수들의 주도권 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희망은 있다. 멕시코에서 알 수 있듯 마니아 팬들이 K팝을 좋아하는 이유가 너무도 뚜렷하며 그 열정이 대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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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멕시코시티 단독 콘서트 현장에서 그의 팬임을 상장하는 빨강 야광봉을 들고 열광하는 멕시코 팬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멕시코 방송사인 TV아즈테카의 프로듀서 알렉스 리페르트는 "사실 멕시코는 미국 팝이 지배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팝과 K팝을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K팝의 등장은 새로운 시장이 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K팝은 미국팝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테크닉의 진보가 눈에 띈다"며 "미국 스타들에는 찾아 볼 수 없는 친근함이나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를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은데, 아직은 제한적인 규모 이지만 앞으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서남교 원장은 "얼마 전 문화원에서 조사해본 결과 멕시코 내에 K팝 팬클럽이 76개가 존재하고 있다"며 "2개 이상의 팬클럽에 들어 중복될 수도 있지만 그 수는 약 5만5000여명"이라고 말했다.

서남교 원장은 "문화원 내에 한글강좌를 5개 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 반에 약 30명씩으로, 이 중에도 K팝팬들이 많다"며 "멕시코 K팝 팬들을 만날 때면 그들로부터 'K팝은 무척 세련됐는데, 한국 가수들이 멕시코에서 공연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란 말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김준수 콘서트 때 멕시코의 한 팬이 선보인 응원 문구가 지금도 눈앞에 아른 거린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준수의 첫 공연으로 이제 K팝은 멕시코 등 중남미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K팝 콘텐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이제 유튜브를 넘어 콘서트로까지 확실히 홍보한다면 더 큰 희망도 다가올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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